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저녁 8시 경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 측이 제안한 가상대결 문항을 50% 반영하고, 동시에 문 후보 측이 제안한 적합도 문항 50%를 반영해서 이를 합산하자"며 안 후보 측에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은 이날 오후 소설가 황석영·미술가 임옥상·영화감독 정지영 등 '정치개혁과 단일화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인과 종교인 모임' 소속 100여 명이 단일화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이다.
우 단장은 "문재인 캠프 측은 가상대결 방식이 논리적으로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판단 하에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 문화예술인과 종교인 모임의 이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진지한 검토를 통해서 답을 주실 것을 이 시간 제안하고자 한다"며 "오늘 밤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 중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며 안 후보 측의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같은 방안에 대해 퇴짜를 놓았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실을 바늘 허리에 꿰어 바느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전에) 문 후보측이 언급했다가 스스로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제안도 하지 않은 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적합도와 가상대결 조사는 전혀 다른 범주 조사라 두 조사의 결과가 나왔을 때 누구도 승복할 수 없는 범주의 조사"라며 "그래서 문 측도 제기조차 하지 않고 철회한 안"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의 제안에 대해 '일방적인 발표'라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승복하지 못할 상황까지 고려해 발표했는지 정말 걱정스럽다"며 "더군다나 지금도 후보 간 채널과 실무협상 채널이 열려 있음에도 노영민 실장이 조광희 실장에게 문자 하나 달랑 보내놓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를 존중해야한다. 일방의 통보로 간주한다"며 "부디 자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의 이같은 반응에 문 후보 측은 다시 반론을 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안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푸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푸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文 "安, 가상대결 주장 너무 완강해… 고집 꺾어야"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후보 간 담판'으로 끝날 줄 알았던 룰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화 방법의 기본 방향은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이고, 문 후보 측은 가상대결만 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이 가상대결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같은 설문 문항에서 안 후보가 유리하다는 흐름이 대체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나 다자구도 등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접전 양상을 보인 데 비해 박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만큼은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밀린 적이 거의 없다.
문 후보 측 역시 협상 초기에는 문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를 주장했다. 그러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지지도 조사'와 '경쟁력 조사' 등 다른 수정안들을 내놓으며 안 후보 측과의 타협점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문 후보 측에선 협상 파행에 대해 안 후보 측에 책임을 묻는 상황이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21일 "우리 측에서 수정안을 냈음에도 저쪽에서 요지부동"이라며 "조금씩 양보하는 태도가 협상의 기본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협상 시작부터 원안만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날도 후보 간 담판이 결렬되자 문 후보 측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실무진들이 후보한테 과잉충성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후보가 직접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만나면 얘기가 될 줄 알았는데, 실무진이 문제가 아니라 안 후보가 너무 완강하더라"며 "안 후보가 가상대결 문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버티는 상황이니,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아무리 높아도 우리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 마감까지 불과 4일. 단일화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단일화를 부탁해…" 50대 남성 단일화 요구하며 투신자살 단일화 룰 협상이 다시 결렬된 이날, '文-安 후보 단일화 토론방송'을 본 50대 남성이 '단일화를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 오후 5시10분께 전북 완주군 용진면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집주인 유모(53)씨가 '단일화를 해달라'는 유서와 플래카드를 남긴 채 뛰어내렸다. 유씨는 투신하기 전 짧은 유서와 가로 50㎝, 세로 6m의 플래카드를 베란다에 걸었다. 플래카드에는 '두 후보님께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유씨는 또 유서를 통해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뜻을 모아주시고 한 분은 수레를 끌어주시고 한 분은 밀어주시면서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주십시오. 땀을 흘려 일하고도 힘들게 살아가는 농민을 보살펴 주십시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가 단일화 토론방송을 본 뒤 소주 2병을 마시고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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