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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이게 내 조서예요?"…검찰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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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이게 내 조서예요?"…검찰 '휘청'

곽씨 진술, 검찰 기소내용 뒤집어…'표적 수사' 의혹 제기될 듯

한명숙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을 쏟아내 '진술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곽 전 사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 심리로 열린 네 번째 공판에서 자신의 발언을 토대로 작성한 조서를 보고도 "이게 내 조서냐", "헷갈린다", "진술을 잘못했다"고 말해 검찰을 당황케 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은 "검찰 조사에서 (총리 공관) 오찬 이후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했다고 말했는데 법정 진술에서는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한 뒤에 고마움의 표시로 오찬에서 5만달러를 전달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는 등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집중 제기했다.

곽 전 사장은 "진술이 바뀐 게 아니라 2007년부터 수술을 많이 받으면서 전신 마취 등으로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곽 전 사장의 진술 번복에는 일의 선후가 명확히 뒤바뀌어 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에서) 진술을 잘못한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말했지? 정신이 없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날짜는 모를 수 있어도 일의 선후를 바꿔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결국 총리 공관 오찬과 석탄공사 사장 지원이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관련된 것처럼 진술하려다 그런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 한명숙 전 총리가 15일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

"그냥 필링이 왔다"?

변호인이 산업자원부로부터 석탄공사 사장 지원 권유가 온 것이 한 전 총리에게 자리를 부탁한 결과라는 주장의 근거를 묻자, 곽 전 사장은 "제가 먼저 (인사 청탁 얘기를) 한적 없다"고 검찰 조서를 부인했다.

검찰 조서에는 곽 전 사장이 "제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한 전 총리가 정세균 전 장관에게 저를 도와주라고 했겠느냐"고 한 것으로 돼 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의 조서를 들여다보며 "이게 제 조서예요"라고 되물어 방청석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곽 전 사장은 "제가 청탁을 했겠느냐. 총리님이 알아서 해줬으면 해줬지"라며 "내가 청탁을 할 위치도 아니었고 그럴 필요성도 없었다"며 "(내가) 답답한 것을 아니까, (한 전 총리가) 알아서 해주시는구나 했다. 이렇게 검찰 조사를 받은 것 같다"고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 전 총리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줬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잘못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냥 (한 전 총리가 내 부탁을 들어줬을 것 같은) 필링이 왔다"고 황당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석탄공사 사장 공모 탈락 사실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들었다"고 한 검찰 조서에 대해서도 곽 전 사장은 "탈락 소식을 한 전 총리에게 들었는지 청와대 사람에게 들었는지 헷갈린다"고 했다.

곽 전 사장은 변호인단의 질문에 "정신이 없다"거나 "불분명하다", "헷갈린다" 등의 답변을 해 검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공판 과정을 지켜본 노무현 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한편으로 검찰이 '그래도 증거도 없이 저렇게 해왔겠느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공판 내용을) 보면 변호인 측은 '이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기소 내용과 법정 진술이 달라질 수 있느냐"고 했다.

"검찰이 먼저 알고 추궁해왔다"

4차례에 걸친 공판 과정에서 곽 사장의 연이은 '진술 번복'은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석탄공사 사장 청탁 명목"이라는 뇌물 수수 근거와 대가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곽 전 사장은 지난 12일 공판에서 검찰에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넸다"고 한 진술을 번복하며 "의자에 놓고 왔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곽 전 사장은 이날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하기 전 검찰이 먼저 한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실에 대해 추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것이 아니라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진술을 지난 7일 검찰 조사 때 이미 해 검찰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곽 전 사장의 법정 진술이 재판에서 힘을 얻을 경우 검찰은 표적 수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 총리 측은 실제로 재판이 시작돼기 전부터 '강압에 의한 진술 조작' 의혹을 역으로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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