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할까. 세계 3대 전략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 세계 16개국, 10개 산업 임원 2360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공지능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내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2026년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수의 CEO는 AI 에이전트가 2026년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 기업의 94%는 단기 성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더라도 AI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응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관련해서 AI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좌우하는 필수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AI가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력 기술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관련된 이야기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간사 김주영)와 국회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노동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고용노동부 등이 주최한 'AI 전환과 노동의 미래'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유다.
"AI로 사라질 직업 걱정보단,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에 집중해야"
이날 발제를 맡은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I로 사라질 직업을 걱정하기 보다는, AI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에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최근 인간 수준의 시공간 지능을 갖춘 피지컬 AI가 부상하고 있다"며 "이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와 결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단순 제품 생산을 넘어 제조 소프트웨어와 피지컬 AI 기술을 융합해 공장 구축 및 운영 노하우 자체를 수출하는 신성장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기술 초기에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크기에 정부가 초기 자본 역할을 수행하며 AI 기업 창업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설령 그 기업이 도태된다 하더라도 축적된 노하우와 인력이 산업 전체로 재흡수되기에 순환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 초기에는 다양한 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인재는 다음 세대 신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한 "AI 시대에는 이론만이 아닌 현장 실행력을 갖춘 '행동하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론의 카이스트와 현장의 한국 폴리텍이 협업해 새로운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암묵지로 피지컬 AI가 완성"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기술의 발전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AI의 발전이 일자리 총량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이 기술 발전의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 굴절시킬 수 있을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그러면서 AI 발전 관련해서 "생성되는 일자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어느 분야에서 확보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일자리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문제에는 답하기 어렵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산업 진흥, 융합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는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상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박사는 "피지컬 AI는 자본(로봇)이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를 가속화하여 부의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피지컬 AI는 위험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보완할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기존 숙련공들의 노하우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암묵지를 바탕으로 경제적이고, 경쟁력 있는 피지컬 AI가 완성됐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 관련한 논의나 고민을 하는지는 회의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만으로 노동자와 노조를 설득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또한 "경제성이 높은 피지컬 AI에 대한 구매는 일부 부유층과 기업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소득을 가진 노동자와 국민이 피지컬 AI는 물론,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해야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AI로 인해 실업자가 되고 소득이 없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것은 AI의 지속가능성을 약화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일정 수준의 소득 보전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이를 위한 전초 단계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언급하며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수용과 공정한 분배"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부가 노사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야 향후 AI 관련 수용성이 높아 우리 사회에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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