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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영, <물성, 감각하는 철>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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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옥영, <물성, 감각하는 철> 전시회

포항시립미술관초대전 14일까지

▲생명 Life, 2024-2025, 철, 황동ⓒ최옥영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뮤지엄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금속 조형 언어의 동시대적 확장을 모색하는 일환으로, 조각가 최옥영(1959-)의 개인전 《물성, 감각하는 철》을 오는 14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철의 도시 포항에서 ‘철’은 산업적 상징을 넘어 지역 정체성과 물질문명의 은유적 매체로 작동해 왔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27일부터 시작됐으며 산업 폐자재로, 기능을 다한 철이 작가의 손을 거쳐 몸과 생명, 감각을 매개로 한 시각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을 펼쳐낸다. 이는 재료의 재사용을 넘어 철이라는 물질이 지닌 존재론적 깊이와 우주적 기원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최옥영은 철이라는 물질의 우주적 기원에 주목한다. 그는 고철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새로운 존재론적 의미를 지닌 매체로 바라본다.

철, 탄소, 수소와 같은 우주 기원의 원소들이 인간 존재와 예술을 구성하는 근원적 물질이라는 점을 인식하며, ‘조각’이라는 행위로 물질의 응축이자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우주의 순환적 흐름을 표현한다.

이에 작가는 수십 년간 조각, 설치, 대지 미술, 회화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기능을 상실한 금속, 폐자재, 고무, 시멘트, 나무 등의 물질에 생명성과 감각을 부여해 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우주에서 자신의 위치를 묻는 반복적 몸짓이라 정의한다. 그는 ‘나는 언제나 산업현장에서 잘려 나온 철근, H빔과 같은 잔해는 그의 손에서 세워지고 눕혀지며, 응축된 감각과 시간의 밀도를 지닌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는 철의 표면에 남은 시간의 흔적과 상처를 지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그것 자체가 작품 일부가 되도록 만든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조형적 사유를 바탕으로 철이라는 물질의 전환 과정을 공간적으로 재구성한다.

1전시실은 철이 직립하며 생명을 얻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작가가 매일 우유 팩에 먹으로 그린 얼굴이 함께 설치된다. 각각의 얼굴은 하나의 소우주로서 조용히 호흡한다. 이는 철로 구축된 거대한 덩어리와 대비되면서 인간 존재와 거대한 물질 구조가 공존하는 우주적 장면을 형성한다. 로비 공간은 형태 이전의 덩어리, 즉 생명 탄생 직전의 응축과 혼돈을 시각화한다. 찢기고 분산된 철판은 긴장된 상태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4전시실에서는 철이 바닥에 누운 채 침잠한다. 이 공간은 생명의 소멸이나 잠재된 에너지를 표현하는 곳으로, 사라지지 않은 존재의 무게가 관람자의 감각 속에 묵직하게 머문다.

마지막 3전시실은 순환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점을 향해 나아가는 환원의 공간이다. 어둠 속 바닥에 눕혀진 거대한 철 덩어리들은 무덤처럼 군집을 이루며, 침묵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정적은 소멸이나 단절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예감하게 한다. 조선소에서 기능을 다한 철은 이곳에 이르러 새로운 질서를 준비하는 잠재적 몸으로 이행된다. 이는 소멸 이후의 생명성을 암시하며 조각이 물질의 결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매개로 한 사유의 흐름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공간 구성 자체가 하나의 조각적 행위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공간은 형태를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감각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장이다. 관람자는 이 구조 속에서 단지 작품을 보는 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호흡하고 반응하는 신체적 존재로 자리한다.

네 개의 공간을 따라 전개되는 흐름 속에서 관람자는 스펙터클한 철 조각 덩어리들이 발산하는 질량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의 밀도를 신체로 경험하게 된다.

▲ 최옥영 작가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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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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