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수역학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서 마약류 성분이 검출될 정도로 마약류 사용 인구는 증가했다. 이는 마약 청정국으로 지칭되던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마약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일탈 행위나 음성적 범죄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구조적 위험요인이 되었다. 전공을 막론하고 일부 학자들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만 치부하는 것은 사회환경적인 구조를 잘 담아내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본질을 담아내지 못한다.
과거 필자는 다수의 마약류 의존자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있다.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마약류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결국 고립되거나 재활이 아닌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치료를 포함하여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지지해 줄 체계는 충분하지 않았고, 낙인과 단절은 회복 의지를 약화시켰다. 결국 중독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회복을 지속시킬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당사자들이 고민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단순히 약물을 끊는 상태가 아니라 이 후에도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존재하느냐이다. 가까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재활을 돕는 다양한 단체와 기관이 있다. 직업재활과 사회적응을 동시에 도울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반면, 국내는 그러한 지원 체계가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은 매해 약 2만 명이 넘는 마약류 의존자에게 개입하기 너무나 큰 한계이다. 이제는 마약 중독의 영역을 공공보건과 사회복지 체계 안에서 다루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가 제언하고자 하는 정책 전환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 차원의 통합 중독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현재 치료·상담·재활 서비스는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이를테면 지역사회 내에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관리통합센터 등 개입할 수 있는 기관과 서비스가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다. 지역 간 접근성 격차도 크다. 보건, 복지, 고용, 주거 지원을 연계한 통합 사례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치료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복귀를 위한 실질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재활 이후 안정적인 직업훈련, 고용 연계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복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에 필자는 재활시설의 양적확대를 제언하고자 한다. 재활시설에서는 기간 내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보호고용 제도나 공공일자리 연계 모델을 운영하는 것도 자주적인 회복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이상 중독에 대한 개입을 단속과 예방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퍼져있는 마약류로 인한 결과를 개인에게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단약 이후에도 다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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