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산림 관리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문한 후 열린 첫 국회 토론회에서 산림청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이 맞부딪혔다.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의 과학적 검증을 언급했으나, 첫 토론회엔 산림청과 임업 유관 관계자들도 패널로 참석했다. 전국 각지의 임업자들도 50명 넘게 참석해 장내엔 팽팽한 긴장감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첫 발제에 나선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림 경영 논쟁 관련 토론회'에서 모두베기, 솎아베기 등의 산림청 벌채 사업이 산림재난을 대형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나무뿌리는 벌목된 지 5년 후부터 썩기 시작해 10~15년 이내에 썩고, 조림(나무 심기)한 나무뿌리가 산사태를 막기엔 20년 이상은 자라야 한다"며 "벌채지는 벌채하지 않은 토양보다 빗물 유출량이 4배, 토사 유출량은 5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온 홍석환 부산대학교 교수(조경학과)는 "산림청 자료만 봐도, 울창한 숲이 산사태 방지 효과가 있고 벌목한 숲은 토사 유출량이 더 많다는 게 데이터로 확인된다"며 "벌목한 숲은 초창기에도 산사태가 급증하고 10~15년에 이르면 100배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30년까지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연구에서) 수치로 증명했다면서도 (지난 7월 산청 산사태 피해 지역의) 벌목이 문제라고 지적되니 '벌목이 산사태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라는 건 무슨 소리냐"라며 산림청 측의 해명을 꼬집었다.
또 소나무만 남기고 나머지 활엽수 등을 모두 베어버리는 '숲가꾸기' 벌채 사업에 대해서 "산림청도 연구자료에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한 수종으로 수관이 하나뿐인 단층(수종이 하나인 단순림)에 불의 통로가 쉽게 나타난다'고 쓰고 있다"면서 "숲 가꾸기를 한 숲은 바람의 강도도 세지고, 숲의 바닥에 도달하는 햇빛양이 증가해 건조해지며, 빗물 유출량도 대폭 증가한다"고 밝혔다.

"벌채가 산불·산사태 야기" vs "비과학적 주장"
엄태원 숲복원생태연구소장은 "미벌채지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한 경우는 많다. 이번 산청 피해지역도 마찬가지다. 상단부엔 벌채 지역이 있으나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곳도 있다"며 "문제는 벌채 여부가 아니라 벌채 기술, 시기, 방법 등 과학적인 측면"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유림은 엄밀하게 개인 재산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벌채 여부 등을) 남의 재산에 이래라저래라 할 것이 아니고, 산림청은 임업인들을 유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과학자들은 통계적으로 신뢰성이 확보된 자료로 주장한다. 직관적으로 말할 문제가 아니"라며 비판론자들이 일부 사례만으로 벌채와 산사태 및 산불의 인과관계를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반례를 제시하며 "모든 벌채지와 조림지가 산사태를 확산하거나 유발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벌목지의 뿌리는 15년 지나면 썩고 산사태로 이어진다'는 최 대표의 주장에 "일본 논문이 근거인데, 해발 900~2400미터(m)의 연평균 강수량이 2800밀리미터(㎜)이고 경사도도 50도인 극단적인 환경의 연구 자료"라고 "해석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임도, 산사태 원인 인자임은 분명"
산림청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임도 증설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임도가 산사태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많은 산사태 피해 지역이 산사태 취약 지역(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에 나와 있지 않다. 위험 지도가 다 틀렸다"며 "인명 피해도 막지 못하는 연구를 왜 해야 하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원인 조사가 왜곡되거나 진행되지 않았던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원인 조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니 교훈을 얻지 못한다"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3자에 의해서 원인조사보고서가 작성되고,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왜곡한 경우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을 전수 조사를 했는데, 모두 도로에서 평균 27m 이내였다"고 밝혔다.
이어 "임도, 숲가꾸기를 제발 미뤄달라"며 "지금 당장 길 닦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큰 산불이 또 왔을 때 어떻게 대비할 건지 논의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원 숲산사산림기술사무소 대표는 "임도와 산사태는 관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며 "임도 위쪽에 산사태가 발생해 임도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다만 산사태 인자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므로 정비를 해야 한다"며 "정비를 한 다음 임도를 늘려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그 방향은 "반드시 임도가 필요한 곳에 내는 '목적 임도'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외감 폭발한 임업인들… "한 그루 팔면 730원"
"벌채하고 임도 낸다고 지금 저희를 재난 가해자로 취급해서, 완전히 범죄화시키셨잖아요! 임업 완전 적자예요. 세금은 내는데, 엄청난 규제 때문에 내 산인데도 나무 하나 못 심고 못 베요. 저도 조림하기 싫어요. 근데 조림 의무를 법으로 정해놨잖아요. 또 30~40년 넘은 나무는 못 베게 해놨잖아요. 여러분들의 공익 명분으로 우리를 이렇게 아작내놨잖아요." (임업인 이아무개 씨)
이날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임업인들 사이에선 분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산림청 비판이 제기될 땐 "말 같잖은 소릴 하고 있어"라거나 "분통이 터진다"고 항의도 나왔다. 산림청 옹호 패널의 발언이 끝나면 박수가 이어졌다.
이들은 임업자가 산림 정책의 중요한 주체인데도 토론에 패널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장내에선 "(저들은) 3시간 이상씩 말하는데 왜 우리는 2분밖에 발언권을 안 주느냐"거나 "말할 기회 좀 달라", "우리 갖고 장난치느냐" 등의 말이 터져 나왔다. 한 임업인은 자신이 준비한 발표 자료를 스크린에 띄워 10분 넘게 자체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에 "이게 산림청의 전형적인 수법(갈등 조장)"이라거나 "산림청이 저런 걸 해결해야지"라고 크게 말했다. 산림청의 산림정책이 벌목업자나 산림조합의 이권에 더 치중됐고, 영세 임업인들의 고충은 간과한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장이 정리 좀 하세요"라는 요구도 나왔으나, 이날 임상섭 산림청장은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한 임업인은 "우리가 40년 동안 나무 심어서 수확할 때 산림청이 주는 돈이 얼만지 아느냐. 730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한쪽은 베지 말라, 한쪽은 베라. 똑똑하신 분들이 입 좀 맞춰달라. 정확히 좀 제시해달라"며 "대체 나무를 언제 베면 좋은가? 독일처럼 120년? 무조건 벌목을 잘못이라 하지 말고 여기서 말해달라. 그럼 우리가 따르겠다"라고 소리쳤다.
최 대표는 "동의한다. 산림조합과 벌목상 등에 돈이 더 가게 하는 산림정책이 아니라 산주들에게 어떻게 돈을 제대로 가게 할 건지 방향성을 찾아가자는 것"이라며 "임업인들이 손해를 보는 건 산림청이 정책을 잘못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숙 강원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걸 말하고 싶다. 1970년대의 산림정책은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여러 상황이 바뀌었다. 산림청은 관행적 운영을 인정하고 관련 문제들을 시인하고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벌목, 임도 증설 등의 산림경영에 대해선 "임업용 산지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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