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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되고픈 트럼프에 경고 날린 '진짜 왕' 찰스3세…"행정부는 견제와 균형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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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되고픈 트럼프에 경고 날린 '진짜 왕' 찰스3세…"행정부는 견제와 균형의 대상"

CNN "미국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일깨워 준 인물, 역설적이게도 국왕"

미국을 방문한 찰스3세 영국 국왕이 의회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을 두고, 입헌군주제의 '진짜 왕'이 '황제와 같은 권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현직 대통령'에게 미묘하지만 강렬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은 이날 찰스3세의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 대해 "격동의 시대에 미국에 공화국의 가치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제적 귀감이 되는 국가로서의 영향력을 일깨워 준 인물은 역설적이게도 (입헌 군주제 국가의) 국왕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전제적인 왕이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 왕인 찰스3세가 나서서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방송은 "찰스 국왕의 합동 의회 연설은 왕실의 관례를 고려할 때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질책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미국의 현재 정치적 방향에 암묵적인 우려를 표하는 한편 서구 민주주의의 기둥인 국내 견제와 균형, 국제 동맹, 종교 간 관용의 가치를 수호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찰스 국왕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평가받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와 미국 권리장전 등을 언급하며 "법치주의에 근거해 안정적이고 접근 가능한 법 규범의 확실성, 분쟁을 해결하고 공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독립적인 사법부" 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아이러니"하다고 짚었다.

찰스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의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연설을 듣고 있던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초당적인 환호가 터져나왔다면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요구에 굴복함으로써 스스로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의미심장했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찰스 국왕이 "미국의 언어는 독립 이후 줄곧 그러했듯 무게감과 의미를 지닌다"라며 "하지만 이 위대한 국가의 행동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언어 및 행동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찰스 국왕은 연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하며 "세상은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것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하는 행동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방송은 "트럼프 정부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미국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했다"라고 해석했다.

방송은 "헌법에 의해 권한이 제한된 입헌군주제의 '진짜 왕'과 '황제와 같은 권력'을 추구한다고 비판받는 '현직 대통령'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며 "(국왕인 찰스3세가) 대통령에게 왕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국왕 찰스3세가 미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국왕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촉구하고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극'이라고 일축한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암묵적인 메시지였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찰스 국왕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미국에만 의존하고 아무런 희생도 하려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듯 "(2001년) 9.11 테러 직후 나토가 처음으로 나토 조약 5조를 발동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테러에 맞서 단결했을 때, 우리는 함께 부름에 응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찰스 국왕이 이처럼 우회적인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꾸짖고 반박한 가운데,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이른바 '노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시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찰스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찍힌 사진에 "TWO KINGS(두 명의 왕)"이라는 설명을 달아 SNS인 'X'의 공식 계정에 게재했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공식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국 국왕 찰스3세가 같이 찍힌 사진에 "TWO KINGS"(두명의왕)이라는 설명을 달아 게재했다. ⓒ백악관 X계정 갈무리

이어 방송은 트럼프 정부의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국가의 상징처럼 내세우기 위해 미국 독립 250주년 맞이 기념 여권에 그의 서명과 이름을 넣기로 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방송은 ABC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에 대한 거친 농담을 한 것을 두고 연방통신위원회(FCC)가 ABC 방송국 면허에 대한 조기 심사 절차에 착수하는 등 왕정에 맞서 싸운 미 건국 세력들이 지켜내려 했던 표현의 자유를 트럼프 정부가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미 영국대사인 크리스천 터너가 지난 2월 미국 대사로 부임한 이후 미국을 방문 중인 학생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터너 대사가 영국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 지향적인"것이라면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아마 이스라엘 하나뿐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국왕이 이날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활약한 영국 해군 잠수함 'HMS 트럼프(HMS Trump)'호의 사령탑에 달려 있던 실제 종을 선물하며 "혹시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저 이 종을 울려만 달라"라면서 악화된 양국관계를 일정 부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이런 보도가 나오자, 영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외무부 대변인이 "이 발언은 2월 초 미국을 방문한 영국 고등학생들에게 한 사적이고 비공식적인 발언이다.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관계자는 해당 대화가 비공식적이었으며 학생들의 외교 및 당면 정치 문제에 대한 질문에 초점을 맞췄고, 정부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총리실은 이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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