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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 위해 해외는 댐 허물고, 한국은 더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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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 위해 해외는 댐 허물고, 한국은 더 짓고

[파괴의 댐, 기후대응댐 ③] 기후대응댐 무리한 추진 뒤엔 '4대강' 국토부 출신의 댐 고집

유럽과 북미는 댐을 철거하고 있다. 하천 생태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 위기 대응의 일환에서다. 2023년 '자연 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을 통과시킨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보, 댐 등 강 흐름을 막는 구조물을 제거해 최소 2만 5000킬로미터(㎞)의 강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복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댐 철거 연합(Dam Removal Europe)에 따르면, 유럽에선 지금까지 총 9000여 개의 댐, 보 등이 철거됐다. 숫자는 매해 증가한다. 2020년 101개, 2021년 239개, 2022년 325개, 2023년 487개, 2024년 542개다. 이 중 8~12% 정도가 댐이다. 매해 40~60개가량이다. 참여국도 늘어 지난해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체코, 터키 등도 처음으로 강을 막는 구조물을 없애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해까지 철거한 댐의 수는 2240건이다. 지난해에만 108개의 댐이 철거됐다. 미국엔 공식적으로는 9만여 개의 댐이 등록돼 있고, 등록되지 않은 소형 댐까지 합하면 50만 개가량이 있다고 추정된다.

▲위 표는 2020~2024년 동안 유럽연합 내에서 철거된 댐, 보 갯수와 철거에 참여한 나라 수. 아래 지도는 댐 철거에 참여한 나라들의 참여도를 나타낸다. 푸른색이 짙을 수록 적극적이고, 가장 옅은 색은 아직 참여하지 않은 나라다. ⓒ2024년 DRE 연례보고서

'메탄 발생 공장' 댐

댐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 바닥에선 메탄이 배출된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을 발생시키는 기작 때문이다. 저수지와 더불어 댐, 오수처리장, 논 등에서 메탄이 배출되는 이유다. 그 때문에 학계에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수력발전소도 기후 중립적이지 않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복사강제력(온실 효과)이 30배 정도 더 강하다. 이는 100년 기간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고, 20년 정도의 단기로 분석하면 약 85배 차이로 뛴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농도가 메탄보다 200배 정도 높고, 잔류 기간도 수십~수백 년으로 메탄(약 12년)보다 길어 더 주요하게 다뤄지지만, 메탄의 기후 변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인공 댐은 자연 호수나 습지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다. 2016년 미국, 중국, 브라질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수력발전소 등 인공 저수지에서 매년 약 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이중 약 79%가 메탄의 형태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1.3%가량이다. 댐은 호수나 강보다 더 많은 쓰레기와 식물이 유입돼 메탄 발생량이 더 많다고 분석됐다. 이를 100년 단위로 분석하면, 댐은 벼농사, 바이오매스 연소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5여 년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IPCC(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댐에서 나오는 메탄 발생량을 온실가스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미국은 2022년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작성하는 온실가스 배출 목록(인벤토리)에 저수지 메탄 배출을 포함했다.

세계경제포럼도 "강의 생물다양성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댐"이라며 강 복원을 강조한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그 자체로 지구적 위기다. 단 하나의 종이 멸종해도 그물망으로 연결된 생태계엔 큰 균열이 생긴다. 가령, 바다의 산호가 사라지면 수많은 해양생물종이 연쇄로 멸종하고 이에 의존하는 육지의 생물 개체 수도 영향을 받으며 해양 생태계가 급변한다. 지진, 파도 등 자연현상에 대한 완충 지대도 사라지고 해수가 육상으로 유입돼 결국 인간의 생활용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물다양성은 기후 회복력과도 연관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충격과 급변에 대응해 환경이 적응하고 회복하는 능력이다. 벌채와 개발을 줄이면 탄소 흡수원(녹지)이 보전돼 탄소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이 댐·보 철거와 하천 복원을 채택한 이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이 이어진 28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발생한 녹조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죽은' 법 악용한 꼼수 "댐 선호 국토부 출신들의 문제"

이 가운데 한국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신규 댐 14곳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3월 지차제장이 반대한 곳 등은 제외하고 9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기본구상 용역 절차를 밟고 있다. 나머지 5곳 중 2곳은 후보지(안)으로 분류됐고, 3곳은 보류됐다. 환경부는 "기후 위기에 따른 극한 호우, 극한 가뭄 등의 재난과 미래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절차부터 논란이 됐다. 물관리의 최상위법은 2021년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이다. 당시 국토부, 환경부 등으로 찢어져 있던 물관리를 환경부로 통일하는 등 통합적 물관리 체계를 정립하면서 만들어졌다. 물관리의 기본 이념과 원칙을 법으로 정했고, 이에 따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전제로 하위 계획인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정했다. 유역은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등으로 나뉜다.

