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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스러지다’와 ‘쓰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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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스러지다’와 ‘쓰러지다’

우리말은 비슷한 것이 많아 헷갈릴 때가 있다. 뉴스를 듣다 보면 이것이 아닌데 하면서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이 맞춤법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냥 평소에 쓰던 대로 방송을 해서 틀리는 것을 자주 보았다. 예전에 ‘세 살박이(x)’와 ‘세 살배기(o)’에 대해 쓴 글이 있다. 당시에는 늘 쓰던 습관에 준해 올린 것인데, 아침에 잘 아는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어제 제가 틀렸다고 오늘 바로 올리셨네요.” 하면서 투덜거린다. 사실 신문에 올리는 것은 미리 써 놓은 것이라 기자의 보도와는 상관없이 했던 것인데, 하필이면 바로 그 글이 신문에 실려서 후배로부터 야단(?)을 맞았다. 그 친구도 이미 퇴직했으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스러지다’와 ‘쓰러지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같은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매우 다른 뜻을 담고 있다. 사전적 의미와 예문을 통해서 함께 알아보자.

우선 ‘스러지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1. 희미해지면서 사라져 없어지다 2. 차차 누그러지거나 사라지다 3. 차차 없어지다”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점진적을 눈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문을 보자.

“보렴. 저 물거품이 얼마나 빨리 스러지는가를…….”

진시황의 죽음과 동시에 진(秦)나라의 영화(榮華)는 스러지고 말았다.

인생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더라.

와 같다. 그러므로 ‘스러지다’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자연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전히 소멸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젊음은 세월이 흐르면서 스러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쓰러지다’를 보자. 이 단어는 평소에 많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넘어지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맞는 말이다. 사전적으로는 “한쪽으로 넘어지거나 무너져 바닥에 닿게 되다. [(명)이] (국가나 기업이) 좋지 않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여 망하거나 패하게 되다. [(명)이] (사람이) 부상이나 질병, 피로 따위로 힘이 다하여 몸져눕는 상태가 되다.”라는 뜻이다. 예문을 보자.

이번 폭우로 인해 학교 담벼락의 미루나무가 쓰러졌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내전으로 말미암아 정부가 쓰러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어제 직원 한 명이 과로로 쓰러진 모양이다.

‘쓰러지다’는 《법화경언해》(1463, 4:138)에 ‘러디다’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다. ‘러디다’는 동사 ‘-’의 활용형 ‘어’에 다시 동사 ‘디다[落]’가 결합한 합성 동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는 ‘한쪽으로 몰거나 모으다’의 의미였으므로, 이 말은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넘어지거나 무너지다’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현대 국어에서는 이미 ‘쓸다’에 이러한 기원적인 의미가 남겨지지 않았다고 보아 ‘쓰러지다’의 ‘쓸-’(어원)을 밝혀 적지 않는다.(다음사전 참고)

결론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이나 자연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전히 소멸해 가는 것’은 ‘스러지다’를 써야 한다. “촛불, 꽃잎 등이 바람에 스러진다.”라고 해야 하고, 물리적인 대상이 넘어지는 것은 ‘쓰러지다’를 써야 한다. “폭우로 나무가 쓰러졌다.”, “직원이 과로로 쓰러졌다.”와 같이 쓰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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