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재해가 일어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이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 대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악의 대형 인명 사고로, 피해자 대부분이 안전보호 관리에 취약한 이주노동자였다"며 "이번 사건은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전지 제조업체가 불법파견으로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를 최소한의 안전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위험한 작업장에 내몰아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간 중대한 범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박순관은 아리셀 경영책임자임에도 아리셀의 안전관리 구축을 포기하고 방치했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생산량을 높여 회사 이익을 늘리기 위해 작업하게 했다. 목숨보다 이윤을 앞세운 것"이라며 "그럼에도 책임을 아들인 박 본부장에게 전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박 대표에 대한 20년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박 본부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안전불감증으로 안전관리책임자의 의무를 방관했으며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생명을 경시하고 위험을 외주화한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 근로자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구형에 대해 양한웅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공동대표(대한불교조계종 노동사회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검찰이 오늘 요약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리셀 공장에 발열이나 가스 감지 시스템도 없고, 대피로 문도 거꾸로 열리도록 돼 있었다. 폭발 위험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23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검사 나름대로는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대책위가 볼 때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향후 1심 판결에서 "적어도 검사 구형량 아래로 형을 선고하면 절대 안 된다"며 "중대재해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무시하는 한국사회에 경각심을 울리는 판결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에 있는 리튬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졌다. 박 대표는 이 사고와 관련 유해·위험요인 점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았다는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지만, 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박 본부장은 전지 보관·관리 및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 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유족과 대책위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긴 싸움을 이어왔고, 지난달에도 참사 1주기 토론회와 추모대회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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