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에 접어든 송파 개표소 시위대 사이에서는 '부정선거'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단체로 피켓에 '부정선거'를 적어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윤어게인'이 적힌 물품과 성조기가 현장 곳곳에 보였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재선거'를 강조하던 시위 초기와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의 유입이 늘며 일정한 정치색이 강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송파구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위에는 8일 오전부터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는 인파가 모였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1시 50분 기준 9000여 명이 올림픽공원을 방문했다. 청년, 중년, 노년이 고르게 집회에 참여한 가운데 60대 이상이 전체 인구 중 25.7%로 가장 많았다.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른 올림픽공원 내 인구는 최대 3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평일이 돌아오며 시위대 규모는 줄었다.
시위대는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유아차에 아이를 태우고 여유롭게 참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거대한 태극기를 열성적으로 흔드는 거구의 남성도 있었다. 그늘이 드는 곳에는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자는 시위대도 있었다.
군복을 입고 집회 현장을 활보해 이목을 끈 청년 남성도 있었다. 해당 남성은 <프레시안>에 "실제 군인은 아니"라면서도 "현역들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이렇게 입고 왔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모인 시위대에는 음식, 음료, 약품, 부채 등 다양한 물품이 전달됐다. 순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트럭에는 시위대가 줄지어 있었다. 온열 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냉난방 쉼터에는 "미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부정선거 재선거"로 구호를 통일했다는 점에서 전날까지의 시위와 다른 성격을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재선거' 외에 다른 구호를 외치지 말라는 목소리가 컸으나, 반나절 사이 분위기가 바뀌면서 시위대 모두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부정선거 음모론을 상징하는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도둑질을 멈춰라)" 구호도 나왔다.
'부정선거'를 주장하게 된 까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현장 곳곳에 '윤어게인'이 적힌 물품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시위대가 있었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들고 있는 인파도 많아 탄핵정국 시기 윤어게인 집회의 모습과 닮은 장면이 펼쳐졌다.
그런 중에도 재선거를 강조하는 시민과 부정선거를 강조하는 시민 간 논쟁이 있었다. 한 시민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극우세력이 주장해 온 부정선거 대신 재선거를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다른 시민은 "재작년 12월부터 싸워 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 스스로 의제를 축소해 재선거만 외치면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시민도 "계속 중도 확장을 이야기하는데, 그거 했다 망한 애들이 빽빽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중도 확장이 아니라 우리가 여기에 왜 모였는지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 부정선거론은 자연스레 시위대에 퍼지고 있었다. 집회 한편에 무리 지어 앉은 자원봉사자들은 시위대에 배포할 손 글씨 피켓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들 중 다수가 '부정선거'를 표기했다. 손 글씨 피켓은 집회 입구에서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일부는 극단적인 음모론을 제기했다. 집회 외곽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해 "전 세계 부정선거 주범?"이라고 표현했다. 또 곳곳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집회에 참여해 훼방을 놓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다.
특히 대진연 개입 의혹에 대해 시위 참가자들은 별다른 근거가 없음에도 강한 반감을 보였다. 한 중년 남성은 시위대에 '대진연이 집회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다른 남성은 검은 복장을 한 남성이 등장한 영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영상에 등장한 남성이 대진연 소속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 보였다.
송파구 투표소 투표용지 누락 사태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원봉사자는 <프레시안>에 "시민들이 밤낮으로 교대해 가면서 계속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핸드볼경기장 내부는 경찰이 출입을 금하고 있다. 경찰과 시민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충돌을 벌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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