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완승이죠.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긴 건 이긴 건데, '상처 입은 승리'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의힘은 완패했는데, 서울과 경남에서 이기면서 장동혁 지도부가 버틸 수 있는 명분을 일정하게 얻은 셈이에요. 결과적으로 민심의 균형감이 드러난 선거였다고 봅니다."(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이번 선거를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민주당은 은메달을 땄고, 국민의힘은 동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스포츠심리 연구에서 은메달 선수의 심리는 5위를 한 선수의 심리와 같아요. 금메달을 딸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반면 동메달을 딴 사람은 3·4위전에서 이긴 것이기 때문에 금메달 선수 다음으로 심리적 만족감이 크죠." (김수민 시사평론가)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체적인 성적표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완승이다. 그러나 결과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박 전 의원은 5일 <프레시안>이 마련한 대담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금메달은 땄는데, 그 과정에서 한일전은 진 셈"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금메달 따도 한일전 진 건 잘 용서가 안 된다"고 16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을 이겼지만 서울을 내준 민주당 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2017년 대선 이후 수년간 견제와 균형의 선거는 거의 없었고 몰아주기 선거들이 계속 있었는데 이번에 견제와 균형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유권자들이 이재명 정부에 충분한 결과를 주면서도, 견제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역전패 해부…후보 문제, 캠페인 실패, 부동산 계급투표
이번 선거 최대의 이변은 서울시장이었다. 대통령 지지율 60%를 넘고,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17 대 8로 압승했음에도 서울시장을 내준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박 전 의원은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후보 자체의 문제, 부동산 계급투표 심리, 빈약한 캠페인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 데이터를 근거로 후보 문제를 지목했다. "구청장 후보들이 받은 표의 합계가 정원오 후보의 득표 총합보다 많았어요. 광역 비례 정당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이 1% 이상 앞섰고요. 정당 선호에서는 밀리지 않았는데 후보 선호에서 밀린 거예요." 반대로 오세훈 시장은 정당 선거에서는 모두 밀렸지만 본인 경쟁력으로 앞섰다.
부동산 계급투표도 선거 결과를 가른 핵심 변수였다.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은 강남 3구를 포함해 '한강 벨트'였다. "이 지역 인구가 서울 전체의 약 20% 니까 선거 결과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거죠." 박 전 의원은 이 현상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민주당이 더 과감한 재개발 계획을 내놔도 민주당 손을 안 들어줘요. 자산 방어 투표라는 게 이미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로 굳어져버렸거든요."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신속개발'에 맞서 '척척개발'을 내세웠지만 뜯어보면 내용이 같은 재개발 대 재개발 구도로는 이 심리를 깰 수 없다는 것이다.
캠페인 실패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원오 후보가 챔피언처럼 소극적인 선거운동을 했다고 몇 차례 지적했잖아요. 특히 1, 2% 차이는 캠페인으로 달라질 수 있는 거예요." 박 전 의원은 특히 청년 공약의 부재를 결정적 패인으로 꼽았다. "민주당이 노력조차 안 한다고 비춰진 거죠. 오 시장은 유세 마지막날 신촌에서 청년 유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한 장면이 화제가 됐었습니다."
'내란 이미지' 안 묻은 오세훈 vs 링에 오르니 '민주당스러운' 정원오
김수민 평론가는 오 시장 승리의 핵심을 단 한마디로 압축했다. "(윤석열) 내란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전 너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국힘 전체를 '내란당'으로 몰았지만 그 프레임이 장동혁 지도부와 명확하게 선을 그었던 오세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반면 정원오 후보는 '주폭' 논란으로 치명적 이미지 실추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의 5·18을 거론하면서 청년층 유권자들에겐 (부정적인 의미로) '민주당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졌다고 김 평론가는 지적했다.
