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 보고서에서 '적정' 판정을 받은지 1년 지났을 뿐인데…."
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11일 전북지역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공항이 없어 전국에서 교통오지로 손꼽혀온 전북도민들에게 있어 국제공항 건설은 개발 연대기였던 1970년 이후 50여년의 최대 숙원으로 자리해왔다.
1991년 새만금사업이 착공되면서 국제공항 건설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북에서는 김제공항 유치에 올인해왔지만 순탄치 않은 소사(小史)를 걸어왔다.
1998년에 개발계획이 확정된 김제공항은 이듬해에 건설교통부가 기본설계에 들어가 2002년에는 480억원을 들여 김제 지역에 부지까지 매입하고 착공하는 등 한때 전북의 희망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김제공항의 수요가 과다하게 예측되는 등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2003년에 당시 건설교통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북공항 수난사'의 첫 번째 장을 열게 된다.

지역민들은 당시 "경제성과 타당성만 따지면 전국의 모든 사업을 수도권에 몰아줘야 할 것"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균형발전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지만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전북도는 김제공항이 어려워지자 2006년 민선 4기 출범 이후 군산공항 확장을 새로운 전북권 공항으로 풀어가려 노력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기 전에 우선 당장 군산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해 국내선을 확충하고 국제선을 띄운다는 전략이었다.
전북도의 강력한 요청 아래 정부와 미군 측은 2010년 2월 22일 국제선 취항 합의각서 제정 문제를 소파(SOFA) 신규 과제로 채택했다. 김제공항을 대신해 군산공항이 전북권 신공항으로 등장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군 측이 안보상 문제를 들어 미군 비행장을 빌려쓰는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에 난색을 표시해 국제공항 문제는 다시 미궁에 빠지며 '두 번째 추락'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정부의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안(2011∼2015년)'에 군산공항 확장이 빠지면서 전북의 국제공항 취항은 또다시 난제로 자리하게 되었다. 당시 호남권, 영남권, 제주권, 중부권 등 권역별로 공항 육성계획이 제시됐지만 호남권은 무안국제공항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담겼을 뿐이었다.
꺼진 불씨는 2016년 국토교통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새만금국제공항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이 발표되며 다시 타올랐다. 때마침 전북의 항공수요도 충분할 것이라는 관련 자료도 나와 힘을 실어주었다.
전북도는 되살린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지민들도 "드디어 전북의 하늘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며 크게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 추진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동북아는 세계의 경제축으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곳이고 이런 점에서 새만금은 동북아 복합 물류허브로 최적지라는 점에서 그 첫 단추가 바로 국제공항 건설로 부각된 것이다.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다양한 노선의 국제선 취항을 통해 30억 인구의 아시아권 시장과의 교통 채널로 연결할 수 있다는 논리도 가세했다.

덕분에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사업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사업’에 선정돼 전례 없는 탄력적 추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주상공회의소와 전북관광협의회를 비롯한 전북지역 209개 단체는 2021년 6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추진연합'을 발족하고 조기 건설 촉구로 맞불을 놓았다.
굴곡과 곡절의 전북 50년 숙원은 정부가 2023년 8월 29일 발표한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새만금국제공항 관련 예산을 국토부 요구액(580억원)의 11.4%인 66억원으로 삭감 반영하면서 다시 추락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국제공항 등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내년 6월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새만금개발청도 "(국제공항 등) 새만금 SOC사업 재검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반영할 것"말해 국제공항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축소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지역정치권에서는 “모든 것을 경제성과 효율성 논리로 따져선 안된다"며 "불균형 성장의 그늘에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민의 한을 풀어주는 균형발전과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2024년 8월에 발표된 정부의 '새만금 SOC사업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서 새만금국제공항이 '적정'으로 판정됨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최종보고서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한 소결(107쪽)에서 "사업 추진근거의 적법성과 유관 계획과의 연계성, 추진절차의 준수성, 평가방법의 합리성 등 4개 지표에서 '적정'하다"며 "다만 자료의 공신력 지표에서는 '대체로 적정'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를 토대로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말에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내년도 정부안 예산으로 1200억원을 반영하는 등 새로운 도약의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전북도민들이 오는 2029년에는 새만금국제공항이 준공돼 50여년의 숙원인 하늘길을 열 수 있을 것 아니냐는 기대와 희망이 분출한지 2주가 채 안된 이달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가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또다시 불투명성으로 빨려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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