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는 왜 초가공식품을 찾게 됐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는 왜 초가공식품을 찾게 됐을까

[서리풀연구通] 식탁을 바꾸고 있는 초가공식품과 기업의 이윤 추구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쉐어하우스, 기숙사, 원룸에 혼자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쉐어하우스에 살 때에는 공용공간인 부엌이 넓어 주말이 되면 다음 주에 먹을 음식을 해놓고는 했다. 그러다 대학원에 들어가고 직장을 다니며 원룸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나의 식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근 시간과 남은 업무, 공부에 지쳐 배달을 시켜먹거나 외식을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영국으로 유학을 온 지 5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외식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한식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매끼 먹을 밥을 차리고 이를 위해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외식을 할 때에도 대부분 빨리 나오고, 또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았던 것 같다.

오늘은 초가공식품을 다룬 2025년 'Lancet' 기획시리즈 가운데 초가공식품의 건강 영향에 대한 근거를 정리한 논문을 소개한다(☞논문 바로가기 : 초가공식품과 건강-주요 논지와 근거). 다른 논문 두 편은 각각 식습관의 변화를 위하여 초가공식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정책들을 검토하고, 초가공식품 정책을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논문1 바로가기) (☞논문2 바로가기).

가공식품은 보존기간을 늘이거나 맛과 향을 위해 천연식품을 가공한 식품으로, 시럽 과일∙ 통조림 생선∙빵 등이 속한다. 초가공식품은 액상과당 음료∙과자류∙즉석 컵라면처럼 저장 기간이 길고,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으며 기호성이 매우 높지만, 자연식품 함량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식품이다.

이 연구에서는 세 가지 가설을 검증했는데,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이 자연식품 기반의 전통적 식생활을 대체해오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가설이다. 과거 산업적 식품 가공은 자연식품의 저장 기간을 연장하거나 조리 과정을 쉽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초가공식품은 자연식품을 기반으로 하는 요리와 식사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개발한 여러 기술들은 식품을 변형하거나 첨가물을 결합해 즉시 섭취 가능하고 장기관 보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러 국가와 국가 내에서의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살펴보면,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는 저소득층이 초가공 식품을 많이 섭취하며,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는 고소득층이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데, 이는 비만의 분포와 유사하다.

초가공식품 중심 식단으로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93개국의 식품 판매 자료를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지난 30년간 10개국에 대한 연구에서는 영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유의미하게 초가공식품 섭취가 증가하였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11%에서 31.7%로 거의 세 배나 증가하였다. 93개국의 식품 판매 자료를 살펴본 결과, 초가공식품 판매량은 소득 수준이 낮거나 중간인 국가에서 크게 증가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두 번째 가설은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이 만성질환과 관련된 식단의 질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13개국에 대한 식이조사 결과, 전체 식단 중 초가공식품에서 섭취하는 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영양소는 감소하였고, 위험을 높이는 영양소는 증가하였다. 또한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10% 증가할 때마다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이 평균 34.7 kcal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맛·향·식감을 더하는 첨가물, 중독성,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식의 소비 유도 마케팅, 그리고 질감이 부드럽고 씹는 횟수가 감소하여 포만감이 오기 전에 많이 먹게 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트랜스지방산과 같은 독성 화합물이 초가공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주 생성되는 것도 식단의 질을 낮춘다.

마지막 가설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노출이 다양한 식이 관련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저자들은 성인 참여자들의 식습관을 추적 관찰한 104편의 연구를 분석하였다. 92개 연구에서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사망률과 5개군의 만성질환 중 하나 이상과 연관이 있었다. 78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만성질환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하였다. 104편의 연구를 확인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는 과체중 및 비만∙제2형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12개 건강 지표의 위험을 증가시켰다. 왜 그런 건강 결과를 나타내는지 따져봤을 때, 초가공식품의 당과 같은 영양소와 관련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에 저자들은 부드러운 질감, 가공 과정이나 포장재를 통한 독성 물질 노출, 첨가물과 혼합물, 파괴된 식품 구조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지난 30~4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초가공식품이 식생활 패턴을 대체해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식단의 질을 떨어뜨리고 식이 관련 만성질환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맛있지만 몸에 나쁜 음식'이 아니라,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식생활 자체를 바꾸어왔던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게 먹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선택은 개인의 게으름 때문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식습관과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봐 온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떤 환경 속에서 무엇을 먹도록 유도되고 있는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서지 정보

Monteiro, C. A., Louzada, M. L., Steele-Martinez, E., Cannon, G., Andrade, G. C., Baker, P., ... & Touvier, M. (2025). Ultra-processed foods and human health: the main thesis and the evidence. The Lancet, 406(10520), 2667-2684. https://doi.org/10.1016/S0140-6736(25)01565-X.

▲지난 23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한 상점에서 구청 위생과 식품가공팀 직원들이 고열량 식품과 정서저해식품 판매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