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러 마지막 핵군축 조약 만료…"NPT 흔들어 한반도까지 영향" 우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러 마지막 핵군축 조약 만료…"NPT 흔들어 한반도까지 영향" 우려

군축단체 "중국 포함 3자 군비경쟁 가능성·냉전 재체험 할 수도"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남은 핵무기 통제 협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이하 현지시간) 만료되며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조약 이행을 중단한 뒤 지난해 1년 연장을 제안한 러시아는 대답 없는 미국을 비판했고 미국은 중국도 협약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협상 추진 조짐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양국이 단기적으론 비용 문제로 핵무기 수를 크게 늘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핵무기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국까지 포함한 3자 군비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약 폐기가 핵확산금지조약(NPT)까지 흔들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만료 결과를 경고하며 미국을 비판 중이다. 러 외무부는 4일 관련 성명을 내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뉴스타트 1년 연장을 공개 제안했음에도 "미국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러한 접근은 잘못됐고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현 상황에서 우리는 뉴스타트 당사국들이 핵심 조항을 포함해 조약 관련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향후 조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며 "러시아는 책임감 있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행동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단호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정치외교적 방안 모색에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러 간 2010년 체결된 전략 핵무기 제한 조약 뉴스타트는 2011년 2월5일 발효됐고 2021년 5년 기한으로 한 번 연장됐다. 이 조약은 양쪽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한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배치는 700개, ICBM·SLBM 발사대 및 전략폭격기는 배치 여부와 관계 없이 800개로 제한된다. 양국이 관련 정보 공유 및 사찰도 수행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과 관계가 틀어지자 2023년 2월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과 정보 공유 또한 하지 않고 있다.

새 협약에 중국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중국은 일축

미국은 새 핵군축 협약을 맺는다면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4일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트 종료 관련 질문을 받고 "뉴스타트에 대해 지금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의견을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21세기에 진정한 군축을 이룰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중국의 방대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비축량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뉴스타트 종료 관련 질문에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우린 더 나은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약 연장이 이뤄진다면 "중국이 반드시 협약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2일 백악관 당국자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통제 관련 결정을 "그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의 핵 능력은 결코 미국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현 단계에서 중국에 핵군축 협정에 참여하라는 요구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뉴스타트 1년 연장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근 5년간 핵무기 보유량을 300기에서 600기로 2배 늘렸다.

시진핑, 만료 앞두고 미·러 정상과 연쇄 통화 '존재감'

뉴스타트 만료를 코앞에 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 및 미국 정상과 연쇄 통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날 연쇄 통화가 "주요 국가 간 협력 증진과 세계 전략적 안정 유지에 대한 중국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중국이 세계적 혼란 속에서 '안정적 닻'이자 '균형추'가 돼 가고 있다"고도 했다.

러 <타스> 통신을 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 대통령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만료 관련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 보장을 위한 협상 방안 모색"에 여전히 열려 있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 외무부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강조하고 새해엔 양국 관계에서 "더 크고 좋은 것을 성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에서 만난 두 정상은 올해 4월 중국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국제사회, 후속 합의 촉구

국제사회는 협약 만료를 우려하며 후속 합의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5일 성명을 통해 "반세기 이상 만에 처음으로 우린 전세계 핵무기 보유량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두 국가,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떤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했다"며 뉴스타트 만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순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협약 종료가 "핵무기 사용 위험이 수십년 만에 최고조에 달한 나쁜 시기"에 이뤄졌다며 미·러 양국이 "지체 없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검증할 수 있는 제한을 복원하고 위험을 줄이며 우리 공동의 안보를 증진하는 후속 틀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4일 주례한 일반 알현에서 뉴스타트 만료를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후속 조치 보장에 대한 모색 없이 조약이 효력을 상실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고 <바티칸뉴스>가 전했다.

상대방 무기고 정보 통한 '무형의 억지력' 상실…핵심 합의 훼손으로 NPT도 흔들릴 가능성

조약 만료로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군비통제 및 비확산센터는 성명을 내 뉴스타트가 "미·러의 핵무기 수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상대방의 무기고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해 양국이 추측이 아닌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협정 만료로 "전례 없는 검증 수단"을 잃었고 "50년 이상 핵 재앙을 성공적으로 막아 온 고된 외교적 노력도 끝났다"며 "이제 러시아와 미국 모두 핵무기 재확장에 법적 걸림돌이 없어졌고 우린 다시 냉전을 체험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군비통제협회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AP>에 조약 만료가 "중국까지 포함한 제약 없고 위험한 3자 군비 경쟁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봤다. 미 랜드연구소의 킹스턴 레이프 선임연구원은 "미·러가 강인함과 결의를 보이기 위해 배치된 무기를 늘리거나 협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4일 논평에서 뉴스타트 종료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NPT의 핵심 합의는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대신 핵보유국이 핵 군축에 진전을 이루는 것인데 뉴스타트 만료로 이러한 "핵심 합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NPT가 약화되면 중동 지역 핵확산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일본, 폴란드, 한국, 우크라이나 등에서 핵무기 보유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뉴스타트 폐기가 "과도기"가 아니라 "양자 간 핵무기 통제의 장기간, 아마도 무기한 중단"을 의미할 수 있다는 무거운 전망을 내놨다.

다만 <로이터>는 전문가들이 비용, 기술, 물류 문제로 단기간에 핵무기 배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 변화엔 최소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부국장 맷 코르다는 "최대 확장 시나리오에선 배치 무기 규모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핵무기 비용을 고려할 때 뉴스타트 만료가 반드시 군비 경쟁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짚었다.

▲2025년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