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면 접촉이 불발된 채 귀국길에 오르면서 한미 관세 협상에 우려가 증폭되자, 위 실장이 직접 24일 "유선 협의가 충분히 진행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위 실장은 "'미국 측이 거절해 루비오 보좌관과의 면담이 불발됐다'는 일부 보도는 당사자인 위 실장과 루비오 보좌관의 명예뿐 아니라, 민감한 협상 국면에서 한미 간 신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오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 실장은 이날 귀국에 앞서 서면으로 상황을 설명하며 루비오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호출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세 차례나 사과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루비오 보좌관과의 협의를 위해 백악관 웨스트윙에 방문했지만 "면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보좌관을 긴급 호출함에 따라 우선 루비오 보좌관을 기다리면서 동석자들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충분한 의견 교환과 입장 전달을 했다"고 한다. 당시 동석자는 베이커 국가안보부보좌관 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니담 국무장관 비서실장 등이었다.
또 루비오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의가 길어져 참석할 수 없게 되자 동석자들과 "루비오 보좌관과의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구체 시간과 방식을 실무적으로 조율하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이후 위 실장은 루비오 보좌관으로부터 "미-필리핀 정상 행사 등으로 대면 협의가 어려우니 유선 협의를 진행했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고 루비오 보좌관의 직무 특성을 감안해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협의를 유선으로 실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선 협의는 충분히 진행됐다"며 루비오 보좌관이 "협의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 및 관계 장관과도 충실히 공유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긴밀히 소통을 이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또 방미 기간 중 "베이커 국가안보부보좌관 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 다양한 인사들과 협의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위 실장이 긴급 진화에 나선 배경은 루비오 보조관과의 대면 협의가 무산된 데 이어 25일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협의'까지 돌연 취소되면서 한미 협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출국을 1시간 남짓 남기고 인천공항에서 발을 돌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라면서도 긴급한 일정이 무엇인지는 미국 측으로부터 별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위 실장이 "비공개 협의를 위한 방미였던 만큼 내용 설명에는 제약이 있다"고 밝힌 만큼, 진행 중인 한미 협상의 세부 내용을 위 실장이 공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위 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한미 간 현안 협상이 막바지에 꽤 중요한 국면에 있다"며 "경제부처 각료들이 워싱턴에서 분야별 회담과 세부 협상 하고 있다"고 다독였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해명 속에도 미국 측과의 회동 일정이 잇달아 무산된 데다, 상호관세 유예기한(8월 1일)이 다가오고 있어 다시 협상 일정을 잡아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해 낼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각각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그리어 대표 등을 만나 실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지만 '2+2' 협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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