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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거리제한,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인가

[경제뉴스N시선] 음식점은 영업 중이고, 라이더는 부족하지 않다

피크타임에 주문 '뚝'..사장님만 몰랐던 '준비 중.' 지난달 26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제목이다. 이 뉴스는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음식점주들에게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다. 너무 자주 겪는 일이었으니까.

거리제한이란 배달앱 운영사가 앱에서 음식점이 노출되는 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에서 보듯, 원래 음식점 업주들과 B 배달앱의 계약은 '반경 4km까지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초창기부터 배달 반경 4km까지 주문을 받으며 영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B 배달앱이 주문 가능한 거리를 일방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반경 4km였던 노출 거리를 반경 1km로 바꾸는 식이다.

▲<그림 1> 과거에 B 배달앱의 노출 반경은 통상 4km였다.

반경 1km 바깥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는 소비자가 배달앱을 켰다고 생각해 보자. 거리제한이 적용되는 경우, 음식점이 정상 영업 중이라도 소비자의 배달앱 화면에서는 '영업 준비중' 또는 '영업종료' 상태로 표시된다. 배달 주문은 당연히 불가. 소비자는 그 음식점이 문을 닫았거나 배달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음식점 입장에서 반경 4km에서 반경 1km로 주문 범위가 줄어든다는 것은 치명적인 타격이다. <그림 2>에서 확인되듯이, 거리가 4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은 면적이 16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특히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저녁 시간대에 주문 거리제한이 빈번하게 걸리기 때문에 그날 하루의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기존 단골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도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그림 2> 4km에서 1km로 배달 반경이 축소될 경우,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지난 10일, 어느 음식점주는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비오는 날이면 배달이 월등히 많은데, 거리제한으로 매출이 3분의 1 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음식점주는 "전에는 주문이 15~20개 꽂혔는데 이제 많아야 5개"라고 증언했다. 이런 일이 거의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음식점주들은 배달앱이 강제로 '영업을 제한'한다거나 '영업권 침해'를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평소와 똑같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저녁 시간에 누군가가 와서 강제로 음식점 문을 잠가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더 기막힌 일은, 점주들은 자기 가게의 문이 잠긴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관리자 화면이나 포스(POS) 기기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몰랐다가 직접 소비자용 배달앱을 켜보고 나서야 알게 된다. 혹은 ‘왜 주문이 안 되느냐’는 고객의 실망 섞인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된다. 그래서 MBC 뉴스 보도의 제목처럼 "사장님만 몰랐던" 일이 된다.

MBC 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은 댓글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여태 문 닫았던 식당들이 진짜 문 닫은 게 아니었구나..."

"어쩐지 이상하게 준비중 많이 뜨더라니..."

"이래서 같은 가게인데도 B 앱에서는 닫혀있고 C 앱에서는 열려있고 그런 거구나."

공정위도 '부당'하다고 했지만…

B 배달앱 운영사는 약관에 "주문 폭주, 악천후, 교통마비 등 정상적인 배달이 어려울 경우" 노출범위를 한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는 점을 들어 거리제한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배달앱의 거리제한 관련 약관은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하다고 판단되어 시정 권고를 받았다. 10월 13일자로 발표된 공정위 보도자료를 잠깐 보자.

"배달앱상 가게 노출은 배달앱과 입점업체가 체결한 플랫폼 이용계약의 핵심 급부이다. 더 넓은 범위의 소비자에게 노출되면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더 높은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과 음식점의 계약에서 노출 범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악천후, 주문폭주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시적으로 노출거리를 조정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입점업체에 대한 통지 절차가 규정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봤다. "입점업체의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배달앱 운영사들에게 거리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거리제한 관련 통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권고'는 강제성이 없다. 공정위의 조치는 소극적이었고, 거리제한 자체를 막지도 않았다. 현장에서 노출거리 조정이 정말 '일시적'인지, 정말로 '악천후'나 '주문폭주' 상황에만 노출거리가 제한되는지 정밀하게 따지지도 않았다. 당시 B 배달앱과 C 배달앱은 "관련 조항을 시정"하겠다고 공정위에 약속했지만, 여전히 음식점주들은 거리제한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라이더 수급이 어렵다는데, 그 이유는?

B 배달앱이 수시로 거리 제한을 하는 이유가 배달 라이더 수급이 어려워서라는 추측도 많다.

