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 235명의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고위직에서의 성별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1급에 해당하는 비서관 50명 중 여성은 단 6명에 그쳤다. 대선 당시 "성별 균형 인사"를 약속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언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안보 관련 직무를 하는 이들을 제외한 실장 이하 선임행정관까지의 비서실 직원 235명의 명단을 지난 11일 공개했다. 이는 기독교방송 등 일부 언론사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것이다. 다만 발령일·담당업무 등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국가안보실·경호처를 제외한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장관급) 1명 △정책실장(장관급) 1명 △재정기획보좌관(차관급) 1명 △수석비서관(차관급) 7명 △비서관(1급) 31명 △선임행정관(2~3급) 11명 △행정관(3~5급) 71명 △행정요원(6급 이하) 112명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의 살림과 인사를 챙기는 핵심 업무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현지 총무비서관, 김남준 제1부속실장, 김용채 인사비서관이 맡고 있다. 이밖에 김락중 정책조정비서관, 기존 춘추관장 역할인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 권순정 국정기획비서관 등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참모들이 대통령실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1급(비서관) 이상 고위공무원 41명 중 여성은 단 5명이다. 실장·수석 등 장차관급에서는 전무했고, 1급 비서관 가운데 김현지 총무비서관, 강유정 대변인, 최성아 해외홍보비서관, 정정옥 성평등가족비서관, 이유진 기후비서관 등 5명이 여성이었다.
국가안보실장(장관급)과 안보실 1·2·3차장(차관급), 위기관리센터장·경제안보·외교정책·국방·안보전략비서관(1급) 등 정보공개 명단에서 제외된 인사들까지 모두 포함해도, 차관급에서 1명이 추가될 뿐이다. 이 경우 50명 중 6명이 된다.
전날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최한 재정 관련 간담회를 주재하던 중 "왜 여기 여성 참석자가 두 분밖에 안 되느냐", "여성 승진을 더 많이 시켜야 되겠다"고 성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정작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여성 비율은 약 12%에 불과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초대 인사수석에 조현옥 당시 이화여대 교수를 임명했고 이후에도 남영숙 주노르웨이대사관 특명전권대사를 경제보좌관에 임명하는 등 대통령실 고위공직에 여성을 일부 기용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 중심으로 인선하며 이른바 '서육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국면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사회 많은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은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며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겠다.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체계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TV토론에서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성폭력 발언을 한 다음날인 지난 5월 28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각료, 수석 중 여성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자신이 없지만, 최대한 할 것"이라며 "30% 약속을 공개적으로 명시적으로 하긴 어렵지만, 3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도 공언한 바 있다.
지난 6월 '인사 성비 원칙'을 묻는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성비에 관해 대선 과정에서 늘 말씀하셨던 것은 '뚜렷한 숫자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애쓰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대통령이 대선 국면부터 여성공직자 기용에 대한 다짐을 했고, 얼마전 재정 간담회에서도 '여성 승진을 더 많이 시켜야 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대통령이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실 성비) 결과가 12%에 그치는 게 더 나쁘다"며 "마치 자격이 있는 여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 전문가 풀(pool)이 적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그 성차별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비서실 소속 1급 이상 고위공직자 명단 (2025년 8월 7일 기준. 직책명은 <프레시안> 취재 내용.)
1.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2. 김용범 정책실장
3.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4.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5. 이규연 홍보수석비서관
6.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7.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8.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비서관
9. 문진영 사회수석비서관
10.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11. 김현지 총무비서관
12. 권혁기 의전비서관
13. 김남준 비서관(제1부속실장)
14. 권순정 국정기획비서관
15. 김정우 비서관(국정상황실장)
16. 김용채 인사비서관
17. 이정도 관리비서관
18. 김병욱 정무비서관
19.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
20. 조한상 홍보기획비서관
21. 이민주 국정홍보비서관
22. 강유정 비서관(대변인)
23.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
24. 김상호 보도지원비서관
25.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
26.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
27. 이태형 민정비서관
28.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29. 이장형 법무비서관
30. 이진국 사법제도비서관
31. 한상익 국정과제정책조정비서관
32. 윤성혁 산업정책비서관
33.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34. 이영수 농림축산비서관
35. 이영호 해양수산비서관
36. 이옥남 노동비서관
37. 정정옥 성평등가족비서관
38.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
39. 이유진 기후비서관
40. 윤재순 비서관(윤석열 정부 총무비서관- 면직처리 지연)
41. 강의구 비서관(윤석열 정부 전 부속실장 - 면직처리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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