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목사로 소문이 나면 사장님들이 무지하게 싫어할 것 같아도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사장님이라면,
돈 못 받았을 때 누구에게 부탁할까?
선한 목사? 어림도 없다.
악질 목사다.
받으니까!
이런 이유로, 사장님들은 나를 경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믿는 구석을 갖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종이박스를 만드는 공장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 있는 딸이 돈을 못 받아서요."그 딸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 출장 메이크업을 다니는 분장사(扮裝師)다.
분장 아카데미(분장학원)에 속해 있는데 4개월 임금을 못 받았단다.
내가 물었다.
"노동부에 진정했나요?"
"예. 가락시장 근처에 있는 노동부에 했다네요."
"잘 했네요."
"잘 하긴요? 그래봤자 한 달 치 밖에 못 받은걸요."
"나머지는?"
"석 달이 지났는데도 차일피일 계속 미루기만 하고 언제 줄지 모른대요."
"근로감독관이 개입했으니까 곧 줄 겁니다."
"근데요 감독관이 *민사로 하는 게 어떠냐고 묻더래요."
나는 꽥 소리를 질렀다.
"안 돼!"
그가 놀라서 물었다.
"왜 안 됩니까?"
"형사로 해야 *형사처벌 받을까봐 돈을 주지! 민사로 하면 학원장이 뭐가 무서워 돈을 주겠어요?"
"그러네요!"비로소 알아차렸다.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형사로 해달라고 노동부에 가서 말할까요?"
"아뇨. 그냥 전화로 통보하세요.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그제서야 안도한 듯
"목사님한테 전화하기 잘했네요."하지만 또 걱정이 되는지
"사실은 딸이 두 달 후에 미국 가야 하는데, 그 안에 해결될까요?"
"왜 그딴 걸 걱정하죠?"
"본인이 없으면 돈 못 받잖아요!"
"통장 사본 주고 가면, 통장으로 넣어줄 텐데 뭐가 걱정이죠?"
"하, 그렇군요."
그는 비로소 활짝 웃었다.
간단한 노동법도 모르는 사장님들이 수두룩하다.
내 비록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게 주 임무이지만,
때로는 한국사람, 심지어는 사장님을 돕기도 한다.
*사장님 : 아주 순진한 분으로 임금을 체불한 경험이 없어서 노동법에 대해 거의 모른다.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고!
*민사로 하는 게 어떠냐? : 민사로 하면 감독관 할 일이 대폭 줄어든다. 채권자와 채무자 즉 당신네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얘기니까. 손 안 대고 코 푸니 깜찍하지! 형사기소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검찰로 송치할 일도 없다.
*형사처벌 : 임금은 노동자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므로 안 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정부에서 임금 체불을 강력히 단속하는 것도 노동자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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