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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이재명 정부 성평등 정책, 주무부처 안에만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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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이재명 정부 성평등 정책, 주무부처 안에만 머물러 있다"

정부 성평등 정책 평가 "소통 늘었지만, 성과낼진 의문…노동·젠더폭력, 세부 정책 부족"

"일단은 정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대로 정부 방향성에 반영되고 추진되고 있나?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입법과제도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가 같이 추진체계를 만들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 이것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여성계가 출범 1주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를 폐지하려던 윤석열 정부보다는 진전했지만, 예산과 조직 구성, 세부 정책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아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정부 전체 차원의 성평등 정책 강화 의지가 보이지 않아, 관련 의제가 주무부처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성평등가족부에 성평등 정책을 모두 떠넘기는 현 구조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후 대응에 치중된 현 젠더폭력 대책을 개선하고 노동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피해를 고려하는 등 정책 전반에서 성인지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정부가 펼친 여성/성평등 정책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다수가 함께했다.

자리에 모인 여성계 인사들은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한 윤석열 정부에 견줘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성평등 거버넌스 강화, 성범죄 강력 대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육비 선지급제, 공공생리대 사업 등 취약계층 여성들의 생계 부담을 줄이는 정책도 시행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임신중지약물 법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 시절 900개 넘는 단체가 여가부 폐지를 막으며 요구했던 여성부 강화 추진 체계가 다수 담겼다"고 분석했다. 양성평등위원 자격으로 정부와 소통하고 있기도 한 그는 "현재 국가 성평등 추진 체계의 기본 틀을 복원하고 재구축하는 단계"라며 정부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이 대표는 성평등 정책 확대 기조에 비해 컨트롤타워인 성평등가족부의 예산, 조직 강화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6년 총 예산은 2조 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여전히 매우 적다. 인력도 지난해 10월 기준 정원 286명, 현원 314명으로 업무량에 견줘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이 대표는 "성평등가족부의 확대된 규모에 맞는 예산과 조직은 굉장히 미흡하다. 지난해 성평등가족부가 정원을 17명 늘렸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4명밖에 늘지 않았다"며 "체계를 복원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예산과 조직의 확대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성노동, 젠더폭력 세부 정책 부족"

노동과 젠더폭력 등 세부 정책에서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혜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정부가 다음해에 시행하려 추진 중인 고용평등공시제에 대해 "적용대상을 500인 이상 사업장에 한정해서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서울시 민간사업장의 99%가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다.

김 부대표는 또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산재 예방 예산을 2조 7000억 원 확충하고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안전 보건 정책은 여전히 건설업, 제조업의 (남성 중심) 사고 예방에 집중돼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성인지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위험성 평가와 산재 통계에 성인지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지금의 디지털 성폭력 대응 체계는 피해자가 직접 피해물을 발견하고 신고해야만 삭제지원이 가능해 피해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피해자들, 피해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삭제지원 과정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른바 벗방, 엑셀방송과 온리팬즈 방식의 주문형 이미지·영상 촬영과 제작, AI와 섹스로봇을 매개로 한 새로운 형태의 성착취는 이미 현실이 됐으나, 이에 대한 정책은 공백 상태에 가깝다"며 "해외에서는 이를 '온라인 성착취' 또는 '온라인 성구매'로 명명하고 수요의 문제와 플랫폼 책임, 국가의 규제 책임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삭제 지원과 일부 범죄유형별 대응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우려도 나왔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진정한 검찰개혁이 되려면 피해자 권리가 실제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소송법 개정 시 피해자가 수사내용을 볼 수 있고 검사처럼 재판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정부가 펼친 여성/성평등 정책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다수가 함께했다.ⓒ프레시안(박상혁)

"정부 주도 노력 실종에 성평등 의제, 주무부처 안에만 머물러"

여성계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로 '정부의 성인지 기조 실종'을 꼽았다. 정부가 정치적 공세에 부담을 가진 나머지 성평등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이 때문에 성평등가족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정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성평등 의제는 정부 기조가 굉장히 중요하고 성인지 관점이 전 부처에 반영돼야 하는데, 지금은 성평등가족부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이라며 "각 의제들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상하게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다. 성평등 정책을 통합하는 구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현장 공무원도 난감해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하영 대표도 "이재명 정부가 소통도 열심히 하고 애를 많이 쓰는 건 맞는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실질적인 성과는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쉽다. 정부차원에서 성평등에 대한 철학 자체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일관된 체계로 정책을 짜는 게 아니라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만 땜질식 대책이 나오는 현 방식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남은 4년 성평등과 관련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일관된 기조가 필요하다는 게 여성계의 목소리다. 이하영 대표는 "그때그때 개별 사안에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니라 국정철학에 성평등을 명시해야 한다"며 "남은 4년 동안 성평등이란 가치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고 어떤 정책을 세울 것인지 분명한 선언이 있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신경아 한림대 명예교수는 "정치권이 여성의 강력한 지지로출범한 집단이라면 성평등 민주주의를 훨씬더 발전시켜갈 책임은 막중하다. 대통령이 가끔 여성을 언급하지만, 선의를 가진 언행을 넘어 여성들이 실제로 자신의 현실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권자들이 전향적인 의지를 가지고 협력하고, 안 되면 대통령을 찔러서라도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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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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