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비롯해 이란 공격 2주 만에 핵심 무기를 지나치게 소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제한의 탄약을 가지고 있다면서 오늘 무슨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에서는 전쟁 종료 사안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출구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우리는 이란의 테러 정권을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망해가는 <뉴욕타임스>(Failing New York Times)를 읽으면 우리가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해군은 사라졌고, 공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전력은 초토화되고 있다. 그들의 지도자들은 지구상에서 지워졌다"라고 말했는데, 이란은 지난 8일 새 최고지도자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으며 그는 12일 첫 공식 성명을 발표해 정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력과 무제한의 탄약,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정신 나간 쓰레기들'(deranged scumbags)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지켜보라"라고 강도 높게 이란 정권을 비난했다.
그는 "그들(이란)은 47년 동안 전 세계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 왔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인 내가 그들을 처단하고 있다"며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집권 이후 첫 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한 뒤에 나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같은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면서, 그가 욕설에 가까운 단어로 이란을 비난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제한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상당량의 무기를 소진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인용해 미국이 지난 5년간 370발의 토마호크를 구매했는데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후 첫 100시간 동안에만 168발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무기 재고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 내에서 전쟁 종료를 두고 복잡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13일 <로이터> 통신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참모들은 언제, 어떻게 승리를 선언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며 백악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은 "일부 관리와 참모들은 급등하는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하는 반면, 강경파들은 이란에 대한 공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 참모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은 "재무부와 국가경제위원회(NEC)를 포함한 경제 고문들과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가 충격이 전쟁에 대한 국내 지지를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내부 논의에 정통한 한 고문과 다른 두 명의 관계자가 익명을 조건으로 밝힌 바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블레어 부비서실장을 포함한 정치 고문들도 비슷한 주장을 펼치며,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의 의미를 좁게 정의하고 작전이 제한적이며 거의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일부 고위 참모들은 이란 지도부 상당수가 살아남고, 작전의 목표였던 핵 프로그램이 남아있게 되더라도,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승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반면 린지 그레이엄, 톰 코튼 상원의원 같은 공화당 의원들과 마크 레빈 등의 언론 평론가를 포함한 강경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라며 "이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아야 하고, 미군과 선박에 대한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란 전쟁을 둘러싼 혼란의 원인에 대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서 미군이 거둔 신속한 성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상황이 다른데도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서 베네수엘라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쟁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통신은 "행정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일부 참모들은 이란 작전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한 1월 3일 베네수엘라 공습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통신은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분수령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란의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급등은 트럼프에게 군사 작전 종료를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박빙의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하는 공화당의 표심 공략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료와 관한 뉘앙스가 다소 달라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 전쟁이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을 자제해 왔다"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 전쟁에서 발을 뺄 구실을 찾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는 서로 충돌하는 여러 명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악관 내 분열적 상황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어떤 논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익명의 소식통에서 나온 소문과 추측에 근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은 경청을 잘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지만 궁극적으로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 본인이며, 스스로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하는 사람 역시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의 모든 참모진은 '에픽 퓨리 작전'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