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이정엽)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가 2023년부터 비상대권·비상조치 등을 발언하며 계엄을 암시했고,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등으로 남북 긴장을 고조시켜 비상계엄 상황을 조성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로 윤 전 대통령이 권력 독점을 위해 내란·외환 모두 저질렀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인정됐다. 동시에 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마비시켜 경고의 의미로 계엄을 선포했다거나, 부정선거를 증명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사하려 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 다시금 설득력을 잃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은 여전히 그가 내세운 억지 주장들을 옹호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송파 재선거 시위는 사실상 윤어게인 세력이 다시금 결집하는 장소가 됐다. 이들은 서울 송파구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힘내라 윤석열", "악마의 조상 이죄명" 등 이번 사태와 무관한 피켓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탄핵정국 시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이들의 폭력 난동은 올림픽공원에서도 반복됐다. 업무 수행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체육계 인사들을 가로막는가 하면, 별다른 근거 없이 경찰을 중국인이라 의심하며 조롱과 모욕을 가했다. 취재 기자들을 공격해 현장에서 철수하게 만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송파 시위를 통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낸 윤어게인 세력은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극우의 수장을 단죄한다고 해서 그 세력이 와해되는 게 아님을 증명했다. 동시에 이제는 일상이자 이웃이 돼 버린 극우를 어떻게 마주 보고 대처할지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회찬재단 비전포럼이 기획하고 김윤철·김민하·김현준·전홍기혜 등 각계 전문가가 공저자로 참여한 <이웃집 극우>는 한국 극우의 탄생과 대안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에 대해 "최신의 방식으로 극우 포퓰리즘화 됐다. 우리는 이미 최첨단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극우 정치의 역사는 짧을지언정, 이념 수립과 확산 전략에서는 가장 빠르다는 의미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작금의 사태를 '극우의 귀환'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 아래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극우 반공 독재 국가로 태어났고, 극우 세력은 수십여 년에 걸쳐 지배 세력이라는 지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을 지배한 극우 세력은 민주화 운동과 개혁적 보수 정치 세력의 집권 등으로 힘을 잃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가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그를 조기 퇴진시킴으로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에도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정신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마지노선 민주주의'에 그쳐 극우의 복귀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게 김 교수 분석이다. 국가권력과 대통령 세력의 사익 추구는 문제 삼지만, 불평등 심화 등 갈등을 촉발하는 여러 요소들은 방치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강자의 약자에 대한 일상적 배제와 차별을 학습했고 부정선거에 대한 믿음과 독재의 필요성을 외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김민하 정치사회평론가는 '독재-반독재'라는 전통적 정치 구도를 '해킹'함으로서 극우 세력이 확장성을 가졌다고 본다. △어떤 대상을 왜 반대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정치적 구도를 형성하고 △정치를 개인화해 정치적 문제를 인간관계의 재현으로 만들어 속류화하며 △반대해야 할 대상의 여러 특성을 열거한 뒤 하나라도 반대하면 전체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정치 문법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지형 아래 배타주의와 혐오 선동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한국 극우 세력의 핵심 축은 '보수 개신교'다. 김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보수 개신교가 반공, 반동성애 전략을 거쳐 한국을 신정국가로 만들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에 도전하는 정치권력 획득 프로젝트라는 게 김 교수 판단이다.
전홍기혜 <프레시안> 이사장은 한국 언론 지형 또한 극우 성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50%로 48개 조사 국가의 평균(30%)보다 크게 높다. 포털 등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 비율은 63%로 평균(33%)의 두 배가량 높다.
전홍기혜 이사장은 한 개의 영상을 보면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만 보게 되는 소비 성향을 두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보다 선택된 것 중에서 고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지형이 개개인의 확증편향과 정치적 성향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분석보다 해결이 어렵다. 이미 극우는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세력화·가시화에 성공했다. 공권력으로 철퇴를 놓기도, 민주사회에서 그들의 의견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다. 극우 세력에 속한 시민들 또한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권자이고, 섣불이 제거하려 할수록 그들은 더욱 결집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당장 해법을 찾기보다 이들을 직면하고 공생하는 민주주의로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요점은 나와 이웃들, 이웃과 이웃의 관계를 다시 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의 얼굴로 다가오는 극우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이웃의 얼굴 그대로 함께 사는 길이 '민주주의'임을 받아들이고 정확히 그러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 너무나 확연히 드러난 적을 막는 데에만 능숙한 '마지노선 민주주의'를 넘어, 이웃을 이웃답게 만나는 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장석준 노회찬재단 비전포럼 운영위원장, <이웃집 극우> 1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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