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성 계산에서 가장 노골적인 '사후적 조작(Back-engineering)'이 일어난 지점이 바로 '항공 수요 예측'에 관한 부분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나 닐 스미스(Neil Smith)는 자본과 국가가 신공항과 같은 대형 토목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와 과학을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일찍부터 비판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수요 예측이 어떤 식의 구체적인 테크닉과 착시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는지, 국책 연구기관 등이 벌인 다음과 같은 3가지 '치팅(Cheating)'에 초점을 맞춰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른바 '전환 수요(Diversion)'의 비현실적 과장:'인천공항 수요가 내려올 것이다!'
첫째, 수요를 부풀리는 가장 대표적인 기법은 기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던 영남권 승객과 화물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발길을 돌리는 비율, 즉 '전환율'을 극단적으로 높게 잡는 것이다. 영남권 기업들이 수출하는 전자기기,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항공 화물의 상당수는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다. 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이기에 동원된 국책 연구용역들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기면 물류비가 아까워서라도 대기업들이 가덕도로 화물을 돌릴 것으로 전망하고 '전환율'을 계산했다.
그러나, 관련 선행연구들을 보면, 현대 자본의 공급망(Supply Chain)은 단순히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움직이거나 재구성되지 않는다. 이른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대형 항공사, 통관 인프라,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촘촘히 얽힌 인천국제공항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 권력이 이미 구축되어 있고 또 고착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자본의 생태계를 무시하고 단순히 지리적 거리만으로 수요가 대거 전환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완벽한 '통계적 착시'이지 않을 수 없다. 화물 전환이 매우 어려운 것임을 완전히 간과한, 비현실적인 과장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세이의 법칙' 식 오류: 유발 수요의 과대 계정
둘째, 대형 신공항이라는 거대한 '공급'이 이루어지면, 전에 없던 새로운 여행과 물류 수요가 저절로 생겨날 것이라는, 이른바 '유발 수요(Induced Demand)'를 과도하게 반영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책 연구용역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생기면 부산항 신항과 연계되어 해상-항공 연계 화물(Sea & Air)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서울 혹은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본사들이 동남권으로 마구 이전해 들어올 것이며, 글로벌 관광객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 즉 장밋빛 미래 시나리오를 통상 복잡한 통계 패키지를 쓰는 수요 예측 모델에 매우 높은 가중치로 입력했다.
자본주의 생산 양식 아래에서 비수도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그리고 지역 불균형 발전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거대한 흐름이다. 대형 인프라를 짓는다고 해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 즉 수도권 일극 집중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이 구조적 리스크를 통계 모델의 변수에서 고의로 누락시키거나 축소하여, 미래의 곡선을 우상향으로 과감하게 또 가파르게 그려냈다. 그래서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의 수치적 전망이 모델을 경유해서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다른 지역 지방 공항과의 '시장 잠식(Cannibalization)'의 의도적 은폐
동남권에는 이미 김해국제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울산공항 등이 존재하거나 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계산이라면, 한정된 영남권 인구를 두고 이 공항들이 서로 수요를 갉아먹는 '시장 잠식' 효과를 마이너스 항목으로 분명히 또 엄격하게 반영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의 타당성 조사를 할 때는 김해공항은 포화될 것이고, 대구·경북 수요까지 가덕도가 흡수할 것이라며 주변 공항의 존재는 완전히 사상시켜 버린다. 즉 가덕도 이외의 공항들은 '유령 공항'이 되고 만다. 반대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타당성 조사를 할 때는 똑같은 영남권 인구를 자기들이 다 흡수할 것처럼 계산해 버린다. 여기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외의 공항들이 '유령 공항'이 될 차례다.
영남권이라는 동일한 자본·노동력 풀 안에서 공급만 중복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닐 스미스가 말한 자본의 '불균등 발전'과 '공간적 전도(Spatial Displacement), 즉 수도권 집중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거대 토목 인프라를 통해 문제를 다른 공간으로 밀어내거나 지리적으로 흩뿌리는(Displace) 눈 가리고 아웅이 일어나는 꼴로, 정당한 총합 계산을 하지 않고 개별 사업의 타당성만을 억지로 맞추다 보니 전체 항공 수요가 영남권 실제 인구 구조를 초과하여 부풀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숫자로 위장한 정치적 수사
마르크스주의 공간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맹렬히 비판했던 것처럼, 자본과 국가는 자신들의 개발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수요 예측 기법'이라는 고도의 수학적·통계적 정당성으로 포장하여 은폐한다. 정치권력에 이미 포획되어 신공항을 짓겠다는 걸 결론으로 정해놓고 전환율, 유발 수요 가중치와 같은 입력 변수를 낙관론으로만 채워 넣으면, 컴퓨터는 정치권력과 토건 자본이 원하는 '수천만 명의 여객 수요'라는 장밋빛 결과치를 정확하게 뱉어낸다. 결국 가덕도 신공항의 항공 수요 예측치는 과학적, 학술적 예측이 아니라, 예타 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통계를 동원한 '사후적 조작(Back-engineering)'에 다름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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