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 가정의 삶이 가난 앞에 무너졌다. 3월 10일 전북 임실에서 3명, 17일 전북 군산에서 2명, 18일 울산 울주에서 5명으로 이뤄진 가족이 빈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이들이 처한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한 복지 제도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도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직권 신청 활성화 △지원 대상자가 복지급여를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 개선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고도화 등이 주요 대책으로 논의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대책에 빈 곳은 없을까. 위기가구 사망사건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참여연대가 10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반복되는 위기가구 사망사건, 진짜 대책은 없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발굴 중심 대책만으론 부족…엄격한 선정기준, 낮은 보장성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직권 신청 활성화, 신청주의에서 자동주의로의 복지급여 전환 등 '발굴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으로는 지난달 세 가족에게 일어난 것 같은 비극을 막기 어렵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발굴 중심 대책에 대해 김윤민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이고 진전된 접근처럼 보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며 "현장에서 확인되는 (위기가구 사망) 사례 대부분은 수급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해서 지원받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기초생활보장수급제도 등의) 엄격한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성"이라며 "빈곤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관련 제도 개선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초보장제도가 최후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자동지급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자동 선정 시스템'이 아닌 '자동 탈락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대책을 말하며 김 교수는 "빈곤 해결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지우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낮은 보장 수준 개선", "낮은 수준으로 측정된 기준 중위소득의 재설계"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급자를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간주하는, 빈곤과 수급에 대한 부정적 담론을 해체하지 않는 한 제도 개선 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진짜 잔인한 것은 신청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복지 지출을 억제하려는 기조가 낳은 과도한 관료주의와 선별주의"라는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선정기준 완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급여수준 현실화"를 제도적 과제로 제시했다.
복지 인력 충원, 가난과 자살에 대한 근본적 이해 강조한 의견도
복지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 이현주 씨는 '복지전담공무원 1인당 발굴 대상자가 전국 평균 106.3명, 울산은 205.1명, 대구는 158.8명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복지전담공무원들이 맡아야 할 대상자 수가 너무 많다"며 "주민센터에서 복지전담공무원들이 하는 업무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상담만이 아니다. 다른 업무가 굉장히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고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직접 대면해서 얼마나 빈곤한가를 확인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하고 있다"며 "전담공무원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정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도 "각각의 지원체계를 연결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올해 3월 통합돌봄도 시행된 상황에서 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증원은 사실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현장의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며 인력 문제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따라갈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근본적 관점에서 빈곤과 자살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견도 있었다. 김성욱 교수는 "한국의 자살률은 20년 넘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며 "지니계수와 자살률은 동반급등하고 동반하락하는 동조화 패턴을 25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소득불평등과 자살이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자살은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고통이 더는 해소되지 않고 탈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결과"라며 "무엇이 원인이 돼 어떤 경로로 삶이 해체되는지, 왜 한국에서 자살률이 20년 넘게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사회보장제도가 이를 차단하는 데 어디서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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