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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대전의 미래에 던져진 치명적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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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자의 창]대전의 미래에 던져진 치명적 독사과

안전성 검증도 행정 절차도 불투명한 장빗빛 공약, '공짜 도로' 뺏긴 서민들은 통행료 독박쓰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지역 선거판이 대형 토목공약으로 출렁이고 있다.

핵심 화두 중 하나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발표한 ‘대전천 하상도로 지하화’ 공약이다.

대전천 하상도로 6.42㎞ 구간을 지하화해 교통정체를 해소하고 지상공간은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청사진이다.

‘도로는 지하로, 자연은 시민에게’라는 슬로건은 화려하다.

그러나 이 공약은 시작부터 완공 이후까지 대형 재난 리스크와 시민 재정부담이라는 치명적인 부메랑을 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안양천 ‘옆’의 단단한 지반을 통과하는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조차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하천 ‘바로 아래’의 취약한 지반을 뚫어야 하는 대전천 지하차도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구조적 재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 측은 과감한 추진력을 강조하지만 하천구역에 대규모 지하구조물을 밀어 넣는 사업은 법적·행정적 장벽이 상상을 초월한다.

비록 하천법 개정 사안까지는 아닐지도 현행법상 하천구역 내 공작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금강유역환경청 등 정부부처와의 하천기본계획 변경협의, 하천점용허가 그리고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대전천은 폭이 좁아 집중호우 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는 치수취약 하천으로 관리당국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 역시 행정절차의 늪을 피해가지 못했다.

당초 서울시는 2011년 착공,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으나 민자적격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하천점용허가 등 제반 행정절차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계획보다 5년이나 늦어진 2016년 3월에야 겨우 첫 삽을 떴고 2021년 9월에 개통했다.

행정절차와 설계에만 5년이 소요된 셈이다.

총사업비 약 6700억 원의 재원을 민간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이번 공약 역시 민자적격성 조사와 협상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 후보의 임기 내에 착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의 선례에서 보듯 완공 이후 드러날 안전성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공약은 도심 정체 해소와 상부공간 공원화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와 판박이다.

하지만 기술·지형적 난이도를 살펴보면 대전천은 그보다 더 악조건이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안양천 물줄기에서 벗어난 ‘천변 지상부지’의 지하 약 80m 암반층을 뚫었다.

반면 대전천 공약은 양옆에 부지가 없어 하천 물줄기가 흐르는 ‘하천 바닥 바로 밑’을 관통해야 한다.

하천 밑바닥은 물이 상시 투과하는 모래와 자갈 중심의 연약 지반으로 서울이 ‘하천 옆의 지하수 압력’을 견디고 있다면 대전천은 ‘하천 물줄기 전체의 무게와 수압’을 터널 천장과 외벽으로 24시간 내내 받아내야 하는 구조다.

실제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외부에서 들이닥치는 빗물 외에도 터널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 통제에 실패하며 누수와 결로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가 아니더라도 터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외부로 배출하는 배수펌프가 고장 나면서 지하수가 역류해 도로가 침수되는 일까지 발생했었다.

또 밀폐형 지하도로 구조상 화재 및 차체 끼임 사고 리스크가 상존한다.

서부간선지하도로는 높이 제한 3m의 승용차 전용으로 설계됐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대형 화물차나 버스가 진입하려다 터널 천장에 가로막혀 끼이는 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터널 내 차량 화재 사고도 빈번한데 사방이 막힌 대심도 지하도로 특성상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목전문가는 “하천 옆을 판 서울도 평시에 지하수 배수시스템 문제나 누수, 자동차 화재 사고 등 공학적·구조적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며 “하천 물줄기 바로 아래를 관통해야 하는 대전천 지하차도는 그 환경이 훨씬 취약한 만큼 집중호우나 화재 발생 시 방재시스템에 미세한 결함이라도 생기면 대형 재난으로 직결될 수 있어 훨씬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전천 하상도로는 원도심과 둔산 도심을 잇는 대전의 핵심 동맥으로 하루 평균 약 7만 5000여 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는 ‘무료 공공도로’다.

출퇴근길 시민들이 아무런 비용 없이 이용하던 도로를 폐쇄하는 대신 6700억 원의 사업비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유치하겠다는 내용이다.

민간사업자는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회수하기 위해 완공 후 최소 30년간 통행료를 징수하게 된다.

결국 시민들은 기존에 무료로 다니던 길을 가기 위해 매일 출퇴근마다 ‘통행료 폭탄’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역시 서부간선지하도로의 선례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부간선지하도로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됐기에 개통 이후 30년간 통행료가 징수된다.

특히 일반 고속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명절 기간 통행료 면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친환경차 할인혜택 등 공공도로에서 제공되는 감면혜택도 전혀 없다.

대전천 지하차도 역시 민자로 건설될 경우 대전시민들은 명절 고향길에도, 친환경차를 타더라도 고스란히 100%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하상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대전시민들의 불만과 원성도 커지고 있다.

서구 둔산동에서 동구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 모 씨(35)는 “지상을 공원화해서 돌려준다더니 정작 매일 쓰던 출퇴근길을 유료도로로 만들어 통행료를 뜯어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민을 위한 공원인지 민간건설사 배를 불려주기 위한 꼼수인지 분통이 터진다”고 꼬집었다.

서울에서는 통행료 부담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지상 일반도로로 대거 밀려나오면서 극심한 병목현상과 교통정체 지옥으로 변했다.

대전천 하상도로 역시 지하화될 경우 주변 제방도로와 원도심 이면도로로 차량이 쏟아져 나와 교통정체가 오히려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전천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 모 씨(51) 역시 “하상도로가 유료화되면 그 많은 차가 다 어디로 가겠느냐”며 “안 그래도 복잡한 원도심 골목골목까지 우회 차량으로 가득 차 교통지옥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이어 “수변공원이 생기면 결국 대전천 근처에 건물이나 땅을 가진 일부 사람들만 자산가치가 올라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며 “정작 매일 지나다니는 서민 운전자들은 통행료 폭탄을 맞고 인근 소상공인들은 정체통제령에 갇히는 꼴이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상공간 환원’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 숨겨진 본질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거대한 토목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매섭다.

공원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매일같이 이 도로를 이용해 생계를 잇고 일터로 향하는 평범한 대전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꼴이다.

나아가 수변공원 조성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대전천 인근의 일부 부동산 및 토지소유주들에게만 집중되는 ‘구조적 불평등’마저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시민들의 원성을 더욱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화려한 수변 프리미엄의 수혜는 소수의 자산가와 건물주들이 독식하며 자산가치를 불리는 사이 정작 매일 이 길을 지나며 생계를 잇는 서민 운전자들은 통행료 폭탄을 맞고 인근 소상공인들은 극심한 교통정체에 갇히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공의 자산’이어야 할 대전천이 특정 계층의 배를 불리는 선심성 개발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청사진을 바라보는 민심의 시선에는 허탈함을 넘어선 서글픈 원성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재진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이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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