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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공약 '주치의제', 이름만 붙여서 되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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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공약 '주치의제', 이름만 붙여서 되는 것 아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주치의제가 안착되기 위한 조건

올해부터 '주치의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치의제도의 실시는 의료의 공익성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의료개혁의 꽃이라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닥터쇼핑, 3분진료, 과잉진료, 의료기관간 협력보다 무한 경쟁, 대형병원 쏠림악화, 의료의 질과 환자만족의 저하 등 우리의 의료체계가 갖고 있는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핵심 정책이 바로 주치의제 시행이다.

이재명 정부는 주치의제 시행을 대선 공약에서 주요 보건의료정책 중 하나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 핵심 국정 과제로도 선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으로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고 만성질환 중증화 방지를 위한 환자 중심의 일차의료체계가 지역사회내에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추진 배경으로 설명하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2028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29년부터 단계적인 지역확대와 제도화를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전국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몇몇 시민단체들도 이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간 정부가 주치의제라는 이름의 시범사업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2018년부터 시행한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이지만, 그 성과는 초라한 수준이다. 의료기관의 참여도 저조하고, 심지어 당사자인 장애인조차 참여가 저조하다.

주치의제도는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서 반드시 추진하고 성공해야 할 정책이지만, '주치의제'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해서 주치의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속에 팥이 빠진 찐빵은 찐빵이 아니다. 주치의제라면 갖추어야할 핵심내용이 있다. 이에 정부가 계획하는 시범사업이 더 잘되기를 기원하며, 주치의제도 시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지켜지고 보완해야할 원칙들을 제시해 본다.

첫째,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통해 달성해야할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소위 '한국형 주치의제도'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주치의제는 의료 개혁의 목표가 아니라, 좋은 의료 개혁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수단일 뿐이다. 주치의제는 다음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 환자중심적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 환자중심이란 환자의 건강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간호·돌봄·영양·운동 등 다학제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준높은 양질의 일차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치료와 질병관리를 넘어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재활, 호스피스까지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지기 역할로서 환자의 건강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하되, 2차 3차 기관과의 의뢰·되의뢰 체계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능과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고 갖추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테스트하고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주치의제에 참여하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보상은 양이 아닌 질, 즉 가치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존의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공급자에게도, 장애인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애인 진료는 의사소통과 진찰을 하는데 비장애인보다 3~4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찰에 대한 보상이 일반 진찰과 동일한 수준이다. 의료인이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를 외면하는 이유다. 더 많은 노력에 더많은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 원칙은 가치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행 행위별수가제 기반으로는 어렵다. 행위별수가제는 가치를 따지지 않고 양만 따진다. 행위별 수가보상을 기반으로 주치의제도는 작동이 어렵다고 장담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진료의 차이처럼 합병증이 없는 단순 만성질환자와 합병증을 갖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의 진료에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행위별 수가 방식은 이를 보상하기 어렵다. 기존의 장애인 주치의가 자리잡지 못한 핵심이유다. 가치기반 지불 방식으로 전환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치기반의 지불 방식은 행위의 양이 아니라, 행위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의 건강의 결과가 더 좋을수록 높은 만족의 환자경험을 제공할수록 보상이 늘어나야 한다. 가치기반의 지불이 되어야 공급자는 장애인일수록, 복합만성질환자일수록,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더 많은 시간을 진료에 할애할 수 있다. 3분 진료가 사라지고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다. 의료가 더 많이 필요한 자에게 더 많은 의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주치의제도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한편, 가치기반 진료는 공급자에게 불이익도 준다.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환자가 좋아져도 나빠져도 그로인한 추가적인 이익이나 불이익이 없다. 제공된 행위의 양에 대해서만 보상받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공급자가 가치없는 의료를 제공한다면, 나쁜 건강경과를 만들어낸다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지속적으로 유도한다면,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에서는 환자의 건강결과에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과잉진료를 하는 것이 공급자에게 유리하지만, 가치기반에서 과잉진료는 오히려 공급자에게 재정적 손해를 끼칠 수 있다. 공급자는 이익을 위해서라도 양질의 의료, 가치있는 의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의료는 자제할 것이다.

셋째, 주치의제를 시행하려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물적 인프라를 갖춘 일차 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지금 대다수의 동네의원은 단독 개원을 하고 있다. 대부분 간호조무사나 진료보조만을 두고 운영할 뿐 간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동네의원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런 조건에서 주치의제 시행은 언감생심이다. 주치의제를 운영하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의사는 환자진료와 교육, 팀 회의, 전화상담, 방문진료 등이 필요하며, 간호사, 영양사, 복지사, 운동관리사, 재활·물리치료사 등의 다학제 팀을 갖추어야 한다. 의사도 1인이 아니라 최소한 2인 이상이 필요하다. 또한, 다학제 팀을 운영하는데는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 민간의료기관이 단순히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한 행위별 수가 방식보다 인건비 지원을 우선 해주고, 차후 가치기반 수가에 반영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정부가 공공 의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공공의원을 통해 의사와 다학제 팀을 채용하고 운영함으로써 주치의제를 시행할 수 있는 운영 모델을 먼저 테스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주치의제 시범사업 추진은 이재명 정부만의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일정대로라면 2028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판단하여 2029년 단계적 확대를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마치 현 정부의 임기말까지 시범사업을 하고 그 이후의 확대는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긴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권말이 되면 보통 핵심정책의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차기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시범사업은 결국 유야무야되며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업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시범사업 방식으로 거대한 일차의료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한다. 5년의 정권 변화에 너무 크게 휘둘리기에 그렇다. 바람직한 방법은 주치의제 시범사업과 일차의료개혁을 입법화하여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다. 일차의료 개혁 추진을 입법화하여 추진한다면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가 관심갖고 주도할 수 있고 사업의 진행과 성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정부는 정권의 변화와 휘둘리지 않고 일관되고 책임있게 사업을 추진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차의료 개혁 특별법'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쩐일인지 법률에 근거하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근거한 시범사업을 추진되고 있다. 아쉬울 뿐이다. 국회가 정말로 일차의료 개혁과 주치의제 시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다면, 지금이라도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률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위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이 한국 사회에 주치의제도를 안착시키는데 보다 나은 환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범사업 방안을 보자면 아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시범사업의 본 시행은 올해 7월로 예정되어 있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이 주치의제의 장점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위해 좀더 심사숙고하고 의견을 경청해주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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