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 전반에 걸쳐 이전 정부에서 추진해 오던 정책과는 정반대의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이명박 후보의 정책공약을 반영한 것이지만,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체의 검증과정 없이 그것들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데 많은 국민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을 묵묵히 실천해 오던 우리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이 바르게 설 수 있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감히 다음과 같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리는 새 정부가 올바른 교육정책을 통하여 교육으로 인한 국민들의 주름살을 펴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러나 솔직히 지난 선거과정에서 제시되었던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무척 걱정스럽다. 정책 목표는 '교육의 질을 두 배로 늘리고 사교육은 반으로 줄이겠다'고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제시된 △자립형 사립고 100개를 포함한 학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는 대학입시 3단계 방안 등은 사교육비 반값 인하는커녕 사교육의 급격한 팽창과 상급학교 입학을 위한 소모적인 점수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우려는 최근 새 정부의 교육정책 평가가 끝난 주식시장에서 사교육 관련 기업의 주가(株價) 대폭 상승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점수 중심의 입시경쟁 심화는 단지 사교육비 증가 이상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이제 고도화된 지식기반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정형화된 지식의 암기나 이해보다는 샘솟듯 하는 자기주도 학습력과 창의력을 가진 자만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이나 특목고ㆍ자사고 설립의 자율화, 대학입시의 자율화 등은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을 점수의 노예로 만들어 온 시대착오적 입시 풍토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것은 마치 20년 후의 주역에게 30년 전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로 인한 결과는 다음 세대의 심각한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 결정 과정은 절차적인 면에서도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 모든 사안에는 선호를 달리하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정책은 이들 간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ㆍ절충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 민주사회에서의 상례이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그 가운데 특정 집단의 관점만을 반영하여 정책을 결정한다면 절차적 민주성의 훼손은 물론 정책의 결과 역시 특정 집단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여 사회적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이것은 새 정부의 정치적 안정은 물론 장래 국가적 안위까지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처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들이 이러한 소박한 우려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간곡하게 바라며,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정중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1. 인수위원회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미칠 사회적 파장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깊이 유의해야한다. 특히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사교육의 급격한 팽창과 사회 계층적 양극화를 유발할 고교의 설립은 공교육 자체를 붕괴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유보해야한다.
2. 대학입시제도 자율화 3단계 전략의 추진 등 새로운 대입 방안 역시,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와 심각한 입시 경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한 바, 재고되어야한다. 그 대신, 새 정부는 입시정책 개혁과 관련하여 미시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처한 근본적 문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하여, 미래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3.이와 관련된 대책을 세움에 있어서, 새 정부는 정파와 입장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타협이 가능한 세심하고 정교한 개방적 정책 결정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렇지 않고 관점이 유사한 이들만의 논의와 결정은 정책적 경쟁력이 허약할 수 있으며,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또 다시 뒤집히는 혼란과 낭비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대학입시의 정상화와 관련, 정파를 넘어선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마련하기를 권고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