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극우정당化'하는 과정은 그동안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 그 가운데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일은 정당 민주주의를 여지없이 파괴하려 했던 사상 초유의 '야밤 공천 강탈 시도'사태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국민의힘의 이같은 모습을 바라봤던 양혁승 연세대학교 은퇴교수는 "'윤핵관' 중심의 당권파가 주도한 야밤의 대통령 후보 공천 강탈시도는 국민의힘 내 정당 민주주의가 얼마나 파괴됐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양 교수는 "당원 투표로 가까스로 저지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내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라고 진단했었다.
그러니까 그 정도의 무도한 사건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주도세력은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어야 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던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버젓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곁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1호 당원'의 상징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이런 당내 권력구조 위에 세워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양 교수는 "6.3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친윤 쿠데타세력이 국민의힘 당내 주류로 살아 남아 있는 한, 국민의힘은 극우 정치세력의 제도권 거점이 될 것이며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전진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대선이 끝나고 두 달여가 채 지나지 않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극우정당이 되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대표 논객 중 한 명인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3일,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 등으로 '극우화 내홍'에 쌓인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의힘이 극우정당이 되려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은 23일,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정당 진흙 펄에서 완전히 헤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은 국민의 힘의 극우화의 대표적 사례로 '전한길 씨와의 유착'을 들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4일 차기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최근 혁신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당을 '극우화'시키려는 퇴행의 움직임도 커졌다"면서 "지난 대선에 우리 당 후보로 나섰던 분, 당권 도전을 선언한 분들까지 맞장구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혁승 교수는 대선을 며칠 앞둔 지난 5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었다.
"국민의힘은 언제든지 다시 극우 세력에게 장악될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중략) 사실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이 극우와 단절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었다. 그 기회도 스스로 날렸다. 김문수 후보가 극우세력의 기반 위에서 대통령 후보가 됐고 지금도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윤 그룹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극우 파시즘 재기의 플랫폼'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의 예견은 지금, 불행하게도 그대로 적중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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