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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로봇들, 물류센터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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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로봇들, 물류센터의 사람들

[경제뉴스N시선] 불확실한 자동화 시나리오보다 중요한 것

지난해 아마존은 전 세계의 물류센터에 도입된 로봇이 1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물류센터 전체 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에이전트형 AI인 '엘루나(Eluna)'를 론칭했다. 세계적으로 155만 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물류센터 자동화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로봇들

물류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자동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지만, 아마존 같은 선두 기업에서는 자동화가 이미 운영의 기본값이 되어 있다. 아마존 물류창고에 도입된 로봇들을 종류별로 살펴보자.

· 운반 로봇

아마존 로보틱스의 모태가 된 키바(Kiva)는 로봇청소기처럼 창고 바닥을 돌아다니는 물류 운반 로봇이다. 키바라는 이름의 로봇은 지금 생산되지 않지만, 키바의 후속 모델로 더 크고 무거운 선반(pod)을 운반하는 헤르큘러스(Hercules)는 아마존 물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운반 로봇이다. 그밖에 운반 로봇에 작은 컨베이어 벨트를 장착한 페가수스(Pegasus)와 가전제품도 거뜬히 옮기는 타이탄(Titan), 자율주행 로봇인 프로테우스(Proteus)가 있다. 특히 차세대 모델인 프로테우스에는 SLAM이라는 AI 기술이 적용되어 실시간 매핑이 가능하므로, 인간 노동자가 일하는 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 로봇 팔

다음으로 로봇 팔 계열인 로빈(Robin), 스패로(Sparrow), 카디널(Cardinal)이 있다. 로빈은 아마존에 최초로 도입된 로봇 팔로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택배 상자를 집어 스캔한 후 크기별로 분류한다. 2022년 공개된 스패로는 상자가 아닌 개별 상품을 컨테이너에서 집어 돌려 토트에 담는다. 카디널은 무겁고 부피가 큰 택배 상자 더미 속에서 특정 상자를 골라내 운반 카트(GoCart)에 차곡차곡 쌓는 역할을 한다.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능형 적재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 로봇 팔 시스템

세쿼이아(Sequoia), 벌컨(Vulcan), 블루제이(Blue Jay)는 로봇 팔을 포함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이다. 세쿼이아는 입고된 상품을 토트에 담아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꺼내 직원에게 전달한다. 벌컨은 집품(피킹)과 적재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로봇 팔과 정밀 제어 장치가 결합된 시스템으로, 촉각 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상품의 형태와 무게에 맞게 힘과 위치를 조절한다. 2025년 10월 공개된 블루제이는 천장에 설치하는 다중 로봇 팔 제어 시스템인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4개월 만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 휴머노이드 로봇

엄밀히 말하면 아마존 물류센터에 휴머노이드가 '도입'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애질리티와 공동 개발한 디짓(Digit)이라는 2족보행 휴머노이드를 시범 운영 중이다. 디짓은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 기반의 피지컬 AI를 탑재해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도 대처 가능하다. 2023년부터 일부 차세대 물류센터에서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빈 플라스틱 바구니(tote)를 옮기는 단순한 작업을 주로 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

▲헤르큘러스(위 왼쪽), 로빈(위 오른쪽), 벌컨(아래 왼쪽), 디짓(아래 오른쪽). 아마존 뉴스룸과 아마존 사이언스 웹사이트에 공개된 사진을 토대로 제작함.

아마존의 야심찬 자동화 계획

아마존이 보유한 100만 대의 로봇 중 대부분은 헤르큘러스와 같은 운반 로봇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아마존 물류창고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도 키바와 헤르큘러스 계열의 운반 로봇들이다. 로봇이 선반을 운반하게 되자 사람이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로봇 전용 공간은 통로를 좁게 설계할 수 있어 공간 절약에도 기여했다.

앞으로 아마존이 확대하려는 것은 적재와 집품을 자동화하는 로봇 팔로 예상된다. 아마존 로봇팀은 향후 물류창고 작업 자동화에서 AI 기반 로봇 팔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로봇 팔은 개발·제조 비용이 높아서 운반 로봇만큼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유출된 아마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아마존 로보틱스 팀의 최종 목표는 물류센터 운영의 75%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도의 자동화가 실현된다면 물량이 늘어나도 신규 고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해고가 아니라 신규 고용 축소 시나리오다). 모건스탠리는 아마존이 로봇 위주로 설계된 자동화 센터를 2027년까지 40곳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들 센터가 미국 내 물량의 10%를 소화하게 될 경우 건당 주문처리 비용이 기존 대비 20~40%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40곳을 제외한 나머지 센터는 모두 인간 작업자 위주로 설계된 공간일 것이다. 이런 곳에 로봇을 심으려면 로봇의 작업 구역을 인간과 분리해 제한된 자동화를 달성하거나, 프로테우스와 디짓처럼 인간의 공간에 적응 가능한 범용 피지컬 AI를 택해야 한다. 프로테우스는 이미 차세대 물류센터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디짓 같은 휴머노이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디짓의 경우 수리비를 포함한 연간 대여료가 12만~15만 달러에 달하며 2~3시간마다 충전이 필요하다. 게다가 안전 등의 문제로, 인간과 분리된 구역에서만 작동 중이다. 인간이 하던 일을 휴머노이드가 더 빠르고 값싸게 수행하리라는 기대는 아직 현실화하지 못한 기업의 욕망이다.

