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학교에서 비수도권 대학 중 유일하게 독립학과로 운영해 온 대학원 여성학과의 존립을 둘러싼 갈등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지난해 사회학 세부전공 편입이 결정된 여성학 석사과정을 독립학과로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고, 학교가 요구한 것 이상의 입학 희망자를 모아왔는데도 관련 절차가 지연되면서다.
15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계명대 본부와 학생들은 일반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 신설을 두고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계명대는 1990년 여성학과를 개설한 이래 대구·경북 지역 성평등 연구의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이화여대 여성학과와 함께 여성학을 독립학과로 운영하는 둘 뿐인 학교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계명대는 신입생 감소 등을 이유로 여성학 석사과정이 소속된 정책대학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라질 여성학 석사과정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의 세부전공으로 두기로 했다.
여성학과 학생들은 동문·연구자 등과 함께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리고 여성학 석사과정을 독립학과로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여성학은 돌봄과 평등, 인간의 삶을 다루는 학문이며,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는 복합학으로서 독립적인 교육과 연구 체계를 필요로 하는 학문 분야"라는 이유다.
이후 공대위는 여성학과 통폐합을 막기 위해 1년여 간 서명 운동과 피켓 시위 등을 지속했다. 서명 운동에는 시민과 연구자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런 끝에 지난해 11월 계명대 총장은 여성학과 재학생들에게 "신입생 5인을 모집하면, 여성학과를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11~12월 수요 조사를 실시해 여성학과 입학 희망자 15명을 모았다.
총장이 말한 입학 희망자의 3배를 모았지만, 여전히 여성학과 개설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공대위는 대학 본부 안내에 따라 지난 2월 계명대 정책대학원에 여성학과 개설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아직 재학생이 남아 있어 여성학과가 정책대학원 소속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여성학과를 만들기로 한 일반대학원에 정책대학원이 해당 서류를 이첩하지 않아 개설 절차가 한 달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책대학원 측은 개설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로 사회학과 교수진의 결정 지연을 꼽고 있다. 정책대학원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일반대학원에 여성학 석사과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학과 교수진이 (과 안에 세부전공으로 운영 중인) 여성학 전공 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학과 교수진이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11일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들은 교수회의에서 '여성학과 개설 신청에 대해 학교 행정 방침을 따르고 협조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결정이 여성학 전공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책대학원 측 입장이다.
공대위는 사태의 책임을 대학 본부에 묻고 있다. 총장이 제시한 입학 희망자 요건을 충족했고 안내에 따라 관련 서류를 접수했는데도, 여성학과 개설 절차 지연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대위는 지난 10일 계명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심의도 판단도 이뤄질 수 없다"며 "이는 곧 대학 행정의 책임 회피이며 구성원들의 권리를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행위"라고 했다.
또 △ 정책대학원의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여성학과 개설 신청 서류 즉각 접수 및 일반대학원 이첩 △해당 안건 공개 심의를 위한 대학원위원회 즉각 개최 △절차 지연 경위와 향후 계획 공개 등을 요구했다.
임은경 여성학과 동문 대표는 "여성학과 개설 요구는 1년 6개월 간 지역사회와 학계, 시민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지속돼 온 공적 요구"라며 "사회학과 교수진도 협조 입장을 전해 개설 반대 사유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것은 대학의 책임 있는 행정 뿐"이라며 대학 본부는 절차를 지연하지 말고 즉각 대학원위원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