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경기교육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입니다."
경기지역 교사들이 경기교육의 지난 3년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140여 명의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 경기교육미래포럼’을 개최했다.
‘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서지 못한 채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정책 실현의 도구로 전락한 점 등 현재의 교육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 및 교육 본질의 회복을 통한 진정한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미래를 여는 교육, 현장과 함께’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송수연 경기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현장의 눈으로 제18대 경기도교육감 3년의 정책을 평가하겠다"며 "지금까지 미래교육이라고 추진되는 정책들은 정작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유행처럼 옷을 자주 바꿔 입듯이 ‘낡은 미래’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과거 1990년대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학교에서는 ‘도스 기호’를 외우도록 했고, 2010년대에는 ‘코딩’이 미래교육이라고 강조하던 교육당국이 지금은 ‘AI가 미래교육’이라며 AI교육만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기술을 비판하는 힘 등 비판적·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비롯해 협업 능력 및 의사소통 능력 등의 교육은 이뤄지지 않은 채 그저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익히는 것이 미래능력인 것처럼 학교현장의 주요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며 "또 디지털 리터러시와 데이터 리터러시를 구축할 수 있는 문해력과 수리력을 포함한 ‘인지적 기반’과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포함한 ‘건강 기초’, 도덕과 윤리를 포함한 ‘사회적·정서적 기반’ 등 교육의 본질은 실종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임태희 교육감 3년, 경기교육정책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기지역 교사 3021명 가운데 91%가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점을 비롯해 93.8%가 ‘교육감의 8대 공약이 학교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 등을 근거로 꼽았다.
‘이전 경기도교육감 및 타 시도교육감과 비교 시 임태희 교육감의 교육정책 및 행보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하이러닝과 공유학교 등 보여주기식 교육정책(84.3%) △교육전문가이자, 교육 주체인 교사와의 소통 부재 및 교육활동 보호 대책 미흡(74%) △에듀테크 기반 교육 구축을 위한 과도한 예산 낭비(61.1%) 등의 답변이 이어진 점도 제시했다.
송 위원장은 "현장과 정책의 불일치 및 정책 입안자들의 기대와 현장 교사간 경험 차이에서 발생한 큰 간극 존재를 비롯해 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결국 지금의 경기교육은 보여주기에 화려한 포장지에만 매몰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낡은 미래’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장 교육정책의 실행자이자 전문가인 교사의 참여를 통해 현장 적합성이 높은 교육정책을 발굴해야 교육의 본질이 회복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차기 교육감 후보군의 집중 포화
이처럼 이날 포럼을 개최하고 주제를 제시한 경기교사노조와 달리, 이어진 지정토론은 마치 1년여 앞서 보는 ‘민선 6기 경기도교육감 선거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박선형 동국대학교 사범대학장이 좌장을 맡은 지정토론은 차기 교육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안민석 명지대학교 석좌교수와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박효진 경기교육연대 상임대표가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지정토론은 정책적 논의 보다는 임태희 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가장 먼저 토론자로 나선 안민석 교수는 5선 국회의원 출신이기 이전에 교사와 교수를 역임했고, 국회의원 재직 당시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점 등을 소개하며 자신이 교육전문가임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감 자리를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교육정책의 출발은 교사 등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임 교육감은)정작 교사와의 소통 및 의견 수렴이 부족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3년간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지 못한 채 학교를 행정을 위한 행정 공간으로 전학시켰고, 임 교육감의 기조인 ‘자율·균형·미래’ 중 가장 첫 번째인 자율도 제대로 실천되지 못해 학교현장에서는 ‘하이러닝’과 ‘경기공유학교’에 대한 강제적 신청을 요구하는 등 실적 쌓기용 행태만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2년 전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 회복은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는 경기도교육감이 앞장섰다면 2년 전보다 더 나아졌겠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임태희 교육감이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기선 교수는 "현재의 경기교육은 앞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경기 혁신교육’이 한참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황폐화된 상태"라며 "정치적인 내란은 지난해 12월 3일 시작됐지만, 경기교육의 내란은 2022년 6월 1일부터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성 교수는 "학교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행복해야 하고, 자기의 성장과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 돼야 하지만, 지금은 좌절과 갈등 등 수 많은 문제가 쌓여있는 공간이 돼 버렸다"라며 "더욱이 20억 원을 들인 ‘유네스코 국제포럼’과 하버드대학교에서의 특강 등 전시성 행사에만 급급한 모습 등 현장 중심의 노력들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교육 문제는 단지 학력 격차와 불평등의 수준이 아닌, ‘리박스쿨’ 등 극우현상이 교실에도 들어와 있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기본권’을 기반으로 교사들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비판 의식을 성장시키는 등 올바른 의식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나게 도와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박효진 상임대표는 "경기교사노조의 앞선 설문조사의 결과를 봤을 때 응답자의 90% 이상이 부정적 평가를 내린 만큼, 현재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 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통해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 과정에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모두가 교사를 전문가라고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구조적으로 전문가로서의 교사가 차단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의 본질은 공동재 교육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이 인정돼야 함에도 실제로는 자율성은 훼손한 채 무한 책임만 요구하고 있다"고 짚은 뒤 "과거 ‘수업지도안 결재’와 ‘출근부 도장’의 폐지 및 ‘업무 분장 시 의견 수렴’을 이끌어 낼 당시에는 교사가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업이 가능한 교실의 환경을 만들고 학교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 속에는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협력과 공생의 가치의 실현"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날 포럼은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공론의 장으로, 교사 주도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화려한 포장이 아닌, 학교 안에서의 작은 실천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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