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의 뒤늦은 입당 소식에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전 씨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도부는 '특정인의 입당 신청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을 신청한 뒤 승인을 받은 이후 여론 악화에 '보류'로 뒤집힌 사례가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씨의 입당에 관해 "당은 건전한 토론이 바탕이 된다. 생각이 일부 다르다고 해서 그분들의 입당을 막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 씨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린 극우단체 발대식에서 "저도 국민의힘 당원 가입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창당해 동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보수우파 메인은 국민의힘"이라며 "뭉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국회의원 등 공직 욕심은 없다며 "선출직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 씨는 언론을 통해 본인을 지지하는 "1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국민의힘 입당에 동참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내 세력화를 통해 다가오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구상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 씨가 입당한 시점은 지난 6월 9일 월요일이다. 주말이던 지난달 8일 온라인 입당을 신청했고, 하루 만에 입당이 승인됐다. 활동명 '전한길'이 아닌 '전유관'이라는 본명으로 입당했다. 정점식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전 씨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입당했다"며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전 씨의 입당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며, 논란을 둘러싼 책임은 전 지도부인 '김용태 비대위'에 넘긴 것이다.
이에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전 씨의 입당을) 알았다면 김계리 씨처럼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입당을 막았을 것"이라며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단적 정치세력은 국민의힘과 같이 갈 수 없다. 자유통일당이나 최근 만들고 있는 황교안 신당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전 씨를 즉각 출당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계엄을 옹호하는 극단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며 "이들은 보수가 아니라 사이비 보수"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직후 입당을 신청한 '탄핵심판 대리인' 김계리 변호사의 입당에 제동을 가한 바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을 신청했고 당원 가입 승인을 받았다며 인증했는데, 김 전 위장은 기자들에게 "(김 변호사는) 입당 대기 상태"라며 "서울시당에 당원자격심사위원회(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입당을 당시 지도부 차원에서 보류시킨 셈이다.
당내에서는 전 씨의 입당 역시 보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전 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반드시 절연해야 할 3대 세력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 윤어게인 주창자들"이라며 "이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정치인들은 해당 행위자"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당이 '윤희숙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킨 배경을 상기하며 "전 씨 같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12·3 비상계엄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이 아니다, 대통령의 비상조치다, 윤 전 대통령은 억울하게 옥살이하고 있다, 구출하자'는 말 아닌가"라며 "이거는 (당 쇄신) 핵심 방향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구성원이 된 전 씨와 손을 맞잡고 당이 극우화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윤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당에 가입한 개인의 목소리를 굉장히 크게 증폭하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 정치인들의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더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에 제가 걱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 씨를 비롯한 극우 '태극기 세력'에 선 긋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점이 최근 윤 위원장이 '4인방 청산'을 주장한 배경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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