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09월 1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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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용서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디어 라이프>(앨리스 먼로, 박근영 옮김, 문학동네) 작가의 13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과 제목이 같은 단편소설 '디어 라이프'는 "어린 시절 나는 길게 뻗은 길 끝에서 살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안치용 인문학자, ESG연구소장
21세기 '자살공화국' 한국에서 다시 읽는 뒤르케임
'자살공화국'에서의 자살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 사회는 자살을 개인의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귀속시켜 왔다. 김명희 교수의 신간 <다시 쓰는 자살론>(그린비)은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는 자살을 개인의 병리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사실로 되짚으며, 한국 사회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이유를 구조적 차원에서 묻는다.
박정연 기자
일본은 정말 '악마'인가?…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의 모습
"1951년에 열린 1차 한일회담 예비회의에서 한국 측 양유찬 대표가 'Let us bury the hatchet'(화해합시다)라고 말하자 일본 측 대표 치바 고가 'What is bury the hatchet'(뭘 화해하자는 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역사를 반추하는 학자적 양심과 분노가 공감을 끌고 간다. 일본 역사의 격동의 세기를 쉬운 이야기 책으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화웨이 쇼크' 속, 우리 기업들은 어떤 존재인가?
루쉰 전문가인 중국학 교수님의 소개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철학인 '그레이 스케일'에 주목해왔던 터다. <화웨이 쇼크>를 읽으며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단서를 발견한다. "1944년 10월에 아들이 태어나자, 부모는 아기 이름을 런정페이任正非라고 지었다. 알쏭달쏭한 이름이었다. 정正은 '옳다'는 뜻이고 페이非는 '그르다'였다. 옮기자면 '옳
트럼프와 머스크가 손 잡고 'AGI 고삐' 풀면 인류는?
전홍기혜 기자
지난 4월 3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는 보고서(AI 2027)가 하나 발간됐다. 다니엘 코코타일로 전 오픈AI 연구원 등이 주도한 이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뒤인 2027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 즉 인간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능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샘 올트
중국의 상징과도 같은 그림에 대한 최고의 해설서
중국 국보 1호로, 12세기 북송시대 한림학사 장택단이 그린 풍속화 <청명상하도>라는 작품이 있다. 알고 나면 너무나 흔한 그림이다. 서울 중식당에 여기저기 걸려있고, 중국 베이징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왼쪽 벽면에 커다랗게 걸린 채로 방문을 환영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어쩌면 중국의 상징 중 만리장성, 진시황릉의 병마용 다음 정도는
열살 아들은 석상을 돌며 '푸틴의 죽음'을 소원으로 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죽는 게 아들 소원이에요." 2022년 2월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틀 전, 우크라이나 소설가 빅토리아 아멜리나는 열 살 아들을 데리고 이집트 룩소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여행 가이드가 그곳의 거대한 풍뎅이 석상 주위를 일곱 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어보라고 하자 이집트의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아들은 갑자기 어느 누
왜 민주주의는 언제나 추문인가?
김창훈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살아 있는 개념이자 행동의 기준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민주주의 자체를 정면으로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 민주주의의 생동력 덕분에 반민주적 세력은 민주주의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만약 한국 민주주의의 활력이 조금이라도 빛을 잃는 순간이 온다면, 그들은
난봉꾼이자 강간범이었던 베스트셀러 작가 조지 오웰
손가영 기자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생애는 성폭력과 외도가 늘 함께 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다른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멈추지 않았다. 그중엔 아내의 친구도 있었다. 강제로 이뤄지거나 시도된 사건도 여러 건이다. 1945년 그는 아내가 투병 중이고 갓난아이까지 있었음에도 갑작스레 프랑스로 출국했고, 돈이 부족했던 아내는 값싼 수술을 받던 중 홀로 사망
불과 15년 전 "넷플릭스 영향이요?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 정복하겠다는 수준"
2010년,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타임워너 CEO 제프 뷰커스가 내뱉었다.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좀 비슷하지 않나요?" 이 말을 전해 들은 넷플릭스 창업자 헤이스팅스는 한동안 알바니아군 인식표를 목에 걸고 다녔다. 2020년 8월 미디어 비평가 벤 스미스는 넷플릭스와 헤이스팅스가 개척한
모든 걸 수직화하는 능력주의 정신, 나도 마찬가지였네
서어리 기자
10여 년 전이던가. 매년 대학을 일렬로 줄 세워 발표하는 <중앙일보>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뒤이어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탈북민을 '이등 시민' 취급하는 정권 비판 기사도 썼다. 그랬더니 그 무렵 자주 만나던 지인 하나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참 어지간히 줄 세우기 싫어해." 줄 세우는 게 싫었다
'샘 올트먼'은 우리시대의 '오펜하이머'일까?
