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둘러싼 논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방류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정치적 논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과학은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라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과 국제 학계에서 발표되는 삼중수소·세슘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해양 모델(model)에 기반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그 모델이 어떤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가이다.
최근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IAEA는 2026년 3월 발표에서 18차 방류의 삼중수소 농도가 일본 운영 기준(1500Bq/L)을 크게 밑돌았으며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IAEA, Monitoring reports on ALPS treated water, 2026). 일본 정부 역시 방류 해역 모니터링 결과를 근거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학의 핵심은 단순한 결과 제시가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조건과 가정 위에서 도출되었는가를 검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토 등 일본 연구진은 '해양 먹이사슬에서 삼중수소 축적 잠재성 모델 연구'에서 해수와 먹이사슬을 연결하는 모델을 이용해 삼중수소의 축적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해양 희석 효과가 크고 삼중수소수(HTO)가 생물체 내에서 빠르게 교환·배출된다는 점을 근거로 장기 생물농축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보았다(Satoh et al., Tritium transfer and accumulation potential in marine food webs, Environmental Science, 2024).
그러나 이 논문은 대부분 성장률, 대사율, 먹이섭취량, 해수 희석 조건 등을 기반으로 한 모델 계산이기에 실제 장기 현장 관측이 아니라 가정을 기반으로 한 추정이다. 먹이사슬 단순화, 저서생물 영향 제한, 국지적 핫스팟(hotspot) 가능성의 충분한 반영 여부, 계절 변화·퇴적물 변수 부족 등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수 중 초기 농도, 희석 속도, 생물 성장률, 먹이 섭취량, 대사 및 배출 속도, 먹이사슬 단계, 체류시간 등 이들 변수가 결코 고정된 값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장률이 빠른 생물은 체내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저서생물처럼 이동성이 낮고 퇴적환경 영향을 크게 받는 종은 장기 노출 가능성이 달라진다. 또한 먹이사슬을 단순화할 경우, 실제 생태계의 복잡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특정 시기 플랑크톤 변동이나 계절성, 국지적 해류 변화 역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적은 미미하다"는 연구들
다카타 등은 '후쿠시마 인근 해수·어류 삼중수 및 세슘 실측 연구'에서 후쿠시마 인근 해수의 어류 속 삼중수소 및 세슘(Cs-137)의 실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 농도가 감소했고, 특히 사고 직후 대비 감소했으며,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의 방사선을 유지하고 있기에 현재 즉각적 위험은 제한적이고, 급성 영향 증거는 없으며 국제 기준 이하라고 강조했다(Takata et al., Tritium and radiocesium measurements in seawater and fish near Fukushima, 2025).
이 논문은 드물게 모델이 아니라 실측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한계 및 문제점 또한 지적되고 있다. 평균값 중심이고, 극단값(outlier) 분석 제한이 있으며, 특정 고농도 개체 설명 부족이나 장기 생태 영향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다카타 등의 실측 연구는 후쿠시마 인근 해수와 어류의 평균 농도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임을 보여주지만, 평균값 중심 분석만으로 국지적 변동성과 장기 생태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EST)'에 실린 이케노우에 등의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류에 따른 일본산 가자미의 미미한 삼중수소 축적-수치 시뮬레이션 연구'는 삼중수소의 장기 생물축적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Ikenoue et. al., Negligible Tritium Accumulation in Japanese Flounder from Treated Water Released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 Numerical Simulation Study.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25).