환경부는 개혁 전의 구(舊) 법을 동원해 기후대응댐을 정책화했다. 지난 3월, 수자원법상의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입안하며 기후대응댐 내용을 포함했다.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거의 사문화됐던 조항이다. 수자원법 절차도 어겼다. 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범위 안에서 수립돼야 하는데,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물관리 개혁과 맞물려 2020년을 끝으로 다시 마련되지 않은 터였다. 즉 환경부는 상위계획도 없고, 최상위법도 따로 있는 상황에서 법을 우회해 기후대응댐을 발표했다.

그래서 물 수요 예측치도 서로 어긋난다. 예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추정한 2030년 한강유역의 생활·공업용수 수요는 45억3000만 세제곱미터(㎥) 인데,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상 예측치는 51억5000㎥였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지난 3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당시 물 관리가 통합되며 국토부에서 수자원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환경부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이들이 실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며 "댐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 수자원법을 악용해 과거 국토부에서 하던 방식대로 밀고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2023년 손옥주 수자원정책관을 기획조정실장에, 박재현 물통합정책관을 물관리정책실장으로 임명했다. 두 실장 모두 국토부 출신이고 기후대응댐을 추진했다. 손옥주 실장은 이명박 전 정부 때 4대강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 손 실장은 이재명 정부 집권 후인 지난 6월 물관리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댐을 포함한 물관리를 총괄하는 실이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기후대응댐이 아니라 '기후 핑계 찌질댐'"이라고 날을 세웠다. "후보지 10곳을 보면 실상 댐을 지을 만한 곳이 한 곳도 없다"며 "농어촌공사도 안 만들, 저수지만도 못한 규모의 댐을 대체 환경부가 왜 지으려 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10개 후보 댐 저수용량을 다 합쳐야 1억5880만㎥인데, 댐 하나 용량만도 못 하다"고 지적했다.

10개 하천 중 본류인 강은 울산 회야강 하나다. 나머지는 모두 지류다. 2~4번째 지류인 곳만 5곳이고, 2곳은 규모가 더 작아 지류로 등록되지도 않았다.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총 용량은 29억㎥다. 10개 후보 댐 중 가장 용량이 큰 댐은 지천댐으로 5900만㎥, 가장 작은 댐은 거제 고현천댐으로 80만㎥이다.

▲환경부가 작성한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주민설명회 자료. 댐 이외의 다른 홍수 방어 수단은 활용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근거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이를 거짓 논리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자료

근거 공개 않고 "댐만이 유일한 답" 주장만

환경부는 극한 호우와 가뭄에 대비해야 하는데 "댐 이외의 다른 대안은 적용하기 어렵거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댐 필요성을 각 지역 주민에게 설명해 왔다. 예로 홍수 방어 수단에는 제방 정비, 저류지(홍수 발생 시 물 저장시설), 방수로 등이 있는데, 이를 모두 활용할 수 없어 댐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취지다.

안 팀장은 "'다른 수단은 부적합하고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수차례 청구했으나 지금까지 어떤 자료도 받지 못했다"며 "환경부 주장의 근거를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3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활용이 어렵다고 한) 홍수 방어 수단들 다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환경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환경부의 수해 원인 진단도 정확하지 않다. 가령 지천댐 후보지인 충남 청양은 2022~2023년에 홍수가 났다. 수해지역은 지천 중·하류 부근이고, 근처엔 본류인 금강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백 교수는 "지천 침수가 금강 합류부 인근에서만 발생하는 걸로 봐서, 금강 본류 수위 상승으로 인한 배수위 효과(물이 하류로 흐르지 못해 상류로 밀려 올라감)가 지천 침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즉 제방, 저류지 등으로 금강 수위를 조절해야지, 지천 상류에 댐을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경기 연천의 아미천을 두고도 "아미천, 차탄천 합류지점 상류에 연천읍이 위치해, 두 하천의 병목 현상으로 시가지에 홍수가 유발됐다"며 홍수 방어 댐이 필요하다고 주민들에게 주장했다. 백 교수는 이에 "침수 당시 수위는 계획홍수위(하천시설 계획 기준이 되는 홍수 시 최고 예상 수위)보다 낮았고, 제방은 이 계획홍수위 보다 1.5m 높았다. 물이 제방을 넘지 않았다"며 "도시 내부 배수 시설이 불량해 침수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설명자료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이준경 대표는 "한국은 객관적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도 아니"라며 "설령 문제가 생긴다 해도 해당 지역에 적절한 물 확보 방안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한국의 강엔 댐이 이미 지어질 대로 지어져서 더 지을 곳도 없다"며 "한국에 댐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 3인이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삭발했다.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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