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내각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토지 매입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이 사실상 서안 합병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미국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병 반대 입장을 재강조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백악관은 이스라엘 안보내각 결정에 대한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안정된 서안지구는 이스라엘 안보를 보장하고 이 지역에서 평화를 달성하려는 현 행정부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이스라엘인의 서안지구 토지 구매를 용이하게 하고 이 지역 이스라엘 통제를 확대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이 조치는 서안지구 토지를 유대인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폐지하고 기밀로 분류됐던 서안지구 토지 등기부를 공개한다. 구매를 원하는 이스라엘인들이 토지 소유자를 확인해 직접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인들은 서안지구 토지를 직접 구매할 수 없었고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통치 기구인 민정청에 등록된 회사를 통해서만 사들일 수 있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서안지구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 확대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가 "유대인들이 텔아비브나 예루살렘 땅을 구매하듯 유대와 사마리아(이스라엘에서 서안지구를 칭하는 표현) 토지를 구매하는 걸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우린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상을 계속해서 매장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내각은 이에 더해 1995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체결한 2차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전면 통제권을 갖는 C구역 밖 영향력 강화 조치 또한 승인했다. C구역은 서안지구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이번 내각 결정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전면 통제하는 A구역 및 팔레스타인 쪽 민간 통제와 이스라엘 안보 통제 하에 있는 B구역에 대한 감독 및 단속 활동 또한 확대하도록 한다. 수질 오염, 유적 훼손, 환경 오염 관련 감시 활동 명목이다.
정착촌을 감시하는 이스라엘 단체 피스나우는 이 조치를 통해 이스라엘 당국은 A, B 구역에서 팔레스타인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게 되는데 해석 범위가 너무 넓어 하수 처리 시설에 연결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이나 주택까지 철거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사실상 합병 강행" 비판…아랍국들 "이스라엘,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주권 없어"
피스나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가 "사실상의 합병 강행"이라며 "내각은 A, B구역 및 헤브론에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한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준수하기로 한 국제 협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A, B지역 병합을 향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무너뜨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무너뜨리는 걸 선택했다"며 "우리를 파멸로 끌고 가는 극단적이고 무책임한 정부"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안보내각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일 워싱턴DC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기 직전 이뤄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 회담에서 미-이란 핵협상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네타냐후 총리는 핵협상에 이란 탄도미사일 제한과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튀르키예(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아랍 및 이슬람 8개국은 9일 공동성명을 내 이스라엘 내각 결정이 "서안지구 불법 합병 시도 및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를 가속화"하려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은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주권이 없다"며 이러한 조치는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자 2국가 해법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유럽연합(EU) 집행위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 아누아르 엘 아누니는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통제를 확대"하는 이번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조치"라고 비판했다.
영국 외무부도 9일 성명을 내 이스라엘 내각에 결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외무부는 해당 조치는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통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의 지리적 혹은 인구학적 구성을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는 전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9일 성명을 통해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점령된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의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 및 관련 체제와 기반시설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고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다"고 재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네타냐후 극우 연정은 정착촌 확장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내각이 서안지구에 신규 정착촌 19개를 승인하는 등 이 정부 들어 서안지구 정착촌 수는 거의 50% 증가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지난해 8월엔 서안지구를 남북으로 단절하는 E1 정착촌 설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서안지구 및 동예루살렘 불법 정착민 수는 70만 명이 넘는데 이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에 실질적 걸림돌이 된다.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 휘두르는 폭력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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