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한 주택가 골목에서 수십 년간 방치된 오동나무 한그루로 인해 각종 위험한 사고가 잇따르자 해당지역 구의원이 직접 나무 제거에 나서면서 생활정치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총 대신 드릴… 생활밀착 007
대신동의 오래된 골목길. 수십 년 된 오동나무 한 그루가 그 길을 막고 있다. 이 나무로 인해 해마다 장마철이면 하수가 역류하고, 낙엽과 열매는 골목을 덮었다.
주민들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청은 “사유지 문제라서 처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장을 찾은 김효린 중구의회 부의장은 불편을 체감했다. “어르신이 빗물 고인 길에서 넘어졌다는 말을 듣고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환경과, 건설과, 민원실 등 어디에서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 부의장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부서를 찾아다녔다. 동사무소를 통해 유사 사례를 파악했고, ‘나무 고사 처리’ 방식에 주목했다.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솟은 오동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제초제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실제 작업은 김 부의장이 직접 진행했다. 전동 드릴과 주사기를 들고 골목을 찾은 그는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나무에 제초제를 투입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놀라움과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이제야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해당 나무는 집과 집 사이 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수십 년간 방치된 이 나무의 소유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구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사유지 내 조경물에 대해 행정이 개입하기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불편과 사고 위험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부의장은 “문제가 단지 나무 한 그루에 그치지 않는다”며 “주민의 안전과 생활 환경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일처럼 보여도 생활 속 고충을 해결하는 게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일각에서 기초의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용론’까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가볍고 빠르고 민첩하게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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