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사퇴하면 실질적 단일화 돼"
문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 역시 이번 대선에서 한 몸을 바쳐 부패한 과거 세력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의지와 자세를 갖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그러나 그 전에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의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후보사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며 "스스로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는 무능한 정치세력임을 인정하고 부패와 무능을 넘는 대한민국 재창조의 기치 아래 거듭날 것"을 정 후보에게 요구했다.
문 후보는 이어 "정 후보가 이런 요청에 동의하기 힘들다면 공개 토론회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며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와 대통합신당의 공과를 정확하게 가리고 정동영 후보의 사퇴요청에 대한 문제, 그리고 단일화 문제까지 모두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춘 선대본부장은 "정 후보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했으니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며 "정 후보가 용퇴를 한다면 실질적으로 단일화가 완성될 수 있으니 사퇴를 하고 혹시 사퇴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설명해 줄 테니 토론회를 해 보자"고 설명했다.
경계 속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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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의 이날 주장은 현재까지 정치 흐름에 비춰서는 생경하게 들릴 여지가 적지 않다. 먼저 원내 1당의 후보이자 자신보다 지지율이 곱절이나 높은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한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정 후보가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단일화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토론을 제안한 것 역시 모순되는 지점이다.
이처럼 '알 듯 모를 듯한' 문 후보의 태도는 문 후보가 현재 처한 답답한 정치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8월 출마 당시만 해도 문 후보는 "11월이면 선거전엔 나와 이명박 단 둘만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지지율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았고 대선을 한 달 앞둔 현재까지도 6~8% 대를 유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로 매체의 주목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KBS와 MBC는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TV 토론'의 대상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후보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여론의 관심권으로 들어서기 위한 통로로 정 후보와의 공개토론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와의 토론이 단일화 논의의 장이 될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강자가 주도권을 갖게 되는 단일화 논의의 특성상, 신당의 제안에 응하는 순간 문 후보가 '단일화의 대상'으로 대선판에서 객체화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문 후보 측이 공개토론의 전제조건으로 '정동영의 후보 사퇴'를 걸어놓은 것은 공개토론이 곧 단일화 논의로 직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물쇠인 셈이다.
문 후보가 '공개토론'과 '단일화 논의' 간의 연결고리를 모호하게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단일화가 없다"며 단일화 자체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토론을 통해 국민의 분노를 풀고 난 후에는 같이 갈 부분과 따로 갈 부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며 자신의 태도가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김 본부장 역시 "정권연장 차원의 단일화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시대교체를 위한 반 한나라당 제 세력의 움직임에는 참여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문 후보가 단일화에 응할지 여부는 공개토론 제안에 대한 신당 측의 반응과 토론 결과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일단 현재의 정체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통로로 '단일화 테이블'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속내만은 분명해 보인다.
| 鄭측 "단일화 제안으로 받아들여" 정동영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문국현 후보의 제안에 대해 "단일화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받아들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가 '정 후보의 사퇴'를 토론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데 대해서는 "일부 지나친 표현이 있었지만 중요치 않다고 본다"며 "우리는 25일 후보 등록 전 두 후보 간 TV토론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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