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서울대 교수들과 힘겨루기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은 5일 보도 자료를 내 전날 이 당선인 측의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의 운하 관련 언론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DJ든 MB든 가리지 않아온 정치 지망생이…"이 모임은 이날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전문가'인가"라는 보도 자료를 내 "추부길 씨는 1992년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홍보팀장으로 선거 자문을 해오면서 정치 마케팅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힌 사람"이라며 "그의 주요 경력을 보면 그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며 김대중, 이명박 씨 등 가리지 않고 다하는 프로 정치 지망생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모임은 "반면에 31일 토론회 발표자와 모임에 소속된 교수들은 국회의원‧장관 한 자리를 얻고자 애를 쓰지도 않고, 애를 쓸 필요도 없는 사람들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관계없이 학문적 입장에 진리를 말할 뿐이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운하 건설이 제대로 된 학문 검증 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방기하는 것이야말로 지식인이 취할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임은 이어서 "이런 상황인데도 추 씨가 자신은 '비정치적'이고 우리는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대응이 참으로 '정치적'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꼬집었다.
"목사인 추부길 씨가 운하 전문가인가?"이 모임은 추부길 팀장이 31일 토론회 때 발표한 교수들을 놓고 "운하에 대해 정확하고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것을 놓고도 추 팀장의 경력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모임은 우선 "추부길 씨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목사"라고 설명했다.
이 모임은 "그의 학력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경제학, 물류학, 토목학, 환경학, 생태학 등 운하에 대한 과학 평가에 필요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며 "그가 <운하야 놀자>라는 책을 출판했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책은 허점투성이일 뿐"이라고 추 팀장의 전문성 부재를 질타했다.
이 모임은 이어서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욱, 홍종호, 박창근, 홍성태 교수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 지식을 가진 학자들이고, 이 모임의 공동대표 다섯 분은 서울대에서 학식과 덕망을 갖춘 학자로 공인되는 원로 교수"라며 "이런 사람을 놓고 '정확하고 기본적 지식'도 없다고 비난하는 것을 듣고 서글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검증위원회를 꾸려야"이 모임은 "운하 건설 문제는 추부길 씨의 독단으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이명박 당선인이 추 씨와 같은 '전문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정부는 각계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사·연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종욱 교수(지리교육과)도 공동대표단에 참여함으로써 이 모임은 서울대 기초 학문을 연구하는 모든 단과 대학을 포괄하게 되었다. 현재 이 모임의 공동대표는 김종욱 교수 외에도 김상종 교수(생명과학부), 김정욱 교수(환경대학원), 송영배 교수(철학과), 이준구 교수(경제학부)로 명실상부한 서울대를 대표하는 원로 교수이다.
☞관련 자료 :
누가 '정치적'이고 누가 '전문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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