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등학교도서관 169곳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도서 331권이 버젓이 소장·열람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18기념재단은 '지적 자유'가 역사 왜곡을 방치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교육청과 각급 학교의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운영하는 학교도서관 정보관리시스템 ‘독서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재단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과 지난 3월 학교도서관 내 5·18 역사 왜곡 도서 현황을 모니터링했고, 3·4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시도교육청에 왜곡 도서 목록을 전달하며 실태 점검을 요청한 바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 130건, 서울 66건, 부산 39건 순이었다. 도서별로는 김대령의 '역사로서의 5·18'이 1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만원의 '12·12와 5·18', 대한민국교원조합의 '대한민국 사회교과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는 지난해 국회에서 '5·18 북한 개입설' 등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36개 학교에서 38권이나 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학교로는 부산의 H고등학교가 5종 21권으로 가장 많은 왜곡 도서를 소장하고 있었다. 재단은 이 학교가 일반 서점이 아닌 출판사를 통해서만 구입 가능한 동일 도서 14권을 2024년 10월 한날 한 시에 일괄 등록한 것으로 파악돼, 장서 유입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에는 학교도서관 장서운영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도서의 선정과 폐기는 각 학교의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 사항이라 교육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다수의 교육청 역시 이러한 입장을 밝히며, 일부는 '도서관 지적자유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직접 개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은 '지적 자유'나 '학교 자율'이 왜곡 도서를 방치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재단은 △학교 도서관별 장서개발 정책 구체화 △정기적 전문재 심의체계 마련 △교육청·학교 간 역할 분담 명확화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교육청별 대응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대전·경기·충남 등 다수 교육청이 '학교 자율' 원칙을 강조한 반면, 인천·부산 등은 학교별 재심의와 확인 절차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와 충북교육청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충북은 해당 도서의 열람 해제와 폐기 절차를 안내했으며, 광주는 해당 도서를 소장한 학교에서 이미 비치와 열람을 중단하고 상반기 내 전량 폐기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재단은 향후 전국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도 전수조사를 확대하고 왜곡 도서의 국내외 유통을 막기 위한 분석 연구와 법률 대응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학교 도서관은 교육기관의 일부인 만큼, 교육과정 적합성, 학생 발달단계, 역사교육의 공공성과 국가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더욱 엄격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지적 자유' 원칙이 허위사실이 명백한 역사왜곡 도서를 방치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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