이런 모습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두 사람은 분석했다. 과거에도 보수 지지 성향이 높았던 2030 남성들 만이 아니라 출구조사 기준으로 30대 여성도 오 시장을 더 많이 찍었고, 20대 여성도 지난 선거에 비해 오 시장을 더 많이 찍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처럼 민주당 외부에서 영입된 후보들이 이겼고, 민주당 본류 출신인 김민석·박영선은 모두 졌습니다. 정원오 후보 역시 민주당스럽지 않은 행정가 이미지 때문에 경선에서 주목받았는데, 막상 링에 올라와보니 그냥 민주당스럽더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 같습니다."(박원석)
"제가 우연히 (은평구) 연신내역 근처를 지나다가 어떤 20대 여성이 친구와 걷다가 오세훈 유세 트럭을 보더니 (심드렁하게) '오세훈!' 하고 가는 거예요. 이처럼 열성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의 가벼운 호응이 결국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김수민)
'졌잘싸' 김부겸, 지역주의 벽에 또 좌절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굵직한 이야기는 대구시장과 부산 북구갑이었다.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는 결국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김부겸 전 총리가 이겼다면 아마 97년 첫 정권교체에 버금가는 정치적 변화를 맞을 수도 있었어요. 이렇게 되면 대구는 또 30년 그냥 이 상태로 가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요. 민주당 입장에서 김 전 총리가 이제까지 나올 수 있었던 최대 아웃풋이었거든요. 물론 김 전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전국적으론 계속 정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긴 했습니다."(박원석)
한동훈, 복당 서두를 이유 없어…오세훈과 한동훈이 과연?
부산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이겼지만, 정작 본인 지역구인 부산 북갑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에게 내줬다. 청와대 AI 수석 출신인 하정우 후보의 패인에 대해 두 사람은 후보 본인의 미숙함과 민주당의 방치를 함께 꼽았다. 박 전 의원은 "저런 후보를 데려다 쓸 때는 강한 지원을 붙여야 하는데, 당직자 몇 명, 의원실 파견 인력 몇 명으로 선거를 치뤘다"고 지적했고, 김수민 평론가는 선거 막판 '김어준 뉴스공장'에 계속적으로 출연한 것에 대해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해당 방송 시청자는 어차피 하정우 후보를 찍을 사람, 아니면 하정우를 지지하지만 찍을 순 없는 다른 지역 유권자"라면서 지역 표심을 고려하지 않은 후보의 판단 착오도 지적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 문제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선거에서 '버틸 명분'을 얻은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 복당을 결사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친한계 의원들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도 크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의원은 "국힘 내부 세력 재편을 밖에서 만들어내는 게 한동훈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 평론가는 "복당이 안 되면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을 노릴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이 사람은 진짜 정치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 한동훈이 이기면서 '윤 어게인 세력'이 접수한 국힘의 재편, 보수 개혁에 대한 민심이 확인됐다. 그러나 문제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세를 모을 수 있는 관계가 전혀 아니라는 데 있다.
"한동훈·오세훈·이준석 등 대권주자 면면은 민주당보다 밀릴 게 없는데, 절대로 화합이 안 됩니다. 다들 자기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통합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될 거라고 봐요. 그런데 캐릭터들을 보면 누구도 그런 역할을 잘 못할 것 같아요. 이게 보수의 불행이에요." (박원석)
8월 민주당 전당대회의 향방…대통령 개입 강도가 최대 변수?
선거 후 민주당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8월 전당대회로 옮겨간다. 선거 이후 정청래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일부에서 나오지만, 박 전 의원은 "사퇴까지 요구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위력이 줄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개입 강도를 꼽았다. "아주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어요.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2년차로 들어가면서 당을 컨트롤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여기서 원심력이 생기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요."
김수민 평론가는 정청래 대표가 오히려 일 대 다 구도 속에서 선두에 서 있는 역설적 상황에 주목했다. 김민석·송영길·이광재·우원식 등 대항마들이 단일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내친 김에 과감하게 걸면 정청래 대표의 확률이 오히려 조금 더 높다"고 봤다.
이 대담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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