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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안전에 필요한 건 CCTV가 아니라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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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안전에 필요한 건 CCTV가 아니라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다

[철도기관사 감시카메라] ① 전철 기관사가 본 기관실 CCTV

한국에는 1만 명에 달하는 철도 승무노동자가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는 열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CCTV) 설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전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당사자와 전문가의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는 세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휴먼에러 제로(Zero)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철도 현장 곳곳에는 '휴먼에러 제로화'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사고의 원인을 종사자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던 시절의 유산이다. 2012년, 수도권 1호선을 운전하던 한 기관사가 정차역을 통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해당 역은 곡선과 내리막 직후에 있어 베테랑들도 극도로 신경을 쓰는 곳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즉각 그를 직위 해제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은 잡념이다", "나의 실수가 동료들을 희생시킨다"라는 메모를 남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머리에 피가 솟구치고 전기가 온다"며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결국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개인에게 '완벽'이라는 불가능한 가치를 강요하고 처벌로 압박했을 때 일어난 비극이었다.

2026년 한국 철도, 여전히 '개인이 안전의 보루'인가

오늘날 한국 철도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착각으로 정차 위치를 어긴 한 기관사는 자신의 실수를 유발한 해당 구간의 특성 요인들을 상세히 제보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시스템 개선이 아니라 '규정을 숙지하지 않았으니 규정을 베껴 쓰라'는 징벌뿐이었다.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전철의 스크린도어(PSD)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유지보수 외주화 탓에 상습적으로 고장 나는 역들이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은 10년 가까이 스크린도어 장애가 방치되고 있지만, 정작 평생에 한 번꼴로 장애를 놓친 기관사만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설비와 유지보수는 구조의 문제이지만 처벌은 늘 개인의 몫이었다.

운전업무에 필요한 것은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다

휴먼에러에 적용되어야 할 관점은 감시와 처벌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관사들이 열차를 운전하다 보면 순간적인 착각, 실념, 망각을 경험할 때가 있다. 신호나 차량에 평소와 다른 오류 상황이 생기면 신경이 분산되고, 확인을 빼먹는 아차 싶은 순간도 온다. 매일같이 출근시간이 달라 어떤 날은 졸음을 도저히 이기지 못할 때도 있다.

'아차'하는 순간이 사고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감시나 처벌에 대한 강박이 아니다.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기관사의 마음과 이를 돕는 시스템이다. 경보음과 함께 자동으로 열차를 멈추게 하거나(ATS) 일정 속도 이하로 제동이 체결되게 하는 시스템(ATC/ATP) 같은 요소들이 인간의 실수를 보완하기 때문에 2차, 3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안전 대책은 감시가 아니라, 기관사들이 취약함을 호소한 개소에 적합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을 때였다.

철도 사고를 바라는 기관사는 없다

감시카메라는 기관사의 손동작을 선명하게 기록할지는 모르나, 정작 정부와 운영기관의 시스템 개선 책임은 흐릿하게 만든다. 기관사가 카메라 눈치를 보느라 현장의 진짜 위험 요인을 말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기관사는 철도 사고를 바라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나의 일터가 안전하길 바라며, 시민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일한다. 기관사들은 나를 감시하는 차가운 렌즈 아래서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고 도와줄 철도시스템 속에서 운전하고 싶다. 사람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국토교통부는 직시해야 한다.

▲ 서울 시내 한 차량사업소에 세워진 열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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