실제로 B 배달앱의 음식 주문에 라이더 배정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나왔다. 일감이 있는데도 배달 라이더가 모이지 않는다면, 정말로 라이더의 수가 부족한 걸까?

MBC 보도에 달린 댓글들은 "라이더가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배달기사는 많습니다. 배달비를 배민에서 더 부담하기 싫어서 제한하는 겁니다."

"요즘 배민 수익 창출 한다고 가게에서 3400원 받고 기사들한테 단가 후려쳐서 2200-2500원주니까 안가고 거절해서 저러는 거예요. 절대 기사가 부족한 거 아님."

배달 커뮤니티에 올라온 라이더들의 댓글도 보자.

"콜 안 빠지면 무조건 거리제한부터 걸어서 장사하는 사장님들 주문 막는다. 기사분들한테 단가 더 쳐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죽어라 단가 안 올리고 그냥 저 단가에 빼줘 마인드네요."

"저희 기사도 기사지만 자영업 사장님들 어째요 정말."

이게 무슨 말일까? 라이더에게 제시하는 배달 단가가 너무 낮아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배달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 배달앱이 운임을 높게 지급하면서 콜을 처리했다. 라이더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시간대에 운임이 낮으니 피크 시간에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을 받아서 하루 수입을 어느 정도로 맞췄다. 그런데 요즘 B 배달앱은 피크 시간에도 배달 단가를 올리지 않고, 거리가 먼 주문은 아예 막아버린다. 또 미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을 삭감하기도 한다.

근거리 배달 운임은 20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와 있다. 여러 건을 묶어서 배달할 때는 건당 1000원대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700원짜리도 등장한다. 유가 상승으로 라이더의 필요경비는 높아지고 있는데 배달 운임은 오히려 정체되거나 낮아지는 '역주행'이다.

라이더 운임을 너무 낮게 유지하니 미배차로 결국 음식 주문이 취소되는 상황도 발생한다(<그림 3> 참조). 주문이 취소되더라도 플랫폼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취소된 주문의 음식값은 음식점주가 떠안는다. 음식점주, 소비자, 라이더 모두가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본다.

▲<그림 3> 단가를 안 올리니 장기 미배차되어 주문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다.(그림 1,2,3은 유튜브 채널 '자영업다이어리' 화면 갈무리)

그러니까 B 배달앱의 문제는 라이더가 부족한 게 아니다. 경비를 빼면 남는 게 없을 정도의 저임금으로 일할 라이더가 부족한 것이다.

3400원 '배달비'와 라이더 운임의 차액

정말로 라이더 수급이 문제라면, 배달 노동에 적정 단가를 지급하면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B 배달앱 운영사는 음식점 노출거리 제한을 통해 단거리 주문만 받는 방법을 택했다. 거리제한으로 소비자의 주문이 줄어들면 배달앱 운영사의 매출도 줄어들 텐데, 운영사는 왜 이런 행위를 계속하는 걸까. 배달앱 운영사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현장 증언을 토대로 추측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B 배달앱은 음식점에서 중개수수료나 광고비 등을 제외하고 건당 배달료로만 3400원을 고정으로 받아 간다. 그런데 라이더에게는 건당 정해진 액수가 아니라 거리에 따라 차별적인 액수를 지급한다. 1km 정도 거리의 가까운 주문은 2000원대(묶음배달은 1000원대도 가능)까지 낮춰놓은 상태지만, 거리가 먼 주문은 4000원 이상도 지급한다.

그렇다면 거리가 먼 주문을 적게 받고 가까운 거리의 주문을 많이 받을수록 배달앱이 가져가는 돈의 액수(3400원-라이더 운임)는 커진다. 음식점주와 라이더들의 댓글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전체 주문 건수가 줄어들면 배달앱 운영사에도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되겠지만, 당장의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거리제한은 통보를 제대로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배달앱은 양쪽으로 비대칭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한쪽에서는 음식점의 노출과 주문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라이더의 일감과 임금을 전적으로 통제한다. 계약의 핵심적인 사항이 수시로 변하는데도 그 알고리즘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플랫폼이 음식점주와 라이더 양쪽으로 얼마든지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배달 라이더이자 배달/퀵서비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터틀스프린트'는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들은 B 배달앱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고, 라이더들은 콜이 없어서 한 시간에 두 건, 세 건 겨우 하면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 현장 상황이 점점 심각해진다. 플랫폼의 부당한 행위는 단호히 제한하고, 수수료 상한선과 임금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안진이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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