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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사건 '미투'한 60대 여성의 호소 "민주당은 성비위 후보자 배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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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사건 '미투'한 60대 여성의 호소 "민주당은 성비위 후보자 배제하라"

유행열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 "가짜 미투" 주장…8년 전엔 "사실이라도 실패한 연애담일 뿐"

"더불어민주당은 성비위 후보자를 즉각 후보에서 배제하라."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미투조사단 결정대로 유행열을 컷오프하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 청주시 청원구 곳곳에 익명의 현수막이 걸렸다.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과거 성비위를 저질렀으며, 더불어민주당은 그에게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민주당 충북도당은 예비후보 자격 심사에서 유 전 행정관을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유 전 행정관은 심사 결과에 반발해 23일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또한 현수막 내용이 허위 사실에 기반한 정치공작이라며 게시자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현수막을 게시한 인물은 유 전 행정관의 운동권 후배 차모 씨(60)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40년 전 학생운동 당시 유 전 행정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과는커녕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유 전 행정관의 태도 및 부적격이 아닌 보류 판정을 내린 민주당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차 씨는 "2018년 미투(Me too)를 했는데도 달라진 게 없어 8년째 가슴 조이며 살고 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가 없어서 현수막을 달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오는 3월 3일에는 중앙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청주시장 출마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차모 씨 제공

앞서 지난 2018년 차 씨는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유 전 행정관을 대상으로 "1986년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미투 운동을 벌였다. 이는 그해 4월 민주당 젠더폭력특별위원회 조사로 이어졌으며, 결국 유 전 행정관은 지선 출마를 포기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민주당 젠더폭력특별위원회 조사 결과서에 차 씨의 진술이 자세히 담겨 있다. 진술에 따르면, 지난 1986년 유 전 행정관은 학교에 있는 차 씨를 우암산성에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차 씨가 완강히 저항하던 중 주변에 사람 소리가 들리자 유 전 행정관은 성폭행을 중단하고 먼저 산을 내려갔다.

사건 이후 차 씨는 평생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았다. 학교생활 중에도 술자리에 유 전 행정관이 온다는 소리가 들리면 자리를 피했고, 남편에게도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았다. 그렇게 30년 넘는 세월 동안 홀로 분을 삭였지만, 유 전 행정관이 시장 선거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는 도저히 일생상활을 할 수 없었다. 이에 가족 및 연대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공론화를 결심했다는 게 차 씨 설명이다.

유 전 행정관은 차 씨의 주장을 전부 부인했다. 그는 조사 당시 "미투 운동은 권력과 이익, 정신적 종속관계 속에서 개인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하자는 운동"이라며 "이 사건은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기 때의 아무런 권력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유 전 행정관은 "설령 신고 사실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미투가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다가 그 과정에서 스킨십을 가졌고, 상대방이 그만두라고 해서 중단한 실패한 연애담일 뿐"이라고 했다.

▲2018년 젠더폭력특별위원회 조사 당시 유행열 전 청롸대 선임행정관 진술 발췌 (디자인=프레시안 박상혁)

양측 모두의 진술을 들은 조사관의 의견은 어떨까. 조사관 A 씨는 결과서에 "신고 사실이 매우 구체적인 점, 조사 내내 보인 신고인의 일관된 진술 태도, 신고인이 현재 지역 사회에서 겪고 있는 고통의 크기에 비추어 신고사실이 가공의 이야기로 피신고인에 대한 음해라고 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신고 사실은 진실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재했다.

또한 "가해자는 사라지고 정치공작과 피해자만 부각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신고인에 대한 지역 언론의 공격에 가까운 보도와 논평이 확산하고 있다"라며 "당이 최소한 더 이상의 확산은 막아 줘야 할 것"고 강조했다. 이에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유 전 행정관이 공직 후보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A 씨 의견은 조사 8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차 씨의 진술이 구체적·일관적이었으며 왜 수십 년 전 사건을 이제야 꺼내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신빙성과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성폭력이 사회 화두가 된 건 90년대 이후다. 그전에는 성폭력을 겪어도 명명할 방법이나 대처 방안을 몰랐던 게 당연했다"라며 "조직에 피해를 끼칠까 성폭행 사건을 말하지 못하다 가해자가 다시 정치 활동을 하겠다고 등장하니 용기 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전 행정관의 진술에 대해서는 "앞 진술과 뒤 진술이 달랐다"고 회고했다. A 씨는 "처음엔 청춘 남녀한테 있을 수 있는 사건이고 차 씨에게 호감이 있었다더니, 나중엔 그런 일(성폭행 시도)까지는 없었다고 번복했다"라며 "본인이 얼마나 성품이 좋고 자상한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주위 증언을 증빙자료로 제출하기에 당시 상황 설명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거절하기도 했다"고 했다.

▲2022년 청주지법은 유 전 행정관이 차모 씨 측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청주지법은 차 씨에 대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지목하고,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 및 진행경과, 가해행위가 이뤄진 방식과 내용, 심리상태, 이후의 진행경과 드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차 씨 제공

차 씨 증언의 신빙성은 법정에서도 일부 인정됐다. 유 전 행정관은 2019년 차 씨와 지지자들을 강요미수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요미수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청주지법도 2022년 손해배상 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청주지법은 차 씨에 대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지목하고,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 및 진행경과, 가해행위가 이뤄진 방식과 내용, 심리상태, 이후의 진행경과 등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의 원고 관련 성폭행 의혹 제기는 주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라며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라고 기각 이유를 판시했다.

다만 유 전 행정관의 성폭행 혐의를 법적으로 판가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수십 년 전 사건이라 관련 증거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청주상당경찰서는 차 씨가 유 전 행정관을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통지서에 "성폭행 피해 발생 후 30여년이 지난 현재 그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유 전 행정관은 무고 혐의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근거로 자신의 결백이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주장만 가지고 사람을 처벌하라는 게 파시즘이지 무엇인가"라며 "그렇게 억울한 사람들이면 검찰이 불기소(불송치) 처분을 내릴 때 왜 가만히 있었느냐. 왜 검찰청 앞에 가서 그 잘하는 1인시위조차 하지 않았느냐"라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억울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때는 주위 사람에게 한마디 없다가 40년 지나서 성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선거 공작 세력의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자신에 대한 성폭행 의혹을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 충북도당 앞에서 단식 농성에 나서고 있다.ⓒ유행열 페이스북 갈무리

미투 이후 8년이 지났음에도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정당이 책임감을 갖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프레시안>에 "이 사건은 성기 삽입에 이르지 못했을 뿐 분명한 강간 시도였다. 성폭행 미수가 아닌 강제추행이 동반된 성폭행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비록 증거불충분으로 형사소송이 무산됐다 하더라도 당은 당헌당규와 특별기구 등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젠더폭력특별위원회 판단을 뒤집을만한 새로운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당시 판단을 달리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심사보류 판정을 내린다는 건 당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민주당에 사안과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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