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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핵발전소' 당신은 받아들일 준비됐나?

[기고] 정치인과 국민에게 묻는다. 영원히 가해자로 남을 것인가?

다섯 곳의 핵발전소 마을을 찾아가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핵발전소 최인접 마을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길천 마을'. 이 마을은 고리핵발전소 경계 울타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 마을을 처음 대하고 받은 인상은 마을이 1980년대쯤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었다. 한쪽에는 임대형 원룸과 '원전지원금'으로 지은 해수탕 등 새 건물이 있고, 한쪽에는 오래된 가옥들이 있었다. 비바람에 벗겨진 페인트처럼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에 빛이 바랜 느낌이다. 길천 마을 이주대책위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핵발전소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길 희망했다.

두 번째 찾아간 곳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리 마을'이다. 이 마을도 핵발전소 울타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신고리 핵발전소 돔이 마을에서 아주 가깝고 훤히 보여 시각적인 충격은 더 컸다. 여러 번 찾아가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위험'을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이주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건설을 중단시켰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냈고, 그 조건은 한수원이 건설을 재개하면 '신리 마을 전체'를 이주시킨다는 것이었다. 신고리 5·6호기가 거의 완공돼 가는 2026년 3월 현재, 마을은 철거 중이고, 주민들은 이주한다.

세 번째 찾아간 곳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나아리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월성핵발전소 바로 앞에 인접한 마을이다. 월성핵발전소 1·2·3·4호기는 국내에서 유일한 중수로형 원자로다. 천연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기에 핵폐기물 발생량과 삼중수소 배출량이 다른 핵발전소보다 월등하게 높은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 소변 검사를 했더니 조사자 100%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돼 충격을 주었다. 나아리에 있는 집과 농토는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으며, 빈 상가가 쉽게 눈에 띈다. 주민들은 이주할 권리를 말하기 시작했고, 핵발전소로 인해 거래가 안 되니 한수원이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월성원전 인접 지역 주민 이주대책위'를 구성해 2014년 8월 25일부터 농성을 시작해 올해로 16년째 '상여 행진' 등을 통해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 영광핵발전소 앞에 있는 '홍농읍 성산리'는 핵발전소 건설 당시 노동자들에게 임대하려고 방을 늘렸던 집들이 폐허 수준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핵발전소 인접 마을인 북면 '부구리'에는 핵발전소 건설로 이주보상금을 받으려고 가설주택처럼 지어놓은 집이 기형처럼 들어서 있다.

▲2026년 1월 22일 울산 시민들이 현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열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 주민과 아이들, 바로 뒤로 신고리핵발전소 돔이 보인다. ⓒ용석록

'핵발전소 인접지 암 발병률 높다'

이뿐만 아니다. 여러 건의 역학조사에서 핵발전소 지역은 발전소에서 먼 거리보다 암과 질병 발병 위험이 크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2월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매사추세츠 암 등록소에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년간의 암 발생률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핵발전소 인근 2㎞(킬로미터) 안에 사는 55~64세 여성은 먼 거리보다 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1.52배, 65~74세는 2배, 75세 이상은 2.53배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55~64세의 상대위험도는 1.97배, 75~74세는 1.75배, 75세 이상은 1.63배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핵 시설에서 2~10km 이내 우편번호 지역에서는 상대위험도가 현저히 증가했다.

▲2000년 기준 미국 각 카운티별로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집계된 역거리 근접도(1/km) 지도. 어두운 색(보라색)일수록 200km 이내 여러 핵발전소로부터의 누적 근접도가 높음을 의미하며, 밝은 색(노란색)일수록 근접도가 낮음을 의미한다. ⓒYazan Alwadi 등 하버드대 연구팀

당신이 사는 마을에 짓자고 한다면?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올해 1월 26일 1400MW(메가와트)급 대형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700MW) 1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들 시설을 건설할 부지 유치 신청을 3월 30일까지 공모한다. 그러자 영덕군과 울주군이 대형 핵발전소 건설 유치 유력 지역으로, 경주시와 기장군이 SMR 건설 유치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핵발전은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40년 넘게 가동하면서 발생한 핵폐기물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핵발전소가 있는 5개 부지에 그대로 쌓여 있다. 더군다나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핵발전소 가동과 동시에 대기와 바다로 내보내는 기체와 액체 방사성물질은 일상이 '사고'같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핵발전 전기를 사용하는 대신 어떤 책임을 지고 있지?' 라는 질문을. 당신이 사는 마당에, 당신이 사는 지역에 핵발전소나 핵폐기장을 짓는다면 당신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가?

AI와 데이터센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편익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핵발전소 지역 주민에게 위험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편익'을 누리는 이들이 '피해'를 함께 나누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 이것을 정치인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탈핵 정책'을 정부가 결단하길 촉구한다. 정부가 나서지 못한다면, 시민의 권력으로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단시키자고 호소드린다.

▲한국 핵발전소 현황. ⓒ용석록

'원자력 발전소'는 한국에서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핵분열로 가동하는 발전소이므로 핵발전소라고 표기했습니다.(글쓴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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