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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탄소 불평등…"한국 소득 0.1%, 하위 50%보다 탄소 76배 많이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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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탄소 불평등…"한국 소득 0.1%, 하위 50%보다 탄소 76배 많이 배출"

'탄소 배출은 평평하지 않다'… 부유세 도입·과잉 배출 금지 등 필요

한국의 소득 최상위 0.1%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인구 절반인 하위 50%의 약 76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인류가 상위 1% 수준으로 생활한다면, 지구에 남은 탄소 예산이 3개월 안에 고갈돼 '1.5도 상승 저지선'이 무너진다고도 분석됐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유층의 과잉 배출을 억제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상위 0.1%가 76배 더 배출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 '탄소 배출 불평등 대시보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소득 상위 0.1% 집단의 1인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39.89톤에 달했다. 반면 하위 50%는 1인당 평균 7.06톤에 그쳤다. 두 집단의 배출량 격차는 76.5배에 이른다.

소득 하위 50%와 상위 10% 사이인 중위 40%의 1인당 평균 배출량은 14.32톤이다. 이들의 배출량도 상위 0.1%의 37.7분의 1 수준이다.

중위 40%와 하위 50%를 합한 인구 90%를 상위 10%와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인구 90%의 1인당 연평균 배출량은 약 10.3톤이지만, 상위 10%는 1인당 평균 394톤으로 내뿜고 있었다. 즉, 상위 10%가 약 38배 더 많이 탄소를 배출한다.

▲2022년 기준 소득별 1인당 평균 탄소 배출량과 소득 그래프.(자료출처 : SEI 탄소 배출 불평등 대시보드) ⓒ프레시안(손가영)

비율로 보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0%를 상위 10% 집단이 차지했다. 중위 40%는 전체의 43%였고, 하위 50%는 27%에 그쳤다.

부자 23% vs 가난한 자 1%

소득 분위를 20개 구간(각 5%)으로 쪼개자, 불평등은 더 두드러졌다. 가장 부유한 상위 5%(20분위)의 배출량은 약 153.77메가톤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반면 최하위 5%(1분위)는 9.56메가톤으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같은 인원수에도 배출 비중은 23배나 차이 났다. 최상위층을 제외하면, 중위 및 하위 계층별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지난 30년 간 배출량을 가장 많이 늘린 계층도 초고소득층이다. SEI가 1990년 대비 2022년 배출량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 5%인 20분위 계층이 22.1%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바로 아래 19분위 계층은 8.3% 증가했다. 그 아래 9~18분위는 5.5%씩, 그 아래 1~8분위는 2.8%씩 늘었다.

▲1990년(하늘색), 2015년(푸른색), 2022년(연두색) 20개 소득 분위별 탄소배출량. V20이 최상위 5% 부유층을 나타낸다. 자료출처는 SEI이고, 단위는 기가톤이다. ⓒSEI

부유층만 변해도 목표량 절반 해결

부유층의 생활 양식 변화가 기후 위기 대응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최상위 1%만 NDC(국가감축목표) 기준만큼 줄여도 필요한 전체 감축량의 4분의 1을 해결할 수 있고, 상위 10% 부유층이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배출하면 필요 감축량의 절반을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열린 '탄소불평등 해결없이 기후정의 없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결과다.

기준선은 2035년 국가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억제하기 위해 '2035년까지 총 탄소 배출량을 2018년보다 이만큼 줄이겠다'고 한 약속이다. 한국의 NDC는 53~61%다. 2035년에 61%를 달성하면, 2018년보다 308.5메가톤을 줄여 383.1메가톤을 배출한다. 이때 1인당 배출량은 7.54톤이다.

2022년 상위 1%의 1인당 배출량은 144.35톤이다. 이 수치가 7.54톤이 되려면 9년 내 기존 배출량의 95%를 줄여야 한다. 상위 1% 51만여 명을 합하면, 전체 감축량은 70메가톤 정도다. 이는 2035년까지 줄여야 할 총 양인 308.5메가톤의 22.4%를 차지한다. 즉 인구의 1%만 생활 양식을 바꿔도 탄소 감축 목표에 크게 기여한다.

상위 10%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2022년 배출량은 204.23메가톤이다. 한 집행위원은 "이들이 평범한 시민 수준으로 배출량을 줄일 경우, 즉 인구 비율처럼 전체 배출량의 10%만 차지할 경우, 지금보다 136.15메가톤이 줄어든다"며 "이는 2035년까지 줄여야 할 감축량의 44%다. 즉 목표량의 절반이 해결된다"고 밝혔다.

▲한국 소득계층별 2022년 1인당 탄소배출량(푸른색)과 2035년 NDC 목표치(붉은색)의 차이. 붉은색 화살표는 2035년 목표 달성을 위해 줄여야 하는 차이다. ⓒ한재각

부자들이 탄소 예산 다 탕진

세계의 탄소 불평등 현황도 마찬가지다. 옥스팜(Oxfam)은 2025년 <기후위기 : 불평등이 불러온 세계의 재난> 보고서에서 "1990년 이후 상위 1%가 1인당 사용한 탄소 예산이 하위 50%보다 100배 넘게 많고, 하위 10%보다는 300배 넘게 많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상위 1% 부유층과 같은 수준으로 배출하면, 탄소 예산은 3개월도 안돼 다 쓴다”고 밝혔다.

탄소 예산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내(20년 평균 온도 기준)로 억제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탄소 배출량 '마지노선'이다. 2025년 기준, 약 130~170기가톤이 남았다. 인류 전체가 지금 추세대로 탄소를 배출하면 3년 안에 소진된다.

한 집행위원은 "한 마디로 전세계 상위 초부유층이 1.5도 탄소 예산의 대부분을 탕진하고 있다"며 "이들이 평범한 이들보다 더 많이 배출해야 할 특별한 권리라도 있는가? 부자 배출 감축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세계 최상위 부유층과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기후위기를 일으킨 사실이 명백하다"며 "정부가 초부유층의 과도한 배출량과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억제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기후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는 불가피하다"고 결론내렸다.

한 집행위원은 한국의 탄소중립기본법을 기후정의법으로 전면 개정해 탄소 불평등 구조와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 세율을 인상하는 '기후정의세'를 도입해, 이를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5년 기준 탄소 예산이 6%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 포스터. 지구 기온 상승 1.5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Global Carbon Budget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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