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본부 상황실의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구급대원 두 명이 구급차에 재빠르게 올랐다. 차 문을 닫자마자 운전대를 잡은 구급대원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무슨 사고래?"
"ATV(레저용 사륜 오토바이) 타다가 도로 아래로 추락했대요."
사고 지점은 센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개울가. 사고 현장 부근에 당도하자, 신고자로 추측되는 여성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뛰어 온다. 신고자를 따라가다 보니, 도로에서 아래 7m 가량 떨어진 개울가에 앉아있는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체를 세우고 앉아있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외상은 아닐 것으로 판단, 대원들은 일단 구급상자만 챙겨 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환자 상태는 다행히 심각하지 않았다. 추락하면서 바위 등에 허리를 찍혀 상하로 길게 상처가 벌어지고 요추염이 의심되는 상황. 팔다리 등에도 타박상을 입었으나, 거동은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상처 부위에 거즈와 반창고를 붙인 뒤 환자를 부축해 구급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은 대원이 이제야 조금 안심한 듯 말을 꺼냈다.
"오늘 환자는 경미한 수준이라 괜찮았지만, 척추 손상 환자의 경우는 난감해요. 절대 움직이면 안 돼서 들것으로 옮겨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같이 도로 아래로 추락하면, 더군다나 바닥이 바위투성이면 구급대원 두 명으론 어림도 없죠. ATV 사고는 자동차 사고랑 비슷해서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외관상으론 멀쩡해 보여도 들것으로 가는 게 좋긴 한데 사람이 없으니…."
이 대원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조차 없다고 했다. 긴급 환자가 생겼을 경우, 응급처치 할 인력은 나머지 한 명뿐인 것이다.
"심정지 환자 같은 응급 환자는 병원 이송 중 차 안에서 심폐소생술도 해야 하고, 또 병원이 바로 수술 준비를 하도록 보고도 해야 하거든요. 저야 운전만 해서 편하지만 뒤에서는 한 명이 그걸 다 해야 해요. 가끔 환자들이나 보호자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며 대원들을 폭행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걸 제압하려면 적어도 뒷자리에 두 명은 타야 하는데, 한 명이서 하려니 죽어나는 거죠. 서울은 운전사 포함해 세 명이 타니 이런 걱정은 덜 하겠죠."
지방 소방관은 '일당백'…작은 사고를 큰 사고로 키우는 인력난
물 맑기로 소문난 이 지역 안전센터에는 주말마다 관광객 추락 사고, 수난 신고가 들어온다. 산 좋기로도 유명해 화재 신고도 많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번갈아가며 출동하느라 이곳 안전센터 대원들은 늘 긴장 상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방금 구급 출동 이전에는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구조대원 한 명과 팀장 둘이 나갔다. 세 명 출동이 원칙이지만, 이날은 휴가자가 생긴 탓이다. 구조대원 두 명이 더 있긴 하지만 또 다른 출동을 대비, 최소 인원만이 출동했다. 이들은 구급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인력난을 호소했다.
"운전하는 대원 빼면 거의 혼자 불 끄러 가는 식입니다. 이게 소방의 현실이에요. 어떤 사고든 초동 대처가 중요해요. 처음에 몇 명이 가느냐에 따라 구조 결과는 천지 차이로 벌어집니다.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초동 대처를 잘못해 작은 사고가 큰 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김완기(가명) 팀장은 최근 발생한 고양 버스터미널과 장성 요양원 화재를 비교했다.
"고양터미널 화재는 20분 만에 다 진화가 됐지 않습니까. 동시다발적으로 소방차가 10대가 넘게 투입이 됐어요. 그런데 장성에는 고작 소방차, 구급차 각 한 대에 세 명만 갔지 않습니까. 노인들을 일일이 옮겨야 하는데, 한 명은 불길 잡고, 구급대원이 고작 두 명으로 되겠어요. 희생자가 많을 수밖에요."
"한 명이 열 명 몫을 하다 보면, 소방관 개인의 위험 부담이 높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오늘처럼 휴가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그저 큰 사고가 없기를 바랄 뿐이죠.
저는 화재 진압을 하러 펌프차에 네 명이 타면, 네 명이 아니라 마흔 명이 출동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앉은 사람은 네 명이지만 부모, 형제, 자녀들도 거기 앉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원들 가족들에게는 항상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집에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합니다"
김 팀장은 인력난에 더해 장비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대의 경우 이젠 사람이 직접 총칼을 들고 싸우는 백병전이 아니라 장비전이지 않습니까. 소방대도 마찬가집니다. 장비가 좋고 많을수록 구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똑같은 장비가 들어가지 않아요. 장비가 지역마다 차별적으로 보급됩니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1월 1일 공개한 '소방장비통계집'에 따르면, 경기도가 109.1%로 가장 높은 보급률을 보였고, 그 다음이 울산 107.1%였다. 보급률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75.5%, 서울도 78.1%, 전북 82.7% 등으로 지역별 편차를 보였다. 전국 평균 보유율은 91.8%였다. 소방관에게 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처럼 장비 보급이 불균형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지방마다 소방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방 관련 국가 지원 예산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각 지자체에서 충당한다.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소방 예산이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이 지역은 전국을 통틀어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지만, '도지사님의 배려' 덕에 다행히 소방 물자가 모자라지는 않는 편이라고 서 대원은 말했다.
"언론에서는 단순히 재정자립도의 문제와 장비 보급 문제가 직결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다만 예산 배분 권한이 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비 지원을 해달라고 시장, 도지사한테 빌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죠. 우리 좋으려고 하는 게 아닌데도요."
그렇다고 '도지사님'의 선처만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비 예산이 만만치 않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장비만 520만 원입니다. 만일 일 년에 백 명을 충원한다고 하면 예산 5억이 추가로 들어가는 셈이 됩니다. 그리고 개인 장비를 3~5년마다 바꾸게 돼 있는데 그렇다면 일 년에 소방관 개인 장비로만 수십 억이 들어갑니다. 소방차 한 대에 십몇 억씩 하고요. 그걸 돈 없는 지자체에 요구하기 쉽지 않죠."
결국 인력도, 장비도 결국 지자체별로 예산 사정,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길은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해 정부에서 일괄로 예산을 배분하는 방법 뿐이다.
소방대원들은 단순히 월급 올리자고, 처우 개선하자고 소방관들이 징계를 감수하면서 일인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국가직 전환을 하면 대원들에게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엉뚱한 곳으로 발령받을 수도 있고, 승진을 코 앞에 둔 사람의 경우 승진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런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딱 잘랐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입니다. 어디에 살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국민은 똑같은 안전을 누릴 권리가 있지 않나요. 일산에 살면 구조되고, 장성에 살면 구조가 안 되어 희생당하는, 적어도 그런 차별은 없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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