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실험실이 답을 줬어요.”
된장을 한 숟갈 떠먹었을 때 느껴지는 ‘깊은맛’. 그간 발효가 오래될수록 진해진다고만 여겨졌던 이 맛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대학원생의 연구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예원 씨는 최근 열린 2025년 한국식품과학회 국제학술대회(KOSFOST)에서 ‘된장 속 코쿠미 펩타이드의 염도별 감각 기여 분석’ 연구로 우수논문발표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는 된장의 풍미를 결정짓는 성분인 ‘코쿠미(kokumi) 펩타이드’가 염도에 따라 맛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으로 규명한 것이다. 쉽게 말해, 된장의 ‘맛있는 짠맛’은 단순한 염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김예원 학생은 전통된장에서 흔히 검출되는 γ-글루타밀 펩타이드 9종을 추출한 뒤, 염도별(9%, 12%, 15%)로 나눠 각각의 맛 기여도를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각뿐 아니라 후각 인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각 기여도’와 ‘후각 역치’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펩타이드는 염도가 높을수록 맛 기여도가 떨어졌지만, γ-Glu-Phe(γ-EF) 성분만은 예외였다. 높은 염도 환경에서도 강한 풍미를 유지한 이 성분은 된장의 깊은맛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았다.
실험은 감각 측정에만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맛 성분의 인지 메커니즘을 좀 더 명확히 밝히기 위해, 각 펩타이드의 이온화 특성을 파악하는 ‘pKa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어떤 조건에서 이 성분들이 실제 맛으로 인지되는지를 화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시도였다.
김예원 씨는 “된장의 맛이 단순한 조리 변수나 발효 기간뿐 아니라, 펩타이드 하나하나의 특성과도 관련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전통식품을 과학적으로 해석해본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을 설계하고 반복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로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를 지도한 김미나경민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된장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맛의 과학적 원인을 정밀하게 밝히는 일이 필수”라며 “이번 연구는 깊은맛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과 작용 원리를 규명해 품질 표준화와 글로벌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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