2022년 11월 30일, 샘 올트먼은 특유의 소문자로만 쓰는 문체로 짧고 절제된 발표문을 트윗에 올렸다. '오늘 챗GPT를 출시합니다. 다음 주소에서 채팅해 보세요. chat.openai.com' 그리곤 멋쩍은 듯 한마디 덧붙였다. '이건 현재 가능한 초기 데모판입니다. 아직 제한이 많고 연구 공개에 가깝습니다.' 댓글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벌써 수
가자의 비극, 결국 에너지였다
지식인으로 살아가기란 고단하다. 지식인은 필연적으로 '우환의식'을 갖기 마련이다. 지식인이라면 무릇 세상에 대한 긴장감을 하이데거적 의미의 근본기분으로 가진 채 살아가야한다. 우환의식은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깊은 우려이며 세계를 향한 존재적 태도다. 현 시점에서 전세계를 가장 암담하게 만드는 사태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자의 비극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선거 승리 핵심은 선거캠프! 선거 베테랑이 쓴 '실전 매뉴얼'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1960년 대선캠프는 현대 선거캠프의 효시로 꼽힌다. 케네디의 캠프는 그해 9월 처음 도입한 TV토론을 활용해서 케네디를 젊고 잘생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부각시켰고, 역대 최연소 당선을 이끌었다. 44대 대통령으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만든 버락 오바마의 2008년 대선캠프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모금을 효율적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완성한 라틴아메리카 원형의 역사
"함께 모여 앉아 끝없이 얘기를 주고받고, 똑같은 농담을 몇 시간씩이나 되풀이하고, 거세시킨 수탉 얘기를 신경질이 날 정도까지 비비 꼬아서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얘기하는 사람이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 거세시킨 수탉 얘기를 또 들려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어, 얘기를 듣는 사람이 그러라고 대답하면, 얘기를 하는 사람은 듣고 싶다고 대답하고 부탁한 적이 없
지게차에 이주노동자 싣고 놀리는 한국, 혐오와 멸시를 지우는 '집밥'이 필요해
이재호 기자
지난달 25일 한 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여 있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나주 벽돌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였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선진국'이 아닌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어떠한 취급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주노동자 300만 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들을 비롯해
이웃, 또는 유령의 코뮤니즘
최진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마르크스주의자 들뢰즈? 1995년, "다음 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푸코의 예언(?)이 실현되기 불과 몇 년을 앞두고 들뢰즈는 갑작스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굳이 푸코의 말이 아니더라도, 20세기 후반은 가히 들뢰즈의 시대였다. 서구에서는 68혁명 이후 반권위주의를 내세운 급진적 정치 운동이 사회를 휩쓸었고,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문화 운동
현직 라디오PD가 풀어낸 이야기…이주영 첫 소설집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박세열 기자
현직 라디오 피디인 이주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교유서가)이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주중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주말에는 소설을 쓰는 이주영 작가의 단편소설 여덟 편이 담겨 있다.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에는 문맹, 반공법 위반자, 퀴어, 성폭행범의 가족 등 사회에서 낙인 찍인 이들이 등장한다. 등
"역겹다"는 트럼프는 푸틴의 '극단성'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하는 행동은 역겹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날 러시아는 '8월 8일까지 휴전 합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관세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날린 트럼프를 비웃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앞서 트럼프는 14일 "50일
트럼프의 전략가 "나폴레옹은 중국이 부상할 때 전 세계가 흔들릴 거라 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차관을 맡고 있는 엘브리지 A. 콜비가 2021년 저술했고, 2023년 번역된 <거부전략 THE STRATEGY OF DENIAL> 거부전략이다. 미국의 국방전략이 곧 세계 전략이기에 마음 먹고 읽게 됐다. 저자가 요약해 놓은 이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미국 전략의 근본적이고 주된 목표는 지속적으로 세계 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