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청년실업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경제위기론을 제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첨단산업과 제조업 경쟁력 확대를 바탕으로 중국의 산업 영향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경기 둔화 여부보다 중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구조 전환 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개념이 최근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이다. 신질생산력은 과거의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투자, 부동산 및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중심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과 미래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려는 산업전환 전략이다.
다만 신질생산력 전략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사실 중국은 약 15년 전부터 질적 성장, 첨단산업 육성, 내수 중심 성장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12차 5개년 계획(2011~2015)에서는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과 내수 확대, 산업구조 고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으며, 이후 시진핑 정부 초기에는 경제 '신창타이(新常态)'를 통해 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으로의 전환을 강조하였다.
또한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에서는 제조업 고도화와 핵심기술 자립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고,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는 혁신주도 발전 전략을 중심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첨단장비, 신에너지자동차 등 전략적 신흥산업과 디지털경제 육성을 확대하였다.
이어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는 '쌍순환(双循环)'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즉 중국은 오랫동안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 자립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신질생산력은 과거의 산업고도화 전략과 무엇이 다를까.
첫째, '생존전략'의 성격이 훨씬 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산업고도화 전략이 '더 발전하기 위한 성장전략'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신질생산력은 미국의 기술 봉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핵심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산업 발전 차원의 과제로 인식되었다면, 최근에는 국가안보와 산업망·공급망 안정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기술·통상·안보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은 첨단기술 자립 여부가 향후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경제안보와 체제 안정에도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AI, 배터리, 항공우주, 양자기술 등 전략산업 육성을 국가 차원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도 이러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둘째, 기존 부동산 중심 성장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최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 의존 성장구조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헝다 사태를 비롯해 지방정부 재정 악화, 미분양 증가, 인구 감소,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면서 기존 성장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고도화가 미래 성장전략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기존 성장모델만으로는 경제 안정과 지속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보다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중국의 기술 수준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첨단산업은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는 단계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선도권 경쟁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BYD), 배터리(CATL), 태양광, 드론(DJI), 산업용 로봇, 일부 AI 분야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AI를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제조업·물류·금융·행정·국방 전반을 재편할 핵심 기반기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산업 AI, 스마트 제조, 데이터 활용 산업, 로봇산업 등이 신질생산력 전략의 핵심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미 성장한 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산업 패권을 확대하겠다'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최근 신질생산력 전략은 단순한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구조전환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31개 성·시·자치구는 최근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을 발표하였다. 각 지방정부는 당 중앙의 15차 5개년 계획의 방향과 성급 당위원회의 지침을 바탕으로 '현대화된 산업체계' 구축과 실물경제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특히 생물 제조(바이오), 녹색 수소에너지, 디지털경제, AI 등 미래산업 육성과 함께 내수 확대, 시장 통합, 민생 안정, 개혁 추진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각 지방정부는 지역별 산업 기반과 비교우위를 반영해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최근 중국의 신질생산력은 중앙정부의 전략 방향 아래 각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경제 정책을 구체화하며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구조전환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중국의 핵심 목표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첨단산업과 기술 자립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이 이러한 산업전환 전략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구조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내수 확대와 기술 자립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부동산 의존과 지방정부 투자 중심 구조, 과잉생산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질생산력은 기존 산업고도화 전략과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미중 패권경쟁과 기술안보, 공급망 재편 등 최근의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전략이 보다 강한 국가안보·산업안보 중심 전략으로 재편·강화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첨단 제조업과 미래산업 분야에서 한중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디스플레이, 범용 반도체, 조선 기자재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며, 과거 한국이 기술우위를 유지했던 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협력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바이오 소재,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전환, 의료·헬스케어, 고급 소비재 분야 등에서는 한중 간 새로운 협력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지방정부들이 첨단산업 육성과 국제 협력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과 지방정부에도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미중 갈등과 기술통제, 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어 향후 한중 산업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병존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중국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접근이 아니라, 변화하는 중국의 산업구조와 국가전략을 보다 냉정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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