이 논문은 가자미의 생물농축이 제한되고, 삼중수소의 생태축적이 미미하며, 먹이사슬 전달이 제한적이고 특히 삼중수소수(HTO)는 체내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며 빠른 교환·배출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설명과 상당 부분 맞물린다. 이 논문은 삼중수소수(HTO) 해양확산모델과 먹이사슬 모델을 결합한데다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까지 고려한 것으로 일본 측 연구 중에서는 비교적 '정교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 연구 제목 자체가 이미 '미미한 축적(Negligible Accuumulation)' '수치 시뮬레이션(Numerical Simulation)'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어 단순히 '축적이 없다'가 아니라 '평균 가자미', '특정 종 중심 연구 한계', '생태계 단순화 문제', '가상 최대 방출 시나리오', '모델 재현성 검증' 등 관측 한계 및 표본 수 제한을 인정하고 '예측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에 실제 장기 생태 관측 연구가 아닌 모델 기반 추정 연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후쿠시마 논쟁이 결국 실체 관측이 아니라 모델과 과정의 문제 위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즉 모델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모델은 무엇을 가정하는가
이러한 연구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논리를 상당 부분 뒷받침해왔다. 즉 해양 희석 효과와 생체 대사 속도를 고려할 경우 현재 수준의 방류농도는 기준치 이하이며, 해양 희석 효과가 크고, 삼중수소는 생태 축적성이 낮고, 장기 위해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연구 결과 자체보다 모델의 구조다.
예를 들어 사토 등의 모델은 성장률, 먹이 섭취량, 해류 흐름, 생물 대사율 등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수들이 결코 고정된 값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성장률이 달라지면 체내 농도도 달라질 수 있고, 먹이사슬 구조가 달라지면 축적 가능성 역시 달라진다. 국지적 해류 변화나 계절적 생태 변동, 퇴적물 재순환 같은 변수는 단순 모델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즉 모델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단순화한 계산 구조다.
일본 학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존재한다. 일본원자력학회 연구자들조차 후쿠시마 관련 해양 모델 연구에서 모델 간 비교와 불확실성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경계조건과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日本原子力学会誌 'ATOMOΣ', 2021年4月号) 이는 단일 모델 결과를 곧바로 '현실의 확정적 예측'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일본 사회과학계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의 핵심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신뢰의 관계'라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릿쓰메이칸대 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과학, 신뢰, 다국간 협력 구조로 분석한다. 즉 갈등은 단순한 과학 데이터 부족이나 기술 논쟁이 아니라 '과학적 불확실성을 누가 어떻게 설명하는가'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Ritsumeikan University, Fukushima treated water and public trust, 2026).
삼중수소: "배출된다"는 설명의 한계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흔히 '과학 vs 비과학'의 구도로 단순화되지만, 실제 핵심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 정부와 IAEA 설명의 핵심은 삼중수소수(HTO)이다. HTO는 체내에서 비교적 빠르게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생태계에서는 일부 삼중수소가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OBT는 유기물 구조 안에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체내 체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OBT 축적이 대규모 위해로 이어진다는 결정적 증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문제는 반대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장기 증거' 역시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 장기 생태 영향은 단기간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본 국립환경연구소(NIES)의 '내만 생태계에서 방사성 핵종의 거동과 영향 평가 연구'(2016)는 세슘이 퇴적물과 저서생물 사이에서 장기적으로 순환할 가능성을 지적했다(国立環境研究所, 内湾生態系における放射性核種の挙動と影響評価に関する研究, 2016). 이 연구는 퇴적물의 중요성, 특히 세슘 퇴적과 재부유 가능성을 언급하고, 저서생물 영향으로 바닥 생태계와의 연계, 장기 순환 구조로 오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고 강조한다.
UNSCEAR(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의 '전리방사선의 원천과 영향' 연구는 체르노빌 이후 세슘-137이 토양과 생태계 속에서 장기간 순환하며 환경 문제를 지속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즉 장기 영향 분석으로 세슘-137 장기 잔존, 토양·생태계 순환, 장기 저선량 문제 등을 다뤘는데 이 기관은 대체로 보수적·공식적 평가 경향이 있음에도 이 연구에서는 장기 환경 잔류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Sources and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UNSCEAR 2008 Report).