물류 자동화로 노동자는 편해졌을까?

미래의 불확실한 노동 대체 시나리오에서 잠깐 눈을 돌려, 이미 로봇과 함께하고 있는 물류 현장의 노동환경을 보자. 자동화로 인간은 편해지고 있을까? 미국, 영국, 인도의 아마존 노동자들은 일터의 속도 압박과 디지털 감시가 점점 심해진다고 증언한다.

"ADTA(Auto Divert to Aisle)라는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컨베이어벨트의 80%가 자동화되었는데, ADTA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택배 상자들을 밀어냅니다. 기계가 인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인간이 ADTA의 비인간적 지시에 맞춰야 해요." 뉴욕 퀸즈의 마스페스에 위치한 아마존 배송센터 DBK4에서 근무하는 앨빈 게일의 증언이다. DBK4에서는 전보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고 있으며, 현장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린다고 게일은 전한다. (labornotes.org)

"그들은(사측은) 우리를 분 단위로, 일감 하나마다 모니터링해요. 세세한 것까지 다 감독하죠. (…) 매 순간 스캔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일정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스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영국의 코번트리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가필드 힐튼의 증언이다. 영국의 아마존 노동자들은 2023년 3일간의 파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Guardian)

"마치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미터기가 뒤에 달려 있고(물류창고 관리자들만 미터기를 볼 수 있고) 우리는 그저 계속 페달만 밟는 것과 비슷해요. 관리자들은 우리의 속도를 볼 수 있지만 우린 볼 수 없어요." 인도 아마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도국립법과대학·노동연구센터 보고서, There’s no ghost in the machine, 2025)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이야기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카피했다는 한국의 쿠팡은 어떨까? 쿠팡은 일부 물류센터에 피킹 로봇(AGV), 자동 포장 기기인 오토배거, 자동 분류 시스템인 오토소터(Auto sorter) 등을 도입했다(쿠팡 뉴스룸 참조).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AGV는 과자나 화장품처럼 가벼운 물건만 자동으로 운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벼운 물건은 로봇이, 무거운 물건은 인간 노동자들이 옮기게 된다. 힘든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이 고차원적인 일을 한다는 이상과 상반되는 풍경이다.

쿠팡CLS 캠프에 설치된 오토소터는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상품의 운송장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해 배송 지역별로 분류한다. 바코드 찍기와 분류를 기계가 해준다니 쿠팡CLS 노동자들은 편해졌을까? "중요한 것은 작업 속도가 소터와 레일(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진다는 겁니다. 사람은 지치면 움직이는 속도가 떨어지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잖아요." 오토소터가 설치된 현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의 증언이다.

노동자들이 지치건 말건 오토소터는 항상 '일정한' 속도로 물건을 보낸다. 만약 노동자들이 있는 라인에서 레일 속도를 늦춘다면 물건이 밀려서 전부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동료 노동자에게 물건 좀 밀어달라고 한 마디 말을 건넬 시간조차 없어졌다.

아마존과 쿠팡의 자동화 로봇 도입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자동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증언 내용은 비슷하다. 자동화 이후 더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하고, 철저히 기계의 속도에 맞춰야 하고, 잠시 숨 돌릴 시간도 빼앗겼다. 자동화의 목표와 과정이 철저히 기업의 이윤에만 맞춰진 결과다.

또 하나의 장면을 보자. 쿠팡의 한 반품센터에서는 노동자들이 수량 압박에 시달린다. 목표 수량이 초창기의 1.5배에서 2배로 늘어난 탓이다. 관리자들은 자리배치표를 만들고 속도가 빠른 노동자의 이름을 먼저 넣어둔다. 자리배치를 받지 못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모멸감을 느끼며 줄을 서야 한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질까. 합리적인 자리배치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최소 인원 투입으로 최대한 많은 물량을 쳐내려는 목적에서 기술은 물론이고 인간 관리자의 압박까지 동원하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나리오는 자극적이지만…

물류센터 안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구니를 들었다 놓는 영상은 흥미롭고, 대규모 노동 대체 시나리오는 주의를 끌기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시나리오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위축시키는 협박성 담론으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

아마존처럼 막대한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들은 물류의 완전한 자동화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노동을 자동화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이 있다. 그 모든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아마존의 야망이 실현된다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니 '인간 노동은 필요없어질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자극적인 자동화 시나리오 때문에 지금 물류 현장에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부조리한 노동 관행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떤 현장에서나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상의 노동에서든 자동화 과정에서든 노동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

안진이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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