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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 의료 정책, 공공 사라지고 손목닥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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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서울시' 의료 정책, 공공 사라지고 손목닥터 남았다

['약자 동행' 서울의 그늘] ④ 공공 보건·의료 확충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공의료 확충 약속 이행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약속한 정책 9개 중 5개는 이행되지 않았고, 2개는 미흡하게 이행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의료의 핵심인 공공병원의 구조적 적자를 해결할 근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용도가 다른 기금에서 예산을 빼 쓰는 임시방편식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의 의료 지출은 '손목닥터' 기기 보급에 대거 쏠렸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약속, 넷 중 하나만 완료

오 시장은 2022년 5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청사진을 밝히며 아홉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그중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분야 약속은 4개였다. △서울형 공공병원 △공공재활병원 △제2장애인치과병원 △안심호흡기전문센터(보라매병원) 건립이다.

이중 지켜진 약속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건립된 서부장애인치과병원(제2장애인치과병원) 밖에 없다. 2024년 건립을 예고했으나, 2년 뒤인 지난 3월 개원했다. 나머지 3개 시설은 2년 전부터 예산 투입이 전면 중단됐거나, 올해 공사에 착수했다.

▲오세훈 시장 공공의료 사업별 목표 대비 2022~2025년 연도별 지출.(출처 : 서울재정포털 사업비 지출 자료) ⓒ프레시안(손가영)

'4000억 원을 들여 서울 동남권(서초구 원지동)에 서울형 공공병원을 짓겠다'는 사업은 2024년부터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난해까지 지출된 비용은 2억 6000만 원 가량이다. 이 사업은 올해 초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서초구청은 이 부지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고, 서울시가 이를 수용했다고 알려졌다.

오 시장은 '재활 난민'이 되는 환자를 막고자 서울 최초로 200병상 규모 공공재활병원을 설립한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예산은 2025년부터 전액 삭감됐다. 2022~2024년 동안 지출된 비용은 1억 9000여만 원이다. 목표 예산 950억 원 대비 0.2%가량 투입됐다.

보라매병원 안심호흡기전문센터 건립은 2016년부터 추진됐다. 이를 정책화한 오 시장은 "노인성 호흡기질환 진료 및 연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센터"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사업 진행은 지난 3년간 지지부진했고, 본 공사는 지난 3월에야 시작됐다.

'착한 적자' 정책적 외면멍드는 시립병원

공공병원 내실화도 더디다. 공공병원은 낮은 수가 문제로 민간 병원이 받으려 하지 않는 고령층과 만성·중증 환자의 이용률이 높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진료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 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그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공공병원의 적자는 대부분 이런 이유로 누적돼 '착한 적자'로 불린다.

서울시 산하엔 동부·북부·서남·서북·은평 병원 등을 포함한 시립병원 12곳이 있다. 오 시장은 크게 △서남병원 종합병원 기능 강화 △치매·자살예방센터 설립 등 은평병원 현대화 △서북·북부·동부병원 기능 특화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남병원은 7년째 증축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종합병원으로 승격돼 수술실, 분만·재활 의료시설 등을 확충하는 증축 공사가 바로 뒤따라야 했으나,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며 3년 간 보류됐다.

증축 논의는 2023년 재개됐으나, 충분한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 오 시장은 425억 원 투입을 약속했으나, 2022~2025년 총지출은 116억 8900만 원 가량이다. 연도별로는 2022년 11억 8700만원, 2023년 4억 2200만 원, 2024년 56억 1600만 원, 2025년 44억 6400만 원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풍경 자료사진.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적자 구조였다. 김정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지난 19일 통화에서 "종합병원으로 승격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 기존 환자를 다 내보내고 3년가량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역할 했다"며 "코로나 유행이 지난 후 일반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공공병원이 떠안은 건 극심한 적자 구조였다"고 말했다. "기존 환자들마저 다 떠나 첫 개원처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병원이 안정적인 운영 궤도에 오르려면 통상 5년 가량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시립병원 직원들은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인한 공공병원 적자 보전 방안을 정책과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그동안 적자를 떠안은 채 어렵게 병원을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서남병원, 동부병원 등에선 임금체불까지 수차례 발생했다.