일본 학계·언론의 핵심 문제의식-"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한다"
최근 일본 해양모델 연구들은 대부분 해양확산모델, 생태계 이동모델, 평균 농도 예측을 사용한다. 가령 도쿄대·JAMSTEC(해양연구개발기구) 글로벌 해양모델, JAEA(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생태계 모델 등이 있는데 일본 연구자들도 인정하는 것으로 2025년 도쿄대/JAMSTEC 연구는 '25km 밖에서는 검출 어려움', '장기적으로도 매우 낮은 농도'를 주장하지만 동시에 모델 기반 시뮬레이션임을 강조한다. 즉 해류, 기후변화, 해양 소용돌이(eddy), 확산 조건을 전제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모델은 평균적 성향을 설명하는 데 강하지만 극단값과 국지적 사건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신뢰는 종종 평균값보다 '예외 사례'에 의해 무너진다. 예를 들어 "대부분 안전하다"는 설명 속에서도 특정 어류에서 높은 농도가 검출되면, 소비자와 어업인은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다. 후쿠시마 문제는 단순한 방사선 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안전은 과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과연 '기준치 이하'는 곧 '안전'을 의미하는가. 과학적으로 기준치는 정책적·행정적 판단을 위한 도구다. 그러나 그 기준은 언제나 사회적 선택을 포함한다. 어느 정도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 어떤 불확실성을 감수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생태 영향은 수십 년 단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세슘-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이며, 해양 퇴적물과 먹이사슬은 장기적 순환 구조를 가진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현재 수준의 데이터만으로 장기 위해(risk)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일부 국제기구는 "현재까지 확인된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과학의 부재가 아니라, 과학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단순한 과학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 정책, 경제, 신뢰, 국제정치가 결합된 복합적 문제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델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거나, 반대로 "모든 것이 위험하다"는 단순화다. 과학은 본래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그 불확실성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장기적으로 검증하느냐다. 모델은 평균이나 현재 조건을 설명할 수 있으나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생태계 변화를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자체가 그랬다. 원전은 "안전하게 설계되었다"고 설명되었지만, 복합재난 앞에서 붕괴했다.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보다,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안전을 계산했던 구조'에 있었다. 오염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낙관도, 과도한 공포도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장기 현장 모니터링, 독립적 검증, 그리고 과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겸손한 태도다. 후쿠시마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관찰되고 검증되어야 할 현재형 문제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에서 드러나는 '모델 의존성'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원전 정책 역시 상당 부분 모델과 확률 계산 위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후원전 수명연장 문제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고리2호기 등 노후원전에 대해 설비 교체와 안전성 평가를 통해 계속운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 근거가 되는 것이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다. 이 평가는 특정 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고, 중대사고 가능성이 충분히 낮다고 판단할 경우 계속운전의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역시 모델이라는 점이다.
실제 원전 사고는 단순한 단일 변수로 발생하지 않는다. 체르노빌은 설계와 운전 실패, 후쿠시마는 지진·쓰나미·전원 상실이라는 복합재난 속에서 발생했다. 즉 사고는 "예상 범위 밖 변수"가 중첩될 때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확률 모델은 기본적으로 과거 데이터와 설정된 조건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예상하지 못한 복합재난, 기후위기 시대의 극단적 자연재해, 전쟁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비정상 상황은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 점은 오늘날 한국 원전 정책에서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모델을 신뢰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델의 한계까지 함께 검토하고 있는가. 특히 부산·울산·경남처럼 원전 밀집 지역에서는 단순한 평균적 위험 계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고 확률이 낮더라도, 한 번의 사고가 초래할 피해 규모는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역시 유사하다. 정부는 저장 안정성과 관리 가능성을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수만 년 단위의 장기 관리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아직 그 정도 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결국 상당 부분은 미래 기술과 관리 체계에 대한 가정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과학 모델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델은 현실 전체를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그 지점에서, 대형 재난이 시작되곤 했다. 과학은 위험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미래 전체를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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