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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나의 강점" 이찬혁 MV 출연한 배우가 스스로 '난쟁이'라 소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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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나의 강점" 이찬혁 MV 출연한 배우가 스스로 '난쟁이'라 소개하는 이유

[장애 드러내는 사람들] ⑥ 왜소증 장애인 배우 김유남 씨

여전히 장애가 욕설로 사용되거나 약점이 될까 숨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드라마, 유튜브, 연극, SNS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중의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프레시안>은 장애를 소재로 대중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과정,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들었다. 편집자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지난해 정규 2집 EROS를 발매하며 음악성과 대중성에서 모두 호평 받았다. 80년대 팝 사운드를 기반으로 사랑과 연대를 노래한 그의 앨범과 수록곡 '멸종위기사랑'으로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앨범, 최우수 팝 노래, 올해의 노래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집 앨범은 이찬혁만 빛나는 작품이 아니다.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는 이찬혁과 함께 춤추는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져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비비드라라러브 뮤직비디오의 포문을 연 배우 김유남(33) 씨는 삭발한 머리와 눈에 띄게 작은 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이찬혁 버금가는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카페에서 <프레시안>과 만난 김 씨는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강렬한 인상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덥수룩한 머리에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농담을 툭툭 내뱉었다. 이찬혁을 "찬혁이 동생"이라 부르며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 한동안 '연예인병'에 걸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금은 연예인병이 나았는지 묻자 김 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배경화면을 켜자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춤추는 영상이 나왔다. 김 씨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나를 알아볼까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만지작거리곤 한다"고 했다. 역시나 연예인병은 쉽게 낫는 병이 아닌가 보다.

▲왜소증 장애인 배우 김유남 씨가 이찬혁 '비비드라라러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장면ⓒ이찬혁 뮤직비디오 갈무리

이찬혁 뮤직비디오 출연 전에도 김 씨는 유명한 배우였다. 그는 2015년 연극 '급이 다르다'를 시작으로 뮤지컬, 무용,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해 왔다. 2018년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의 왜소증 캐릭터 '톰 섬 장군'을 연기할 때는 "사실상 처음으로 장애인 배우가 한국 상업 뮤지컬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를 "장애인 배우"라 칭하는 세간의 표현이 드러내듯, 김 씨는 평균보다 키가 작은 수준을 넘어 '왜소증' 장애인이다. 그의 키는 132센티미터, 체중은 60킬로그램이다. 머리와 몸통 크기는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키와 손 등은 월등히 작아 사람 사이에 있으면 유달리 눈에 띈다.

김 씨의 왜소증은 뼈가 성장하는 동안 연골이 원활히 발달하지 않는 '연골무형성증'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뼈가 잘 발달하지 않으니 쉽게 휘고 다친다. 또 오래 서 있거나 멀리 걸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데, 짧은 거리는 뒤뚱거리며 걸어간다 쳐도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전동 스쿠터를 타야 한다.

선천성 장애인 김 씨는 어려서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작았다. 또 다리가 자꾸 휘어 수시로 수술과 보조기 착용 등 조치를 취해야 했다. 김 씨는 이를 인지하면서도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불편한 경우가 있었지만, 일상생활 대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키가 작다는 건 어려서부터 계속 알고 있었죠. 그런데 '아 내가 장애가 있구나"라고 느낀 순간 같은 건 없어요. 나를 특별하게 느낀 적도 없고요. 도리어 사람들이 나를 장애인으로 인식해서 불편했던 순간은 자주 있어요. 최근에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비장애인 분들끼리 저를 두고 싸우는 거예요. 한 할아버지가 저보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할머니를 지팡이로 막아서면서 제게 '먼저 들어가세요'라고 하는 일도 있었고요. 그분들 마음은 감사한데, 장애를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곤 해요."

▲김유남 씨와 그의 어머니ⓒ김유남 제공

장애를 아랑곳 않는 김 씨의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는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면서도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외동아들인 김 씨에게도 다양한 사람과 세상을 소개해 줬고, 그 덕에 김 씨는 많은 경험을 쌓으며 높은 자존감과 유쾌한 성격을 갖게 됐다.

어머니가 물려준 기질과 경험 덕에 김 씨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의 관심을 끄는 데 능숙했고, 그들이 주는 시선을 즐겼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학교 선생님은 김 씨에게 개그맨이 돼라고 권유했고, 김 씨는 흔쾌히 응해 예원예술대학교 연극영화코미디학과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니며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다 보니 졸업할 즈음에는 자연스레 배우가 됐다.

김 씨는 "왜소증은 배우인 나에게 확실한 강점"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한 직업 특성상 눈에 띄게 작은 키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다. 새 배역을 연기할 때마다 꿈꿔 왔던 직업을 해볼 수 있어 재밌다"는 이유다.

김 씨가 이찬혁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계기도 왜소증이 영향을 미쳤다. 이찬혁 측은 뮤직비디오에 다양한 모습의 사람이 나오길 희망했고, 이 과정에서 섭외된 배우 중 한 명이 김 씨였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김 씨가 여러 매체에 섭외 요청을 받은 걸 보면 이찬혁 측의 섭외 의도가 적중한 듯하다.

다만 왜소증이 항상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김 씨의 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공연한다는 게 감동이다", "장애인이 애쓴다"는 식으로 장애라는 요소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배우가 인물을 관객들에게 설명해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연기하면 인물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저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느낌이 들곤 해요. 저는 배우로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너무 감동할 때가 많더라고요. 그러면 쉽게 자만해지는데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마음을 경계하고 있어요."

▲배우 김유남 씨ⓒ프레시안(박상혁)

일상생활에서도 공연에서도, 김 씨는 자신이 왜소증이란 이유로 배려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한다. 이는 그가 스스로를 '난쟁이 배우'라고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대중이 장애인을 어려워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라는 마음에, 비하적 의미가 담겼지만 사람들이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김 씨는 왜소증 장애인 배우들을 모아 기획사를 차리려고 한다. 대중매체에 왜소증 당사자들이 더 자주 등장하면 사람들이 왜소증에 대한 오해를 풀고 친근하게 생각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왜소증 당사자들이 있는데도 왜소증 캐릭터에 비장애인 배우를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다.

"장애인, 그리고 저를 친근하게 대해주면 정말 좋겠어요. 욕심으로는 '김유남은 장애인인데 희망적이고 선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아치구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당연히 기본적인 존중은 있어야겠죠. 하지만 '장애인도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면 좋겠어요. 장애인을 너무 어려워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걸 당사자들은 오히려 더 싫어할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어요."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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