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성패는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업을 벌였는지가 아니라, 임기를 마친 뒤 무엇을 남겼는지로 평가받는다.
시민에게 자산을 남겼는지, 아니면 빚과 갈등을 남겼는지가 결국 그 시정의 성적표다.
민선 8기 대전시정을 돌아보면 후자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체육진흥기금 문제다.
수년간 시민들이 조성한 기금은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한 안전판이다.
그러나 방만한 집행 논란 속에 기금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국 체육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마저 흔들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체육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는 동안 이를 견제하거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시정의 방향에 보조를 맞추거나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최종적인 책임은 예산을 편성하고 정책을 결정한 시정의 최고 책임자에게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최근 드러난 3칸 굴절버스 도입사업은 이러한 행정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총사업비 9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대전시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국내 수입대행업체에 계약 이행을 담보할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사업비 대부분인 약 70억 원을 먼저 지급했다.
그러나 제작사인 중국 업체에는 대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차량 도입은 사실상 멈춰 섰다.
시민의 세금 수십억 원은 회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고, 시민의 발이 되어야 할 버스는 도로가 아닌 계약서 위에서 멈춰버렸다.
행정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과 위험 관리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사전 검증이 부족했는지, 위험성을 알면서도 강행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리한 사업 추진은 지방채 발행 확대와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지방채는 미래세대의 세금을 담보로 오늘의 사업을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미래의 시민들에게 청구서를 남기는 셈이다.
여기에 인사 문제까지 겹쳤다.
특정인을 위한 인사, 절차와 원칙이 흔들린 인사는 공직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직의 활력을 잃게 만든다.
행정은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이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인사가 반복되면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대전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을 떠안게 됐다.
부족한 재정, 소진된 기금, 추진이 꼬인 주요 사업, 그리고 흔들린 행정 조직까지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정치인은 임기를 마치면 떠난다.
그러나 그 결정의 결과는 도시에 오래 남는다.
빚은 시민이 갚고, 무너진 시스템은 다음 행정이 복원해야 하며, 잃어버린 신뢰는 훨씬 더 긴 시간을 들여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지방행정은 성과보다 책임이 먼저다.
민선 9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사업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시민 앞에 남겨진 청구서를 하나씩 정리하고, 재정을 정상화하며, 무너진 인사 원칙과 행정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위기는 분명 크다.
그러나 위기를 바로 직시하고 원칙을 회복하는 데서 새로운 출발도 가능하다.
대전시민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을 소중히 여기고, 행정의 기본을 지키는 상식적인 시정이다.
민선 9기의 성공 여부는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가 아니라, 전임 시정이 남긴 무거운 짐을 얼마나 책임 있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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