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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인상, 가난한 환자 사망률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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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인상, 가난한 환자 사망률 높인다

[서리풀연구通] 美 연구…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재정 중심 관점에서 사람 중심 관점으로!

현시점 한국의 건강보장제도와 관련해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아젠다는 무엇일까?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다양한 정책 과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이 가장 광범위하게 인식하고 있는 의제는 아마도 '의료비 증가'와 그로 인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보장제도의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이에 대하여는 흔히 본인부담금을 인상하여 의료 이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된다. 실제로 2024년도에 의료 과소비를 방지한다는 명분 하에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차등제가 시행되었고, 지난 6월 3일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한 대선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본인부담률 차등제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의료급여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 논의 역시 철회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속에서 종종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간과되곤 한다. 바로 정책의 당사자가 받을 영향이 너무 쉽게 생략되고 잊혀진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인상할 때 그 변화는 실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오늘은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인해 사람들의 건강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 메디케어(Medicare) 수급자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보조금(Low-Income Subsidy, 이하 'LIS') 수급이 사망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메디케어 수급자의 약제비 보조 혜택 상실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인구를 위한 공적 건강보험 프로그램으로 그 중 Part D는 2006년 도입된 처방약 보장 프로그램이다. Part D 도입 이후 약물 사용이 증가하고 만성질환 사망률이 감소한 효과가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연간 공제액과 본인부담금 등으로 인한 비용 장벽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22년에는 메디케어 수급자의 7명 중 1명이 비용 문제로 처방약을 조제하지 못했으며, 특히 저소득층,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용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LIS 제도이다. LIS 수급자는 Part D 보험료를 면제받고, 처방약 구매 시 소액의 본인부담금만 부담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LIS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만성질환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또 다른 공적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메디케이드에 가입된 메디케어 수급자는 자동으로 LIS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메디케이드 자격 재심사 과정에서 메디케이드에서 탈락하게 되면, LIS 또한 자동으로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약제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갑자기 증가하고, 보험료 미납 시 Part D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약물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고, 특히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이중수급자(Dual-eligible)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더 큰 건강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메디케이드 탈퇴 시점에 따라 LIS를 유지하는 기간이 달라지는데, 상반기(1월~6월)에 메디케이드를 탈퇴할 경우 같은 해 12월까지 LIS가 유지되고, 하반기(7월~12월)에 탈퇴할 경우 다음 해 12월까지 LIS가 유지된다(아래 표 참고). 이 연구에서는 메디케이드 탈퇴시점에 따라 LIS 유지기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점에 주목하여, '메디케어 수급자 요약 파일(MBSF)' 자료를 활용하여 메디케이드 상반기 탈퇴군과 하반기 탈퇴군의 누적 사망률을 비교함으로써 LIS 상실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 메디케이드 탈퇴시점에 따른 LIS 유지 기간의 차이. ⓒ시민건강연구소

분석 결과 2015~2017년 사이 메디케이드를 최소 1회 이상 탈퇴한 메디케어 수급자는 약 188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메디케이드 상반기 탈퇴군은 약 97만 명(51.3%), 하반기 탈퇴군은 약 92만 명(48.7%)으로 나타났다. 메디케이드 탈퇴 후 17개월 동안 상반기 탈퇴군의 LIS 유지기간은 평균 13.6개월, 하반기 탈퇴군의 LIS 유지기간은 평균 15.3개월로 나타났다.

상반기 탈퇴군과 하반기 탈퇴군의 사망률(1000명당) 분석 결과, 메디케이드 탈퇴 후 3개월과 6개월 시점에서는 양 집단 간 사망률 차이가 없었으나, 이후 상반기 탈퇴군의 사망률이 하반기 탈퇴군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디케이드 탈퇴 후 17개월 시점에서 상반기 탈퇴자의 사망률은 78.3명, 하반기 탈퇴자의 사망률은 75.3명으로 나타났고(사망률 차이 3.0명), 21개월과 24개월 시점에서는 각각 3.15명, 3.68명로 사망률 격차가 벌어졌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Part D 지출 상위 20% 수급자, 심혈관질환 치료제 사용자, 만성 폐질환 치료제 사용자, HIV 감염 치료제 사용자, '전액 메디케이드'1 수급자, HCC 점수2가 높은 수급자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또한 메디케이드 탈퇴 후 7~17개월 기간에 상반기 탈퇴자는 하반기 탈퇴자보다 처방약을 적게 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차이는 Part D 지출액이 클수록 두드러졌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메디케이드 탈퇴 사유를 직접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탈퇴자의 절반 이상이 12개월 이내에 메디케이드에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메디케이드 자격 상실보다는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인한 탈락이 메디케이드 탈퇴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결국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드러낸다.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면 가난한 환자는 약물 복용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의학적 필요가 높은 집단에서 그 피해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명한 해외 연구결과를 소개한 이유는 한국의 건강보장제도에 대한 논의에서 '사람의 얼굴'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만을 강조하는 프레임 속에서 실제로 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결과를 겪게 되는지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사람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이다. 재정 중심 관점이 지배적이 되면서 이러한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제도란 단순히 긴축을 통해 재정의 '수명'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는 제도여야 한다. 재정 중심 시각이 아닌 '사람 중심 관점'에서 건강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메디케이드는 전액 메디케이드(Full Medicaid)와 부분 메디케이드(Partial Medicaid)로 나뉜다. 전액 메디케이드는 소득/자산 기준이 부분 메디케이드보다 낮고, 메디케이드 지원 범위는 더 넓다.

2. HCC 점수(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score)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와 의료비 위험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높은 HCC점수는 차기 년도에 높은 의료비 지출이 예상됨을 의미한다.

*서지 정보

Roberts, E. T., Phelan, J., Schwartz, A. L., et al. (2025). Loss of Subsidized Drug Coverage and Mortality among Medicare Beneficiarie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92(20), 2025–2034. https://doi.org/10.1056/NEJMsa2414435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난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의사가 36%가량 급감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이상 가나다순) 등 빅5 병원의 전체 의사 수는 4천5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 말 7천132명 대비 35.92% 감소한 규모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 관계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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