김 지부장은 또 "3년 전 책정된 예산으로 증축은 턱도 없었다"며 "그 사이 원자재값, 물가가 훌쩍 올라 원래 계획했던 증축 규모의 3분의 1도 짓지 못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서울시가 '그럼 종합병원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병원 측에 밝혔던 것으로 안다"며 "그럼 정리해고를 하란 말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결국 애초 계획보다 축소된 규모로 지난해 공사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은평병원 현대화 공사도 지난해 시작됐다. 서울시는 서북병원을 치매환자 특화병원으로, 북부병원은 노인 전문 재활요양병원으로, 동부병원은 노숙인·투석환자 등 취약계층 맞춤형 의료기관으로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었으나, 이들 병원도 지원 부족으로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동부병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적자난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듬직한 민관 협력체계 마련하겠다"며 약속한 '서울형 병원 인센티브 지원사업'은 2023년 한 해 추진되고 중단됐다.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울시가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이었다. 서울재정포털에 따르면, 2023년에만 6억 4700여만 원이 지출됐다.

공공의료 인프라 '위축', 디지털 헬스케어 '예산 폭증'

공공의료가 위축되는 사이, '디지털 헬스케어' 예산은 대폭 확충됐다. 스마트워치 등 '손목닥터9988' 설비를 보급해 신체활동을 측정하고 만성질환 등을 관리하는 자가 건강 관리 프로그램 관련 분야다.

▲손목닥터 기기 자료사진.ⓒ내손안에서울(시민기자 서주희)
▲연도별 디지털 헬스케어(손목닥터) 및 공공병원 운영비 예산 비교.(출처 : 서울시 예산안 및 서울재정포털. 공공의료기관 운영은 예산안 중 '공공의료기관 관리 및 운영 개선' 단위 예산을 활용) ⓒ프레시안(손가영)

지난 5년 동안 한 해 사업비 지출 평균 증가율은 140%다. 2021년 24억 7800만 원에서 2022년 64억 5300만 원(160% 증가)으로 올랐고, 이후 2023년 84억 원(30% 증가), 2024년 300억 2000만 원(257% 증가), 2025년 645억 2400만 원(115% 증가)이다.

이준태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지난달 27일 통화에서 "2025년 손목닥터 사업 예산은 서울시 전체 12개 시립병원의 '착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연간 총예산 약 900억 원의 70%에 육박한다"며 "특히 서울시 보건·의료 예산 중 고정지출을 뺀 재량지출 분만 보면, 40%가 손목닥터에만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는 내팽개 치고, 대부분을 손목닥터같은 전시성 사업에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1.5% 불과한 시민건강국 예산… 기금 전용으로 버텨

전체적으로 보면, 보건·의료 정책을 전담하는 시민건강국 예산은 서울시 전체 예산의 1.5%에 불과하다. 2026년 기준 51조 4778억 원 중 8090억 원 가량이다. 이중 서울시가 재량껏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고보조사업 등에 따라 법적 의무 지출이 이미 정해진 '의무적 이전 지출' 항목이 84.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 운영비용은 부족한 시민건강국 예산 중에서도 10% 초반대를 맴돈다. 서울시 예산안에 따르면, 2022년 8.3%에서 2023년 12.1%로 다소 늘었고, 이후에도 각각 17.1%, 14.0%, 10.9%를 차지했다.

▲시민건강국 예산 중 공공보건·의료 관련 예산 비중 추이. 가장 위 숫자는 시민건강국 예산이고, 그래프 속 비율은 공공의료기관 운영 예산 비중이다.(출처 : 서울시 시민건강국 예산서. 공공의료기관 운영 예산은 '공공의료기관 관리 및 운영개선' 항목 예산이다.) ⓒ프레시안(손가영)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부족한 공공의료 예산을 재난관리기금으로 메꾸는 임시방편식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해나 대형사고 등 재난상황에 대비해 쌓아놓는 법정 기금이다. 서울시는 2024년 윤석열 전 정부의 의정갈등 사태로 의료 비용이 치솟자, 재난관리기금으로 예산을 충당한 적이 있다.

해당 기금은 지난해에도 공공의료 적자 보전에 계속 쓰였다. 지난해 제331회 및 제334회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서남·동부병원 적자 보전을 위해 편성된 추경 예산 100억 원 가량이 재난관리기금에서 지출됐다. 그해 4~5월에도 총 33억 원 가량이 공공병원에 추가 교부됐다.

이 정책국장은 "오세훈 시장은 시립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실상은 '확충'이 아니라 '붕괴'의 비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의사, 보건의료노동자,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 보건의료 정책을 관장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공공병원이 경영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시민 건강을 위해 일하는 공간이 되는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서울시에 당부했다.

<프레시안>은 27~28일 서울시 시민건강국 공공의료과에 지난 시정의 공공의료 정책 이행률과 손목닥터 예산과의 형평성 등에 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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